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글래스,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이끌 제품

샤오미, 보급형 AI 글래스 출시로 스마트 글래스 시장의 경쟁 가속화

by 김학용

지난 6월 26일(목), 중국의 베이징에서 연린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 샤오미는 Xiaomi AI Glasses를 공개했습니다. 약 38만원의 이 제품은 초광각 카메라와 한번 충전하면 8.6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통해 보급형 AI 글래스 시장을 빠르게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AI 글래스


2022년 11월 30일, ChatGPT가 공개되기 전까지 IT 업계를 주도하던 키워드는 메타버스였고 애플의 비전프로(24년 1월 19일 출시)였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에서 놀고 공부하고 일하고 친구도 사귀는 등 경제활동을 포함한 모든 일들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이나 증강현실(AR)도 메타버스의 두 꼭지로 언급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비전프로와 같은 HMD 디스플레이를 뒤집어 쓰고 가상세계에서 허우적되는 것으로 그려졌죠.


많은 사람들이 비전프로와 같은 HDM 장치와 이에 기반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세상에 등장한지 15년 정도 지난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모바일 라우터 같은 장치가 스마트 글래스나 AI 이어폰과 함께 사용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대세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돈이 메타버스를 향했죠.


그로부터 2~3년이 지나도록 메타버스는 제대로된 킬러 서비스도 없었고 성공 모델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즈음에 챗GPT가 등장했고,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이내 거의 들리지 않았죠. 일부 메타버스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만이 한 귀퉁이에서 떠들기도 했지만, 관심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비전프로와 같은 HMD 장치가 스마트폰의 뒤를 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비싼 가격이 가장 컸구요, 휴대하고 이용하는 것이 무척 불편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스마트폰처럼 들고 다니다 간단히 화면 잠금만 해제하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HDM 장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배터리 수명도 짧았고 장치도 무거웠으며 어지럼증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스마트 글래스는 그렇지 않았죠. 항상 착용하고 다니다가 간단한 방식(터치 혹은 음성 명령)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영상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었는데, 저는 이 부분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HMD 장치에도 생성형 AI가 적용되면 사용성이나 서비스는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외 다른 부분들은 쉽게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아마존의 에코 프레임, 스마트 글래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2019년 9월에 개최된 아마존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아마존은 에코 프레임(Echo Frame)이라는 스마트 안경테를 선보입니다. 이 스마트 안경테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어서 언제든 알렉사를 불러 필요한 질문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장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2022년에 2세대 제품을 구매해서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방전된 채로 책장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죠 ^^) 아마존 스마트 기기들로 사무실을 꾸민 저에게는 나름 유용한 장치였습니다. 물론, 사무실에는 여러 대의 에코 스피커가 있었고, 이동 중에는 Echo Auto나 Echo Buds 같은 장치들이 있어서 따로 Echo Frame을 쓸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Echo Frame을 잘 이용한다면, 이 모든 장치들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여기에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까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등장한 것이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였습니다.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도 내장 디스플레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어서 간단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리는 등의 일들이 가능했습니다. 2023년 10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2025년 초까지 누적으로 200만대 정도 판매되었고, 2026년 말까지는 약 1천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말 스마트 글래스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2023년부터 본격화 된 스마트 글래스


메타의 레이밴에 앞서 앞으로 본격적인 스마트 글래스 시장이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CES 2023였습니다. 정확히 어떤 브랜드의 제품들이 출시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CES 2023에서는 다양한 스마트 글래스의 폼팩터들이 보였고, 그중 일부는 스마트 디스플레이까지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래스가 너무 두껍거나 무거웠다는 단점이 있었죠.


하지만, CES 2024나 MWC 2024부터는 보다 슬림한 형태의 제품들이 공개되었고 이런 추세는 CES 2025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지난 6월 초에는 상하이에서 개최된 MWC Shanghai 2025에 다녀왔는데요,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시회 특성상 가전 제조사나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이 많이 참가하지 않는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의 스마트 글래스를 볼 수 있었고, 스마트 글래스와 함께 이용하는 반지(ring) 형태의 컨트롤러도 보이더군요.

스마트 글래스 컨트롤러 - 2025.06.jpg MWC Shanghai 2025에서 본 스마트 글래스와 반지 형태의 컨트롤러 (이미지 사용시 출처 '김학용 브런치' 명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생성형 AI와의 결합입니다. 아마존의 에코 프레임도 알렉사와 연결되기는 했지만, 알렉사가 생성형 AI는 아니었죠. 따라서 제한적인 기능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에 공개되는 스마트 글래스들은 생성형 AI뿐만 아니라 고성능의 이미지 인식 기능들이 디폴트로 내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성과 이미지 혹은 영상 인식 기능을 함께 이용하는 멀티 모달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죠.


샤오미의 AI 스마트 글래스


지난 6월 26일(목), 중국의 베이징에서 연린 샤오미 신제품 발표회에서 샤오미는 Xiaomi AI Glasses를 공개했습니다. 약 38만원의 이 제품은 초광각 카메라와 한번 충전하면 8.6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를 통해 보급형 AI 글래스 시장을 빠르게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제품에는 1200만 화소의 초광각 카메라와 퀄컴 AR1 칩셋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샤오 AI라는 음성 비서를 통해 사진 촬영, 동영상 녹화, 영상 통화, 라이브 방송, 그리고 이들의 실시간 공유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물인식, 텍스트 번역, QR 코드 결제와 같은 기능도 이용할 수 있으며,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 10개 언어로 실시간 통역, 자동 필사, 스마트 요약 같은 기능을 제공하며, 샤오미 휴대폰과 연결하여 협업 카메라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Xiaomi AI 글래스 - 2025.06.28.jpg


배터리 지속시간은 8.6시간으로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에 비해 2배나 긴 편입니다. 하루 종일 사용하기에는 다소 아쉬운데요, 완충하는데 45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잠깐 충전하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1999위안으로 우리돈으로 약 38만원 정도입니다. 인터페이스 장치에 38만원을 쓰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운 정도이기는 하지만, 대륙의 실수라는 제품을 만드는 샤오미 아니겠습니까!! 조만간 20만원대의 AI 스마트 글래스가 출시하는 것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제가 샤오미의 AI 글래스에 주목하는 것은 메타의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 등 기존의 스마트 글래스가 반드시 스마트폰과 연동하고 별도의 앱을 설치해서 이용해야 하는 것과 달리, 스마트폰 없이도 독자적으로 Xiao AI 같은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한 기능들만 이용 가능하며, 전화통화나 스트리밍 뮤직, 기타 모바일 서비스 등은 이용할 수 없죠. 하지만, 모바일 기능까지 탑재된다면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Xiaomi의 CEO인 레이쥔이 "이 제품은 단순한 웨어러블이 아니라 'AI Hub'다"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아직 디스플레이가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CES나 MWC에 가면 모노크롬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제품을 볼 수가 있는데요, 아무래도 디스플레이가 내장되면 프레임의 크기가 커지고 무거워지며 배터리 이슈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2~3년 사이에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보급형 AI 스마트 글래스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애플의 tvOS 26, Thread 1.4 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