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Feb 20. 2024

담과 날 콩

일요일 아침 고속도로는 한가하다. 

평일처럼 차가 막혔다면 일요일 엄마와 아침을 먹기 위해 가는 길이 답답했을 것이다.

라디오를 93.1 클래식 FM을 틀어놓는데, 진행자의 말이 신중하고 정성스럽다. 

예전 같았으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나이를 먹으면서 정성스럽고 다정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말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기 때문일까. 

나는 늘 말투가 문제다. 


오늘도 엄마는 부랴부랴 아침을 준비한다. 

혼자 먹었다면 하지 않았을 반찬들.  

찬밥이 좋다고 해도 늘 밥을 새로 하신다. 


담 든 데는 어때요?

콩 갈아먹어서 좀 나아졌어.

콩?

이모가 그러는데 담 들었을 때 날 콩을 갈아먹으면 좋다고 하더라.

담이 들면 신기하게 콩 비린내가 안 나. 


이모는 민간요법의 대모이신 분이다. 

어렸을 때 이모 말대로 감자를 쪄 먹고 편도선 염이 나은 적이 있다. 


담이 들면 비린내를 못 맡는다고요? 

이모 말대로 진짜 냄새가 안나더라. 평소 같았으면 날 콩은 비려서 못 먹는데. 


당뇨 환자도 날 콩을 먹는데 비린내를 못 맡는다는 등 온갖 민간요법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계속하더니 가기 전에 등에 파스를 붙여달라고 하신다.


엄마를 교회에 모셔다 드리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들고 간 책을 팔고 나서 뭐 살게 없나 신중하게 음반 코너를 둘러본다. 

루시드폴 [국경의 밤] 음반과 재킷이 예쁜 크리스마스 앨범이 눈에 들어온다. 

lisa wahlandt & sven faller [home for christmas] 

나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크리스마스 음반을 듣는데 

아이고 이거 집에 있는 걸 또 샀네. 

맙소사. 엄마 파스 안 붙여 드렸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