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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 Oct 15. 2020

[D-23] Prologue

홋카이도 삿포로로 이주합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집필한 소설이며, 지금부터 약 20년도 훨씬 전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읽어 지금까지 20번도 넘게 읽었던 나에게는 인생 소설이다.


원제는 [羊をめぐる冒険], 한국 번역본으로는 [양을 쫓는 모험]이라고 소개된 책이지만 나에게는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각인되어 있다.  (열림원에서 출판한 버전에서는 그대로 '양을 둘러싼 모험'이라고 되어 있지만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한 버전에서는 '양을 쫓는 모험'이라고 되어있고 대중적으로도 그렇게 불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 이유도 근거도 없이 이 소설을 읽으며 일본 홋카이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

그 이후 스위스 또는 일본 홋카이도의 양목장 주인이 되는 것이 이번 현세의 최종 목표가 되었으며  42세가 된 지금도 그 꿈을 향한 도전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다.


이 계기와 꿈 덕분에 일본에서의 취업 및 이직 면접 시 교과서처럼 물어보는 질문에 꽤 자연스럽게 대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면접관 : 왜 일본에서 살려고 해?

SEON : 고딩 시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좋아했고 그 소설 덕에 일본의 레트로 한 문화가 끌렸고, 최종적으로 홋카이도에서 양목장을 하는 게 꿈이라서 그래. 그래서 독일어도 공부하고 일본어도 공부했는데 일본어가 더 빨리 머릿속에 들어왔을 뿐이야.


외국인의 면접을 자주 했던 면접관들은 기본적으로 저렇게 물어보면 95% 이상의 대답이 애니메나 드라마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서 대화의 연결점을 찾지 못했는데 나의 경우는 조금 별난 대답이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말을 면접 이후에 피드백으로 많이 받고는 했다.


덕분에 면접 시 기술 관련 대화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소설이라던가 다른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적도 많았고 홋카이도 이야기라던가 일본 지방 이야기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꽤 좋아졌던 적이 많았다.


뭐 딱히, 

면접을 위해서 저런 꿈을 갖게 된 건 아니지만.


2012년 8월 25일


일본 첫 여행.


부산에서 출발한 이유는 단지 돼지국밥이 먹고 싶어서.


대학원 졸업 이후 꿈을 향한 노력은 계속되었으나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좀처럼 진행되고 있지 않았던 그 무렵 처음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고민 없이 홋카이도를 선택해 가기로 결정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일본인들은 공기가 좋다는 표현을 할 때 [공기가 맛있다.(空気が美味しい)]라는 말을 자주 한다.

2012년 당시 그나마 서울의 공기는 지금처럼 미세먼지의 문제가 많이 적었을 때였음에도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기분이 [공기가 너무 맛있어.]였다.


8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날씨와 함께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들은 이온음료처럼 시원하고 맑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홋카이도 여행에서 내내 떠올랐던 문장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데뷔작인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였다.


홋카이도의 신호등은 대부분 세로다. 눈이 쌓이는 면적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란다.


문득 고개만 올리기만 해도.


아오이 이케(青い池)


홋카이도 비에이(美瑛) 마을


그리고 이 3박 4일의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로 결심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잖아.


   참.

어릴 적부터 어른들로부터 너무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동료들에게도 들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후배에게까지도 듣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일본을 동경하다 일본으로 갔고, 3년 만에 포기하고 귀국한 지인이나

캐나다나 호주로 워홀을 갔다가 관광이나 간접적으로 접했던 감동과 실제로 살면서 느끼는 현실의 괴리를 감당하지 못해 돌아온 친구나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지인들로부터도 들었으니까.


그래서?


뭐가 문제일까.


내 이상을 현실과 타협해 맞춰가면서 사는 것도 재밌고.

내가 살고 있는 멋대가리 없는 현실을 내 이상에 가깝도록 바꿔가면 사는 것도 재밌던데.


때로는 내가 던진 공이 목표를 향해 시속 300킬로미터로 날아갈 때도 있고, 

역풍이 불어 재자리가 될 때도 있을 테고,

던지는 힘이 부족해 한 시간 동안 5미터도 날아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재밌던데 난.


직장은 도쿄입니다.


여전히 직장은 도쿄이다.

정직원으로써 큰 사고 없이 근무하고 있으며 

충분히 만족을 하며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직장 소속으로 지낼 것 같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의 말도 안 되는 짜부 지하철이나 동일한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밀집할 수 있는지를 매일같이 테스트하는 도쿄는 도대체 정이 가지 않는다.


신주쿠 스크램블


할로윈 신주쿠


물론 생활의 편리함이나 세련된 멋이 있는 곳도 많은 곳이 도쿄이지만.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도쿄는 관광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내가 삿포로로 가는 것에 대해 동의를 해주었고.

계속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변경해주면서 지원을 해주었다.


이젠.

지금 살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공간이자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상을 향해 

진행하면 된다.


도쿄가 그립다면 여행하는 기분으로 회사에 가끔씩 들를 때 오는 것으로.



또 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seon-startup


4년 전부터 아주 간간히 위의 글을 쓰면서 일본의 생활에 대해서 또는 일본 회사 생활에 대해서 기록을 해왔습니다.

올해 2월 정도부터 세상이 변하고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의 분위기도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10번의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살고 지내면서 여러 가지 고민도 하고 생각해온 결과.


오랫동안 꿈꿔왔던 홋카이도로 이주하기로 했고.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내용은 위의 매거진에서 조만간 정리해서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홋카이도 삿포로에 거주지가 결정된 상태이며 (계약까지 완료)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0년 11월 7일부터는 삿포로에서 생활하게 되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 매거진을 통해 간간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기 형식으로 가볍게 매일 정리하려고는 하는데

게을러 빠진 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위의 매거진은 그대로 테마에 맞춰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일들이나 느낌을 정리할 예정이고

이 매거진은 삿포로에 살면서 느끼는 또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가볍게 (되도록 자주) 올려볼까 합니다.


여전히 재미없는 세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은 아니지만 꾸준히 와서 읽어주시는 분들이나 간간히 연락을 주시는 분들에게는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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