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전략과 문화의 조합
3줄 요약
- "전략X문화"의 조합이 중요합니다.
- 쿠팡은 "전략의 해상도"가 토스는 "문화의 자율성"이 강점인 회사 입니다.
- 둘 모두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상황에 맞게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0.
"어떻게 하면 우리회사도 쿠팡이나 토스 같아 질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자주 듣게 되는 말 입니다.
"네카라쿠배당토"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와 롤모델이 되는 회사는 단연코 쿠팡과 토스 입니다.
둘 모두 바닥에서 시작해서 "커머스" 와 "금융" 이라는 엄청나게 큰 시장의 왕이 되었고,
카리스마 넘치는 창업자가 강철 같은 의지와 엄청난 역량으로
회사를 데카콘(=기업가지 10조가 넘는 회사) 까지 키워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쿠팡"과 "토스" 의 성공 방정식이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크게 보았을 때는 비슷할 수 있습니다.
- 큰 시장(커머스, 금융)에서 moblie penetraion의 바람을 타고 시장을 장악했고
- 카리스마 있는 한 명의 리더가 조직을 강하게 이끌었고
-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면서도 긴 시간을 들여 시장을 장악했고
- 기존의 공룡들이 자리잡은 시장에서 0에서 시작해서 1위가 되었고
- 빠른 실행을 강조하고
등등..
하지만 조금 구체적으로 둘의 성공 방정식을 뜯어 보면, 둘의 성공방정식은 비슷하기 보다는 정반대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두 회사를 "전략X문화" 의 조합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전략은 "회사의 한정된 자원을 중요한 것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 입니다.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회사가 집중해야 할 한 가지를 "구체적" 이게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만큼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 이라는 것은 직접 문제해결을 하는 개별 실무자들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지시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물류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당신은 우리 물류창고에서 일할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아오세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회사의 전략의 구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앱의 트래픽을 더더욱 증가시켜야 합니다. 앱의 트래픽 증가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니 개별 실무자 분들이 직접 판단해서 trial and error를 반복해 주세요." 라는 말을 한다면 이는 회사의 전략의 구체도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문화는 "회사의 일하는 방식" 입니다. 대표과 관리자가 볼 수 있는 곳에서 회사를 관리하는 도구는 "규율" 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문화" 입니다.
가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아직 우리 회사는 초기여서 문화가 없어요"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의 진공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표가 팀의 문화를 정립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각자에게 익숙한 일하는 방식을 가져와서, 소리없이 회사에 이식하게 됩니다. 다만 이것이 명문화 되고 공표되지 않았을 뿐, 문화의 진공상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어도 6시가 되면 다들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을 한다면, 그 회사는 목표의 달성보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중요시 하는 문화가 있는 것 입니다.
전략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구체도(해상도)"를 이야기 했는데요.
같은 구조로 문화를 나누는 기준은 "자율성"입니다.
(이번 글에서 제가 활용하는 기준일 뿐 입니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 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애자일" 하게 일하고, "탑-다운"을 지양한다고 말 합니다.
제가 보는 자율성이 높은 문화는 "의사결정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아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 을 지향하고 "탑-다운"을 지양한다는 대표님들에게, 그러면 실무자가 대표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대표님이 challenge and commit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잘 대답하시지 못합니다. (혹은 말은 그렇게 해도, 행동은 아닌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물류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당신은 우리 물류창고에서 일할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아오세요." 라는 말에는 "의사결정 권한" 이 상위 직책자와 대표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율성이 낮은 문화 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앱의 트래픽을 더더욱 증가시켜야 합니다. 앱의 트래픽 증가에 회사의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니 개별 실무자 분들이 직접 판단해서 trial and error를 반복해 주세요." 라는 말에는 "의사결정 권한"이 개별 실무자에게 있음을 의미 합니다. 자율성이 높은 문화 입니다.
물론 실무자의 "의사결정 권한"이라는 건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이 A로 하라고 한 것을 해당 하는 업무의 실무자가 본인 판단하에 (대표님은 끝까지 A라고 생각해도) B로 의사결정을 바꾸어서 실행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회사의 자율성이 높은지 낮은지는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3.
정리하자면, 회사의 "전략의 구체도"가 높은지 낮은지와 "문화의 자율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가지고 회사를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럼 이제 쿠팡과 토스의 사례를 직접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쿠팡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셨던 것 처럼,
쿠팡의 경우 "전략의 구체도"가 높고, "문화의 자율성" 이 낮은 회사 입니다.
저는 쿠팡이 "구체도가 높은 전략"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의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에게는 "아마존" 이라는 커머스의 명확한 성공사례가 있었습니다.
