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동의 골목은 특이한 점이 있다.
막다른 골목이 많고, 돌아오면 바로 그 골목
골목이 골목을 물고 놓아주지 않는
미로보다 더 미로 같은 골목은
서로의 그림자처럼 곁에 서서
같이 걸어주고 서로 어깨를 걸고 있다."
(최종천 ‘골목이 골목을 물고’ 중에서)
최종천 시인은 용접 일을 하며 80년대부터 시를 쓴 노동 시인이다. 2011년부터 현대제철에 일하며 부천에서 2015년 송림동으로 이사했다. 금송지구 재개발로 철거 막바지까지 집을 지키다 숭의동 아파트로 이사했다. 인천 동구 송림동 가난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시를 썼다고 한다. 사회가 모두 빛나기만 하면 안 된다고.
시집 <골목이 골목을 물고>에서 시인은 인천 동구 금송지구 및 전도관 지구 재개발 과정을 겪은 이야기, 골목에 남거나 버려진 동물과 사람, 사물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다 이런 작은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트럭장사꾼들이 오면 할머니들이 달라붙게 된다.
물건 흥정보다 더 오진 말은
할머니들과 나누는 농담과 해학이다.
시 쓴다고 나는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저렇게나 구성지고 맛깔 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중략)
난 슈퍼들의 간판을 보면서 북적거림을
옛날을 생각하고는 망한 이유가 궁금했다.
송림동 슈퍼들이 문을 닫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말동무 해주기."
시인은 이제 늙어 노동을 멈췄다고 한다. 하지만 글 쓰는 것도 노동이니 그의 노동이 아예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4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배다리 아벨서점에서 ‘최종천 시 낭송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