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연회장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어수선했다. 대표이사가 작년에 하지 않았던 송년회를 올해 갑자기 한다고 했을 때 연차가 있는 사람들은 곧 있을 인사이동에서 뭔가 변동이 있구나 라고 직감했다. 명칭은 24년 전략 워크샵 어쩌구 저쩌구로 포장을 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스탭들은 여러 가지 코스튬과 풍선, 형광 응원봉 등으로 오늘 회의가 포멀한 행사가 아니라 송년회라는 걸 보여주었다.
민재는 같은 본부 사람들 3명과 연회장 테이블에 앉았다. 무대에서 대표이사와 진행 스탭들이 하하호호 하며 사장님 덕입니다, 여러분들 덕입니다를 만담 듀오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민재는 머리가 멍했다.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 처럼 주변의 모습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오늘 행사의 백미는 행사가 지미있는지 실시간 투표를 한 것이었다. 핸드폰을 통해서 지금 행사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투표할 수 있는데 참석자의 6~70%가 재미없다고 투표한 결과가 모니터 옆에 보여지고 있었다. 실시간 투표를 화면에 보여주기로 한 것이 행사를 하는 인원들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이 있어서 그랬던건지 재미있던 없던 결과는 달라질게 없는 걸 알고서 그런건지 알 수는 없었다.
공식 순서가 끝나고 식사가 나왔는데 음식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냉온을 떠나 음식 퀄리티도 형편 없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는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가지고 가라고 방송을 하는데 민재의 귀에는 네 돈 주고 먹은 것도 아니고 기념품도 주었는데 불평하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라는 메시지로 들려 무척 씁슬했다. 민재는 스스로가 습관성 투덜자가 되지 않기 위해 더 긍정적으로 보기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했지만 집에 오는 길에 오늘 마신 입안에 남은 정체불명의 와인 맛 처럼 떨떠름하고 유쾌하지 않은 기분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