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10년의 기록》전시 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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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십 대, 그리고 지난 10년 간의 전시.
“상이 절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에는 구멍이 많다. 하지만 상은 대대로 괜찮은 아카이브가 된다. 계보도 된다. 세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증거도 된다. 아, 돈도 준다. 명예도 조금 준다. (마음이 하는 일, 오지은, p.8-9)
오지은의 에세이를 읽던 중, 올해의 작가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대필한 듯한 대목을 발견했다.
올해의 작가상은 수상 작가에게 절대적 권위를 주진 않는다. 결점이나 흠이 없는 완벽한 시상 기준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봤자 AI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올해의 작가상은 좋은 아카이브다. 그간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또 하나의 계보를 만들고, 요즘 우리 작가들이 어떤 시선을 가지고 무엇을 중요히 여기며 세상을 바라보았는지에 대한 증거가 되어왔다.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는 소수의 작가들이 한국 미술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순 없지만, 올해의 작가상은 현대미술이 낯설게 느끼는 대중들이 조금 더 친근하게 우리의 현대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왔다.
2022년, 이 <올해의 작가상> 제도가 10주년을 맞이했다. 올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수상 작가를 찍는 재미와 함께 전시장에 머물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올해는 따로 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만일 올해를 노렸던 작가가 있다면, 그리고 나처럼 관심을 가지고 기다린 이들이 있다면 조금 아쉬운 결정일 수 있을 테다. 그러나 올해는 ‘올해의 작가상' 제도 자체를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지난 10년간의 올해의 작가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준비되어 있다. 나름대로 과감한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전시장에는 10년 간 후보에 오른 다양한 작가들, 그리고 수상한 작가들의 인터뷰와 전시를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손길들이 담겨있다. 지난 10년간 올해의 작가상을 깊이 애정해 왔다. (물론 아주 비판적인 시선으로 전시를 감상했던 해도 있었지만.) 때문에 거의 매해 전시장을 방문했었다. 이렇게 작가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그 작가의 그 작업'을 감상하던 당시의 나의 일상 기억이 맞물려 떠오른다. 전시장 곳곳에는 추위가 서린 입김과, 국물이 유난히 뜨거웠던 칼국수와, 조심스럽고 때론 신랄했던 토론과 또 말과 함께 들이켰던 커피가 떠다니는 듯했다. 수상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는데, 대학을 다닐 때 만났던 작가들,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방문했던 해의 전시, 그리고 교수님과 수강생들과 함께 방문했던 전시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돌아보면 나의 20대는 이들의 예술을 야금야금 먹으며,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우리가 함께 먹은 작업들을 되짚어보고 떠들고 소화시키며 성장했다. 그리하여 ⟪올해의 작가상 지난 10년 간의 기록⟫은 대학 진학과 동시에 마음에 꾹 눌러두었던 무용한 예술을 사랑한 기록들의 집합이 되어주었다. 만약 올해의 작가상을 꾸준히 방문했던 이들이라면, 올해의 전시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소비했고 담아두었던 예술의 흐름을 반추하기에도 좋은 전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