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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 Mar 24. 2023

이원우, 작품이 코미디언이 되길 바라는 작가.

PKM 갤러리, 이원우, ⟪YOUR BEAUTIFUL FUTURE⟫.


PKM 갤러리, 이원우 :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2023.02.28-2023.04.01.

따사로워지는 봄, 삼청동에서는 이원우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Installation view of Wonwoo Lee_YOUR BEAUTIFUL FUTURE-1 (사진 PKM 갤러리)



관광객들로 붐비는 삼청동 거리를 따라 한창 걷다 보면, 사람보다 주변의 고즈넉함이 눈에 들어오는 시점이 찾아온다. 갤러리들과 주택가가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는 청와대 옆, 이원우의 작업을 만나기 위하여 PKM 갤러리를 찾았다.


이원우의 작업에 대하여 검색을 하다 보면 '익숙한 현실에 균열을 낸다’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엇에 균열을 낼까. 또 어떻게 균열을 낼까.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 문을 열었다.



Wonwoo Lee, YOUR BEAUTIFUL FUTURE, 2023 (사진 PKM 갤러리)


전시장 문을 열면 형형 색색의 평면 위로 부유하는 글자들이 관람자들을 반겨준다. 이원우의 <Air Words> 시리즈다. 우리의 일상, 하루, 계절과 삶에 대한 명랑한 글귀들이 다채로운 그라데이션 위에 적혀 있다. 색상은 글귀와 잘 어우러진다. 금속 판넬 위에 새겨진 “The Sun is orange”나 “Summer Dance” 와 같은 각각의 글귀들은 하나같이 신이 난다.


 판넬 위에는 관람자의 모습이 반사된다. 판판한 색상과 글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색상이나 글귀와 연관된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들은 작가가 선정한 색상 스펙트럼과 묘하게 어우러진다.



Wonwoo Lee,  Heavy Light 시리즈 , 2023 (사진 PKM 갤러리)


<Air Words> 시리즈를 지나 두 번째 갤러리로 들어가면, 가벼우나 결코 가볍지 않은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갤러리의 중심에는 ‘LIGHT”라는 문구가 새겨진 육중한 바위들이 놓여있다. 코카콜라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글꼴은 각 글귀의 경쾌함을 한층 배가 시킨다.






작가는 식당이나 거리에서, 심지어는 헬스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다이어트 콜라'를 비틀어낸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콜라와 다이어트 콜라에 함유된 설탕량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에도, 다이어트 콜라가 체중 감량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되려 단맛에 대한 중독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더욱 건강에 해롭다고 하니, '다이어트'라는 글귀만 보고 콜라를 구매하는 것은 기업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꼴일 테다.


작가는  “DIET”라는 글귀는 정신승리를 위한 상술에 불과한, 콜라를 한 캔이라도 더 팔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무거운 돌 위에 새겨진 'Light'라는 글귀로 '가볍게' 비판한다. 작업들을 보고 있으면, '다이어트 콜라'란 무거운 돌덩이 위에 "가볍다"라는 글귀만 붙은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싶다. 돌덩이들 옆에 놓인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공 모양의 캔, 그리고 커다란 평면 위에 기록된 DIET라는 글귀 역시 소비자를 현혹하는 기업의 속임수를 이원우만의 해학을 통하여 위트 있게 비판하는 작업물들이다.





Wonwoo Lee, Fat coke, 2023 (사진 PKM 갤러리)



동시대 미술 전시는 재밌기 쉽지 않다. 사람들의 흥미가 돈이 되는 시대에, 세상에는 재밌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에 미술관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공간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원우의 전시는 재미있다. 작가는 작업물들이 ‘원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나 대신 코미디언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가 충분히 위트 있고 흥미로웠으니, 이 정도면 성공 아닐까.



            실린더 전시 때부터 볼 수 있었던 복슬복슬한 AI 트로잔 역시 전시장 한 켠에 있었으나,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이 똑똑한 AI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고 하던데, 털북숭이 AI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재밌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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