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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킴 Apr 07. 2022

00. 결혼 준비 가이드 글을 시작하며

결혼 준비에는 가이드북이 없나요? 

00. 결혼 준비 가이드 글을 시작하며...


  새로운 임무가 떨어지면 책부터 먼저 사는 편이다. 주식, 부동산, 메타버스 같은 경제/경영 서적뿐만 아니라 회사 업무가 바뀌었을 때도 밀리의 서재에 브랜딩, 마케팅 관련 책만 쭉 담았다. 그렇다고 연애도 글로 배운 건 아니다.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생각하지만, 독서욕보다는 소유욕에 원인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요새는 돈을 아끼려고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도서관에서도 가끔 책을 빌려 읽는다. 중고서점 검색을 먼저 하는 것도 필수다. 


  역대 최저 혼인율 기록 속에서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고, 결혼이라는 결심도 끝났으니 이제 기나긴 결혼의 과정만 거치면 됐다. 결혼 준비 방법이 총망라된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고 시작하고 싶었다. ‘한 권에 끝내는 중국어 첫걸음’, ‘무작정 주식투자 따라 하기’ 같은 결혼 준비의 큰 틀을 파악하기 쉬운 제목의 책 한 권을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결혼 준비’, ‘결혼 가이드북’, ‘00만 원으로 결혼하기’ 같은 나의 검색 키워드를 만족시켜줄 만한 책은 없었다. 


  책은 실패했으니 지인 찬스가 필요했다. 유부의 세계에 이미 진입해있는 선배님들의 곡소리는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다. 열 중 아홉이 “넌 여기에 돈 쓰지 마라”, “시간 지나면 보지도 않는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거 Yes!만 하면 된다”의 연속이었다. 조언보다 일종의 참회와 푸념과 후회와 서글픔의 컬래버레이션에 가깝다. 지인들의 결혼 준비 스토리는 그들만의 미니시리즈가 엮여 파편화되어 있었다. 사람마다 상황도 달랐기 때문에 어느 소수의 케이스만 듣고 따라가기에는 위험성도 컸다. 부모님이 전액 지원해 주는 결혼 준비와 나의 결혼 준비가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통 지인 찬스가 끝나면 다음으로 향하는 곳이 인터넷과 웨딩박람회다. 먼저 웨딩 카페,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의 블로그 글을 열심히 살펴본다. 여기에 오면 그래도 조금은 결혼 준비에 밑그림이 그려진다. 왜 모두가 스드메에 집착하는지, 왜 내 친구는 웨딩반지를 종로에서 샀는지, 단독홀이 좋은 이유 등의 팁을 얻는다. 뿌연 향연기로 머리가 가득 찼던 게 조금은 개운해진다. 이제 여기서 또 하나의 벽이 나타난다. 이 많은 글 중에 어떤 게 광고이고, 정보일지 구분하는 문제다. 네이버에 ‘결혼 준비’라는 키워드 하나만 검색해도 10여 개의 최상단 파워링크, 박람회 광고, 무료 이미지를 가져왔을 것 같은 썸네일, 그저 그런 제목의 게시글들이 90% 이상을 뒤덮는다. 이제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다가 나 뒤통수 맞는 거 아니야?’ 


수많은 결혼 관련 광고 링크들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 웨딩박람회를 먼저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결혼 준비의 프로세스를 전혀 모르면, 상담하면서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블로그 글을 며칠에 걸쳐 읽는 것보다 박람회를 2시간 정도 다녀오는 게 더 낫다. 물론 맞는 말이다. 처음 가서 이상한 접시 세트, 냄비 세트 등만 두 손 가득 쥐어 나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생각보다 준비 없이 갔다가 마지막 관문인 웨딩플래너의 영업력에 넘어가 덜컥 계약하고 오는 커플들을 많이 봤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결국 그 끝에 나는 유부가 되어있다. 그리고 참회와 푸념과 후회와 서글픔의 컬래버레이션을 중얼중얼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다음 기회는 없다. 없어야 한다. 두 번은 없는 게 좋은 것이 결혼이기에 잘 알고 시작하고 끝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글은 결혼 준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밑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도록 써볼 예정이다. 연인과의 결혼을 준비하는 예신(예비신부)/예랑(예비신랑)이, 결혼 준비가 어려울 것 같아 연인과의 결혼을 섣불리 정하지 못하는 사람들, 요새 결혼 준비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예비 사돈 어르신들을 위한 글이다. 


  웨딩플래너가 아니다 보니 앞으로의 글도 어찌 보면 개인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정규분포의 가운데를 따라가며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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