또, 퀴어다. 요새 읽는 책은 죄다 퀴어 문학에 속하는 소설이다. 서점에서 집어 드는 책마다, 어디선가 들어본 작가마다 모두 퀴어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요즘 문단은 이런 퀴어 소재를 선호하는 것인지,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 역시 동성연애를 하는 딸과 그 연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장악한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을 무렵, 책을 덮었다. 노트북을 꺼냈다. 마치 얼마 전 '내가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썼을 때와 같았다.
저번에 이어 또다시 동성애를 이야기하자니 불편한 시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있겠다. 아마 대개 종교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 불편함을 느끼시라고 쓰는 글이 아니며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양해를 바라는 바이다. 사실 예전에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던 나로서는 그러한 불편한 시각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신의 가르침, 경전의 가르침에서 동성애는 죄악이었고, 동성애자는 천국이 아닌 지옥에 가야 할 죄인이었으니. 하지만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종교로만 살아가는 전근대적인 사회가 아니며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마땅히 귀 기울여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의견의 충돌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자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이며,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기도 한 것이다.
어째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 계기는 얼마 전에 있었다. 동성애, 퀴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지, 우리가 언제까지 퀴어를 외면하고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그동안 퀴어에 대해 가진 생각은 얼마나 위선적이었던 것인지 깨달았던 일이다.
지난주. 여느 때처럼 나와 여자친구는 각자의 일을 하기에 적당한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고, 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게를 찾아 발을 들였다. 평일 오후였음에도 자리는 어느 정도 차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다가 마침 한 테이블이 남아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를 시키고,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나와 여자친구는 각자 할 일을 하고. 그러던 중에 내 눈을 의심할 만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우리 커플이 앉아 있던 테이블은 창가 쪽 자리였다. 카페가 그리 넓지는 않았던 터라, 알록달록한 발이 쳐져 있는 화장실 앞에는 남는 공간을 활용한 테이블이 하나 더 위치했다. 그 자리는 내가 앉은 채로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볼 수 있는 자리였고, 성인 남자 두 사람이 같은 의자를 공유하며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앉아서 과제를 같이 하겠거니, 뭔가를 같이 보고 있겠거니 했다. 남자 둘이서 같이 앉아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제 시즌에는 특히나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모습이니.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렸을 때 두 사람은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있었다. 어떤 연인보다도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사실,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미디어에서 퀴어에 대한 컨텐츠를 그렇게 많이 노출시켰기에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고, 나 또한 '나에게 닥친 일만 아니면 괜찮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 앞에서 내 눈으로 직접 맞닥뜨리니 당황스러웠다. 이전에 본 적 없는 광경에 눈을 둘 곳을 잃었다. 물론 카페라는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과연 그들이 남녀였다면 그런 반응을, 그런 불편한 기색을 보였을까. 나는 혹여나 그들이 들을까, 듣고서는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과연 그것이 그들에 대한 배려가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친구에게 잔뜩 목소리를 낮춘 채 중국어로 말을 했다.
"저기 저쪽에, 화장실 앞에 앉은 사람들 보여?"
"왜."
"아니, 둘 다 남자 같은데 키스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에? 설마. 내 쪽에서는 안 보이는데."
"아, 그래? 그래, 뭐. 동성 커플일 수도 있겠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여자친구를 통해 그들의 존재를 재차 확인하고 싶었고 그들이 게이 커플이 아니길 바랐다. 한 시간 정도 흐르는 동안 나는 그 두 사람이 앉은 쪽으로 눈을 돌리지 못했다. 읽고 있던 책에도 좀처럼 몰입하지 못했다. 얼마 후 계산을 하러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여자친구는 내 말의 진위를 확인하려는지 화장실로 향했고, 이내 밖으로 나와 이야기했다.
"둘 다 남자 맞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눈으로 동성 커플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의 충격은 이전에 느껴왔던 충격과는 달랐다. 그동안 격리되어 있던 어떤 세계가 어느 순간 내 발 앞에 놓인 것 같았고, 그간 어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나로 하여금 이 세계를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게다가 나는 얼마나 위선적인 사람이었는가. 퀴어 문학을 접하면서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으며, 낯선 광경이라는 핑계로 그들을 외면하고 배척하려고 했다. 도대체 나는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이어왔고, 앞으로는 어떤 의견을 가질 것인가. 설령 나와 여자친구가 그들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 이성 커플을 동성 커플로 잘못 봤다 할지라도, 분명 언젠가는 마주할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지금 『딸에 대하여』 속 동성 커플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이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소설 속 세계는, 곧 현실 세계와도 같다. 나처럼 말과 글로는 성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자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퀴어에 대해 강한 불쾌함과 거부감을 드러내는 위선적인 세계. 또 그 위선을 넘어, 퀴어에 대한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배척/혐오가 있는 세계. 우리가 조금 더 건강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그 위선을 한 꺼풀 벗기고 그들의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를 차근차근 한 발짝씩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우선 나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