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sdom Seeker Oct 30. 2016

여행은 연애, 사는 건 결혼-5

환경따라 다른 삶의 방식


외국에 살아보니 개인의 삶의 방식은 한 사회의 시스템과 생활 문화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브리즈번에 사는 동안 나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협탁 위에 대기한 알람이 울리기 훨씬 전에 창문으로 스며드는 강한 아침 햇살과 집 주변의 숲에서 들려오는 또랑또랑한 새소리에 눈과 귀가 먼저 일어났다. 곧이어 출근하는 이웃들의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메들리로 울려 퍼지다 보니 늦잠을 자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국에선 night owl이었던 나는 브리즈번의 첫날부터 6시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early bird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보통 밤 9/10시면 잠자리에 든다. 일찍 일어나니 일찍 잘 수밖에... 그래서 밤엔 주택가임에도 불구하고 산장에 있는 것처럼 조용하다.


브리즈번 도심 안작 스퀘어


호주의 회사원들은 오전 8/9시에 출근하고 오후 5/6시에 퇴근한다. 대형마트도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7/8시가 되면 영업을 끝낸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브리즈번 시내의 푸드코트는 오후 5시면 장사를 접고 저녁이면 도심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적막하기까지 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직장인들은 대부분 자동차로 퇴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주택가의 밤거리도 오후 7시면 인적이 드물다. 야근과 학원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저녁 먹기도 힘든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저녁 시간의 풍경이다.


우리는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브리즈번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바다같은 도심 수영장


브리즈번 시내의 사우스 뱅크 근처에 식당과 술집들이 밀집되어 있긴 하지만 한국의 강남역과 홍대 주변처럼 새벽까지 비틀거리는 취객들로 붐비는 화려한 '밤문화'는 없다. 하지만 나의 브리즈번 이웃들은 생일이나 성탄절 같은 휴일엔 친구와 친척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새벽 1-2시까지 웃고 떠들며 거나하게 파티를 열곤 했다. 그래도 2년 6개월 동안 한 번도 경찰차가 달려온 적도 없거니와 이웃들 중 누구도 "잠 좀 자자!"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서로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호주는 블루 칼라와 화이트 칼라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 드라이클리닝 비용은 한국보다 3배가량 비싸고 미용실의 커트 비용도 최소 기본 25 AUD이고 샴푸와 드라이 서비스를 원하면 10 AUD가 추가된다. 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공을 부르면 출장비만 80 AUD이고 부품값과 수리비는 추가로 내야 한다. 나의 친구였던 정원사는 매주 주말에 골프를 치러 갔다. 교사를 하다가 plumber로 이직한 사람도 있었고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50세에 고등학교에 교생 실습을 나온 분도 봤다.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분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전문직으로 이직할 수 있는 재교육의 기회는 '연령 제한' 때문에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핀란드와 호주 같은 나라에선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다.


그러니, 못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안 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은 연애, 사는 건 결혼-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