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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May 21. 2018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2탄 - 3

인디게임 '레인드롭 팝' 개발기

3부. 두놈게임즈 이야기 #1


레인드롭 팝의 회고록에 더해 같은 기간 동안 두놈게임즈라는 팀이 어떤 일들을 경험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작은 인디 게임 개발팀이 게임 제작 외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 대리 체험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챕터는 2017년 5월부터 8월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  앵그리 레이서와 컬러레인 (2017.05 ~ 2017.06) 

 

앵그리 레이서는 2017년 7월 경에 재출시가 예정되어 있었고, 출시를 위해 많은 작업들이 필요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같이 일하는 회사도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에서 일해야 했다. 원래 손발을 맞추던 내부 인력이 아닌 새로운 팀과의 협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품이 많이 든다.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동시에 컬러레인을 출품하기로 목표를 세운 BIC Festival 2017의 마감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 달 반의 제작 기간으로 국내 인디 게임 전시회 중에서 가장 수준 높다고 평가받는 대회의 경쟁작으로 선정될만한 게임이 된다는 것은 우리의 실력이나 게임의 재미를 떠나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우리가 가진 장점이었고, 이번에는 목표를 잃고 방황하지 않도록 전체 지도를 미리 작성해놓았기에 집중해서 만들 수만 있다면 출품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는 해볼 만했다. 물론 준비 기간이 짧은 관계로 우리가 작업하는 모든 결과물이 실패하지 않고 버릴 것 없는 상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시간을 견디며 만들었던 컬러레인은 마감 직전이 돼서야 겨우 출품할 수 있었다.


마감이 가지는 효과 중에는 업무의 텐션을 끌어올려서 압축적으로 퀄리티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마감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탈진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살면서 그렇게 탈진해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쳐서 대략 일주일 간은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보냈던 것 같다. 좋은 음식도 많이 먹어보고 푹 쉬어봤지만 도대체 회복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 위기 (2017.06) 


겨우 출품을 마쳤던 2017년 6월 중순, 우리에게 결정적인 위기가 왔다. 부인이 대신해서 돈을 벌어주고 있던 나와 달리 외벌이였던 강재봉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버틸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해야 했다. 조금이나마 여유 있는 내가 계속 버티면서 작업을 하고 강재봉은 파트타임으로 도와주는 체제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BIC Festival 출품 마감에 정신이 없던 즈음에 경기 콘텐츠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게임 플랫폼 다변화 제작 지원 사업의 공고가 올라와있었다. 이름도 긴 이 제작 지원 사업은 페이스북 게임룸 플랫폼에 올릴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당시에는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와 컬러레인 작업을 병행하느라 도저히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아 포기했었는데 대회 출품을 하고 난 직후 추가 모집을 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지원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래서 강재봉이 이력서를 내두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지원 사업에 제출할 문서를 만들기로 했다. 지원 사업 쪽은 제출해야 할 문서가 매우 많았다. 게임에 대한 소개서를 쓰는 일은 기본이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써내야 하며, 발표 심사를 위한 피티 자료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새로운 게임으로 지원 사업에 도전해 볼 것인지 만들고 있던 컬러레인 프로젝트를 이용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지원 사업 기간이 7월 시작 12월 마무리라는 일정이었기에 기존에 만들던 프로젝트로 지원을 하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 컬러레인을 수정하여 게임룸 버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바꿔보겠다는 당찬 포부와 계획!

 

하지만 이전 회고록에서 언급했었던 한국 콘텐츠 진흥원 주관의 지원 사업에서 떨어져 본 기억이 있어 자신이 없기도 했고, 법인이 아닌 총 인원 2명의 개인사업자 개발팀이 지원 사업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가만히 앉아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느니 미약한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잡고자 시도해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정리해보자면 그 당시 우리가 기대할 수 있었던 미래는 앵그리 레이서가 운 좋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던지, 컬러레인을 잘 마무리해서 마지막 히트를 노리던지, 지원 사업에 합격에서 6개월 정도 수명연장을 하던지, 모두 다 실패하고 강재봉이 취업한 상태로 근근이 버텨보는 시나리오 정도였던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결과는 누가 보더라도 가장 마지막이 될 것임이 확실했다.



# 준비한 것들의 결과 (2017.07)


2017년 7월은 굉장히 다이나믹한 달이었다. 불투명한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여력이 닿는 한 닥치는 대로 준비했던 여러 가지 것들의 결과가 차례로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강재봉은 이력서를 보낸 곳에서 취업 불가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강재봉의 탈락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던 중 지원 사업의 서류 심사 통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며칠 후에 이어진 발표 심사에서 강재봉을 발표자로 내세웠다가 멘탈의 끝까지 털린 경험을 하고 말았다. 발표 심사장에서 나오자마자 빨리 이력서를 다시 돌리라고 이야기하며 앞으로 어떤 발표라도 내가 직접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며칠 후 지원 사업의 최종 업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게즈의 컬레!!

 

6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도전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이게 되었다.


지원 사업 합격 소식에 기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컬러레인이 BIC Festival 2017의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존경하는 심사위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겨우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남는 시간 쪼개서 만든 게임으로 지원 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고, 인디게임 행사의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되돌아보면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왔다고 느낄 때마다 어디선가 작은 틈이 열리고 그 기회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가 겨우겨우 연장되는 경험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야생 생활은 그냥 운이 좋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그리고 2017년 7월 17일,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가 글로벌 정식 출시되었다. 아직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게임의 재런칭 결과가 어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목표한 일을 하나 마무리 지었다는 점에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게임의 흥행 여부야 내 손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앵그리 레이서 라이브가 되어버린 (구)매드니스티어 라이브. 여기서 더이상 이름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

  

정리해보면,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간단하다. 앵그리 레이서 라이브의 업데이트 개발을 진행하며, 2017년 9월에 있을 BIC Festival에 가지고 나갈 컬러레인을 완성하고, 이와 병행하여 컬러레인을 페이스북 게임룸 버전에 맞게 옮기면 된다. 앞으로 6개월간 단 2명이.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작업이 없었지만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국가의 자금을 지원받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지원 사업이 가장 중요했다.


한 순간이라도 집중을 놓치면 모든 것이 흩어질지도 모를 정도의 일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리의 인력과 실력을 넘어서는 상태인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살 길이라면 잘 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 법인 설립 (2017.08) 


언제라고 할 것도 없이 어려움은 바로 찾아왔다. 지원 사업은 법인의 형태가 아니면 지원해줄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모집 공고에 개인 사업자도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지원을 했는데 어째서 법인 전환을 해야 하는지 따져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법인 전환을 하던지 지원 사업을 포기하던지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법인 설립을 해야 하는 선택지를 받아들였고 작업에 착수했다. 법인을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기존에 있던 개인 사업자를 폐업해야 했고, 담당 세무사도 고용해야 했으며, 법인을 등록할 주소가 있어야 해서 사무실이 필요했다. 법인 설립을 위한 외부 감사도 영입해야 했으며, 법인 통장 개설 및 초기 자본금으로 삼을 현금도 있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달 내에 일어났는데, 이 기간 동안 본업인 실제 게임을 만드는 데는 시간을 거의 할애하지 못하고 법인 설립을 위해 쫓아다니는 일에만 몰두했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해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무사히 법인을 만들 수 있었고, 지원 사업 계약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나마 걱정하지 않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렇게 본격적인 컬러레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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