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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스타 Sep 06. 2018

나의 인디게임 개발 회고록 2탄 - 8

인디게임 '레인드롭 팝' 개발기

8부. 회고, 미래


처음 계획보다 너무 길어져버린 회고록을 드디어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인디 게임을 만드는 과정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내용이나 분량이 꽤 무거워져 있음을 느낀다.


언급된 이야기 이외에 지원 사업을 하면서 있었던 일과 결과물 그리고 우리가 어떤 형태로 작업 환경을 구성해서 게임을 만드는지에 대해 더 써보고 싶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길어진 회고록의 복잡도를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 과감히 삭제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레인드롭 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잘한 점, 아쉬운 점 등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레인드롭 팝과 두놈게임즈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길었던 회고록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 잘한 점, 좋았던 점


먼저 게임의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것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마무리 지었다는 점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끝을 맺어보는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끝까지 잘 도착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게임 플레이가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접근 방식 중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기존에 익숙하고 유명한 게임을 참고해서 아쉬운 점을 보완하거나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서 그것을 강화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증된 시스템과 재미 위에 우리만의 독특한 해석을 더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방법 말이다. 전작인 매드니스티어를 만들면서 접근했었던 제작 방식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고민하고 만들어 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참고할만한 적당한 대상이 없어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리도 새로운 재미라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국내외 여러 행사를 참여해 보는 것을 통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게임 외적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외부 행사를 나가는 것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서 참가하고 싶다.


또한 우리의 힘으로 다음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마지막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기 시작했고 실제로 끝을 준비했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몇 가지 행운을 거머쥔 덕에 길지는 않지만 다음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 잘못한 점


레인드롭 팝을 처음 만들 때 정했던 게임의 장르는 퍼즐이었다. 그리고 퍼즐 장르에 어울리게 여러 가지 의사 결정이 이어졌다. 게임의 외형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게임 플레이가 퍼즐보다는 슈팅 게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퍼즐 게임의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플레이 해보면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 선호할만한 형태로 완성되어 있었다. 퍼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껴서 설치하게끔 유혹하고서 실제 플레이는 그들이 기대하는 느낌의 게임 플레이를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결론이다.


차라리 비라는 정서와 퍼즐 장르에 집중해서 좀 더 쉽고 단순하며 느린 템포의 힐링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최초의 구상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후회를 해본다.


또한 과거의 경험이 일천하고 그것을 구현할만한 충분한 자원이 부족함에도 마을 재건을 위한 컨텐츠를 위해 기존 메이저 게임에서 적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 일정상의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홍수의 위험에 있는 마을을 재건하는 느낌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이런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 시간과 물량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런 정서를 플레이어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조차도 잘 몰랐기에 일정 지연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나는 여전히 게임 플레이는 재미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구간까지 플레이어들이 떠나가지 않게 강하게 붙들어주는 작업을 정교하게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설치하고 플레이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설치한 사람들조차 길게 유지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데이터를 보면서 초반 설계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규칙이 새롭다 보니 일단 규칙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었다. 그렇다고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할수록 플레이어들이 너무 지루해한다는 것을 여러 게임 행사를 다니며 실제 서비스를 하며 느꼈다. 자연스럽게 게임 플레이에 녹아들어서 규칙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해버렸지만 말이다.


초반에 이탈률이 심한 데이터를 보고 그제야 아차 싶어 다른 게임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잘되는 게임들이 초반에 유저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얼마나 세세하게 계속해서 장치를 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보고 나니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고 만들었다고 자부했던 것에 대해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만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대규모의 플레이어가 설치하는 기회가 온다고한들 그것이 실제 레인드롭 팝의 플레이어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기에 치명적으로 잘못한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유발한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전체적으로 4개월을 예상한 프로젝트가 결국 1년 4개월이 걸렸으니 일정을 예측하는 방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또한 게임을 만들면서 즉흥적으로 새로운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 프로세스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난 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아직 우리가 부족하거나 지난 실패를 밑거름 삼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될 점이다.




# 레인드롭 팝의 미래


레인드롭 팝은 현재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정식 출시를 해두고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어떤 점이 잘 못되었기에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는지 하루 종일 써도 다 못쓸 정도로 정리를 해두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현재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 내에서 분석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된 것들이라 사실은 또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여전히 재미있고 유니크하다고 믿고 있는 게임 플레이에 어울리는 옷을 새로 입혀서 재도전을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제목이 레인드롭 팝 2가 되지는 않겠지만 정체정에 있어서는 2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오랜 시간 고생해서 만든 게임을 방치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심리적인 도피처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그래서 현재 만들어진 게임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컨텐츠와 이런저런 보완책을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하고 있다.


과자 컨셉 마을이 예쁘게 잘 나왔당께요.



이제서야 더 풍부하고 재밌는 게임 플레이를 만들줄 알게 되었는데. 흙흙 ㅜ_ㅜ


결국 레인드롭 팝의 개선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아예 판을 뒤엎을 2탄까지 병행하는 애매한 자세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최종적으로는 한쪽을 택해서 집중해야 하겠지만 어떤 선택이 좀 더 성공 확률이 높은 지는 아직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 두놈 게임즈의 미래


우리에겐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우선 레인드롭 팝의 재기를 위한 작업을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잘못한 것을 분석해서 좋아지는 방향으로 게임을 개선시켜보는 연습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방식이 기존의 게임을 개선하는 것이 될지 아예 새로운 판 위에서 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레인드롭 팝을 시장에 연착륙시키고 이어서 제작하려고 했던 신작 게임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프로토타입까지 완성되어 재미는 검증을 마쳤고 실제 작업을 위한 컨셉 및 기타 시스템에 대한 정리만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레인드롭 팝의 재건 프로젝트가 있으면서도 이 작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이 게임이 두놈게임즈의 2019년 농사의 본체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앞으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더 연장시키는 것이 이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주요한 목표다. 실패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팀에게 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마치며


이전에 게임 회사를 다닐 때 확고하게 진리라고 믿고 있었던 생각은 게임은 “재미”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사람들이 알고 찾아와서 즐겨준다는 것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좋은 그래픽, 죽여주는 마케팅이 없어도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확신했고 자신만만했으며 이게 정답이라고 게임 제작의 비기를 전수하듯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다. 게임의 이치를 알아버린 내가 독립만 한다면 무조건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오만했고, 아무것도 몰랐다. 특히나 나의 컨텐츠에 직접 닿게 될 사람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감동시키는 방법 자체를 몰랐다. 그러면서도 컨텐츠 자체의 매력만 있으면 알아서 몰려들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독립해서 삼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보니 재미도 어필할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재미로써 동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수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능동적으로 게임을 찾는 사람들의 비율이 낮은 시대에 스스로 사람들이 몰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는 이 부분을 보완하는데 많은 신경을 쓸 생각이다.


훗날 나는 이 시간을 무어라 평가하고 있을까.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얻게 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법에 대한 힌트를 이어 붙여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이야기할지, 오만하고 능력 없는 자가 좋은 기회를 만나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으나 결국 뜻은 이루지 못했다고 평가할지 말이다.


다행이라면 지금 이 시간을 평가할 미래가 아직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재미있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는 해피 엔딩을 만들 수 있도록 현재 주어진 기회에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벌써부터 다음 게임의 회고록은 어떻게 써질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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