쿠팡 초기에 김범석 대표는 매주 주말 마다 일본에 가서, 아마존 재팬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 했습니다. 주중에는 엄청나게 높은 강도로 일하고 주말 마다 일본에 가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에서 아마존에 대한 김범석 대표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 입니다.
그리고 아마존 본사에서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일했던 사람들은 어떤 비용을 지불하고 라도 고용을 하거나, 인터뷰를 해서 아마존의 성공 레시피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쿠팡은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기반으로 "구체화된 전략"을 김범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실무자들에게는 구체화된 전략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 하는 것이 요구되었고, 실무자들의 의사결정권한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5년 소프트뱅크의 1조 투자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졌고, 실제로 대표님이 회의자리에서 "우리는 애자일 조직이 아니다" "생각하지 말고 아마존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해라" 라는 말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토스 입니다.
토스는 "아마존"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포괄하는 "금융 플랫폼"이 된 사례는 토스가 유일 합니다.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서 인구(5000만) 대비, MAU(1300만) 비중이 25%가 넘는 사례도 토스가 유일 합니다.
즉, 토스는 "구체화된 전략" 을 짜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토스가 금융 플랫폼이 되었고 토스 뱅크와 토스 증권 까지 사업군이 확장되어 있지만, 최초 토스의 사업 모델은 "송금으로 트래픽을 모으고, 간편 결제로 돈을 번다" 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 모델은 높은 송금 수수료(비용)와 낮은 결제 수수료(매출)로 인해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송금으로 트래픽을 모으고, 대부업으로 돈을 번다" 였습니다.
토스는 직접 "토스대부"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토스 앱 내에서 소액대출 서비스를 오픈하였습니다. 당시 2016은 미국의 "랜딩클럽"을 필두로 국내에서도 P2P대출 서비스의 인기가 정점을 찍은 시기였습니다. 토스 입장에서도 "토스대부"를 설립하고 소액 대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토스대부"는 의외의 곳에서 역풍을 맞았는데요. 트위터에서 "토스는 대부업체고 토스 송금을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라는 악성 바이럴이 돈 것 입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지만, 당시 토스는 폭증하는 탈퇴자와 악화되는 여론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액 빌리기 서비스를 종료하고 "토스대부" 법인을 정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론과 탈퇴자를 무시하더라도, 소액 빌리기 서비스 역시 "송금 수수료" 비용을 상쇄하기에는 턱업이 부족한 매출이었습니다.
그래서 토스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율성의 문화"에 올인했습니다.
"구체화된 전략"을 짜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권한"을 주어서 이들이 직접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수많은 trial and error를 토대로 찾아내도록 한 것 입니다.
그리고 토스는 "자율성의 문화"에 기반해서 PO로 대변되는 실무진들에게 100%에 가까운 의사결정 권한을 주고, 이들이 "2금융권 대출 광고", "송금 지원금", "행운퀴즈", "재난지원금" 등등의 수많은 히트 서비스들을 출시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4.
정리하자면,
쿠팡은 "높은 전략의 구체도"에 강점이 있었고, 토스는 "높은 문화적 자율성" 에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양립 가능하지 않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대표와 경영진이 구체적인 전략을 도출해 냈는데, 실무자가 본인의 재량으로 해당 전략을 따르지 않는다면, 엇박자를 반복할 뿐 입니다.
서두에 얘기한 "네카라쿠배당토"를 다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 중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로 불리는 쿠배당토를 다시 보면, "쿠팡"과 "배민"가 한 그룹에 "당근마켓"과 "토스"를 한 그룹에 묶을 수 있습니다.
이 분류의 기준은 "전략의 구체도" 와 "문화의 자율성" 중 어디를 강조했느냐 입니다. 실제로 실무자들 사이에서 당근마켓은 "따뜻한 토스" 라고 불리고, 배달의 민족은 제도적으로 쿠팡과 유사한 지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day1 에 확장 가능한 명확한 매출과 BM이 있었는가" 를 기준으로 나뉘기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적어보겠습니다.)
5.
자 이제 여러분 차례 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우리 회사가 "전략"과 "문화" 중 어디에 힘을 줄 것인지는 시장 상황, 경쟁사, 정부 규제, 대표님의 성향, 등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회사의 성장 과정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과 "문화" 모두 중요하지만,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둘 중에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 입니다.
또한 "쿠팡"과 "토스"의 길 중 어느 길을 갈지 선택 했다면, 이를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일관되게 "실행"해야 합니다. 어느 길을 갈지 선택하는 것 만큼이나, 선택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과 "일관된 실행"이 정말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3줄 요약
- "전략X문화"의 조합이 중요합니다.
- 쿠팡은 "전략의 해상도"가 토스는 "문화의 자율성"이 강점인 회사 입니다.
- 둘 모두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상황에 맞게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