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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Apr 18. 2017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 (1/6)

인디게임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개발기

1부. 두놈게임즈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 들어가며


제작 1년 3개월, 서비스 3개월의 숨 가빴던  여정을 마무리해야 할 단계에 들어온듯하고, 이제야 먼발치로 미루어두었던 항해 일지를 쓸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생긴 것 같다. 이 글은 2015년 11월부터 2017년 4월 현재까지 두놈게임즈의 첫 작품인 ‘매드니스티어 라이브’를 제작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좀 더 상세한 이야기는 제작 편과 사업 편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남길 계획이고 이 글에서는 좀 더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미리 귀띔을 하자면, 이 글은 화려한 성공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룬 글이 아니다. 그와 반대로 인정하기 싫지만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두놈게임즈

2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제작 항해 일지 - 1

3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제작 항해 일지 - 2

4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제작 항해 일지 - 3

5부.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서비스 후기

6부. 우리는 정말 실패했는가. 우리의 미래.



# 두놈게임즈


"회사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두놈게임즈입니다.”


라고 대답할 때마다 상대의 반응은 피식이다. 왠 덜 떨어 보이는 놈들 둘이 나타나서는 ‘두 놈이요’라고 하니 묘한 매치가 웃길 수밖에. 사실 나에게는 이상한 성향이 하나 있다. 게임을 만드는 그 자체를 방해하는 모든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게 그것이다. 그래서 2년 전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수입 0원으로 2년동안 게임을 만든다고 생활하면서 법인은커녕 개인 사업자도 없이 대한민국 기준 ‘청년 백수’로써 지내왔고, 앞으로 쭉 불리게 될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도 '둘이 만드는데 두놈게임즈라고 하지 뭐’라고 별다른 고민 없이 툭 지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게 게임만 잘 만들면 되지 다른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괴팍한 논리에서 파생되었지 싶다.


독일 게임쇼에 가기 하루 전 급히 만든 명함. Develop Slave.


두 놈이 싸워서 이별한다면 한놈게임즈가 되는 건지,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었을 때는 세놈게임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게임 개발팀은 2015년 3월부터 시작되었다. 7년가량 다니던 게임 회사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도전적인 환경을 제공받을 수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맑은 눈으로 입사했던 초기에 비해 눈은 탁해져 있었고 목표는 없었으며 생활은 나른하기만 했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터질 것 같은데 기존 회사에서 채워지지 않는 이 욕망은 언젠가 한번 터뜨려야 할 것이었다.


"네가 안 벌면 내가 벌면 되지. 나는 다 계획되어 있으니 걱정 말고 도전하렴."


전생에 나라를 몇 번 구해야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내는 응원해주었고, 나의 결심에 조금의 걱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2년째 나를 대신해 가정을 유지할 돈을 벌어오는 것에 모자라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나의 대학 학자금까지도 갚아주고 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1인분은 가능하다고 스스로를 믿는 관대한 판단, 그리고 게임 자체를 분석하고 만들어가는 능력은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더욱 기가 막힌 자기애로 인해, 1년만 나에게 풀타임이 주어진다면 판을 뒤집을 게임 하나 내놓을 줄 알았다.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 퍼즐은 아트 리소스였다. 예전에 같이 회사 다니면서 몰래 아이폰 게임도 만들었었고, 최근까지도 같이 작업했던 ‘강재봉’(재봉틀처럼 열심히 리소스만 찍어내라고 ‘비하하며' 내가 붙여준 별명)만 있으면 계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결국 야생에서 함께 풀타임을 뛰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파트타임으로 일단 도와주기로 합의를 보았다.


"가자! 온실 밖 야생으로!"



# 야생 1호: 만물의 영장


처음 만들기 시작했던 게임은 야심 차게 스팀 플랫폼을 노린 '로그라이크 종족 번식’ 게임이었다. 2015년 3월 시작해서, 같은 해 10월까지 작업했으니 7개월가량의 프로젝트였다.


콘솔, PC게임을 더 좋아하는 게임 성향에 더해 경쟁이 극대화된 모바일 시장보다는 PC게임 시장이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경력 내내 만들던 것이 PC게임이니 플랫폼에 대한 적응도 필요 없었고, 그냥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평소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아이디어 중에 ‘종족 번식’이라는 것을 주제로 정하고, 랜덤성 가득한 세상에서 나의 종족이 먹이 사슬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해준다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작정 덤벼 들어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러프한 청사진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잘 알아보지 못하게 했고, 수준에 비해 과하게 높은 퀄리티에 대한 욕망은 재작업의 반복으로 이어졌으며, 최종적으로는 내가 지금 뭘 하려고 했는지조차 잃어버리게 된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 와서 그때의 실체가 없는 청사진이란 것을 다시 정의해보자면 ‘매판 어떻게 생겨나고 성장할지 모르는 나의 종족을 잘 진화시켜서, 어떤 위험이 존재하는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최고의 종족이 되어라’ 정도 인듯하다. 그리고 내 미래를 한 치 앞도 모르게 된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돼지들이여 하드디스크 속에서 영면하소서.
어딜봐서 7개월의 퀄리티란 말인가 1
어딜봐서 7개월의 퀄리티란 말인가 2
랜덤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기술적 레벨과 가능성은 꽤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은 아니었다.



# 야생 2호: 매드니스티어 라이브


2015년 10월 개인적 비극인 부친상을 겪었다. 만들던 게임의 진척이 굉장히 더뎌서 멘탈이 많이 힘들었던 시기에, 큰 일까지 겪으니 10월은 정상인의 멘탈 범주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직은 회사를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도와주고 있던 강재봉에게도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굉장히 커져 있었다. 최초 기획자 본인의 머리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게임의 리소스를 만들려니 재작업의 범위가 매번 얼마나 컸었는지 생각하면, 나는 양아치다.


정신 못 차리고 휘청대던 시기의 내가 걱정되었는지, 강재봉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분위기 전환 삼아 가볍게 모바일 게임 하나 만들고서 다시 만물의 영장으로 돌아오자는 것이었다. 강재봉이 제안하는 모든 제안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생각이었던 나는 받아들였다. 게임의 재미가 어떻든, 나의 취향에 얼마큼 맞아 들어가는지는 상관없었다. 그냥 내 미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재봉이 가져온 게임의 기획은 간단했다. 북미에서 Smashy  Roads라는 게임이 아주 잘 나가고 있는데 좀 단순하니, 기획을 조금 더해서 차량이 무기를 사용하고 사람도 칠 수 있으면 더 재밌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Smashy Roads라는 게임을 해봤는데 진심 재미가 1도 없었다. 현재까지도 그 게임은 내 기준에서 여전히 재미없다. 진짜 내 취향 아니다.


반대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한 영역에서 재미를 끌어낼 수 있고, 나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3개월짜리 공부인데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2부에 계속)


탈옥한 빌런!! 불타는! 도!로!주!행!
이걸 기획서라고 인정하고 게임을 만들겠다고 한 나도 진짜 대단하다.
1년 3개월을 뒤집고 푸닥거리를 했는데 결국 게임은 이 목록을 주로 이루었다.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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