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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상담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

by 김혜진


25.03.18,화 / 눅 16:14-18



> 묵상

이 땅에서의 높임과 관계없는 하나님 앞에서의 높임과 미움에 대해서 예수님이 설명하신다.

율법을 따르면서 위선적인 우리를 꼬집으시는 예수님이다.


상담자로서 첫 내담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날씨가 다시 겨울이 되었고,

오늘은 눈이 온다.


과연 내담자가 올까? 상담자로서 잘 할 수 있나? 하는 불안과 걱정이 있다.

애초에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잘하고 싶은것에서 온다. 잘하고 싶은 내 생각대로 안될까봐 염려되어 온다.


상담을 잘한다는 것은 뭔가? 내담자가 문제를 효과적으로 넘어서는 거?

가지고 있던 패턴들을 발견하고 통찰을 얻는거?

상담이 약속된 시간에 잘 오고 종결까지 이르는 것?


그것들도 물론 상담이 잘 끝난 것이지만

실제 상담을 통한 효과는 심겨질 때도 많다.


긴 시간 내담자 경험을 해보니 그랬다.



‘이게 과연 효과가 있나?’싶지만 심겨진 채 후에 통찰을 얻고 변화된 적도 있고,

당장 통찰을 얻어 관계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도 있었다.

물론 아닌 상담도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게 과연 상담자의 잘못이었을까? 싶기도 한 상담이다.

당시의 나는 나를 방어하기 바빴다는 걸 상담을 공부하고 알게 되었으니까-

어쨌든 이런 걸음, 저런 걸음들이 있다.



내담자일때도 눈에 보이는 효과가 짠하고 있길 바라며 상담에 대해 환상을 가지기도 하는데,

상담자인 나도 상담이 내가 느끼게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있다.



그런데 오늘 말씀에




... 스스로 옳다 하는 자들이나 너희 마음을 하나님께서 아시나니
사람중에 높임을 받는 그것은 하나님 앞에 미움을 받는 것이니라 (눅 16:15)






상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스스로 받는다 해도, 그 '옳다'는 나의 생각이다.

때론 옳지 않음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스스로 만족하는 상담을 마치고 높임을 받고 싶어하는 내게 말씀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높임과 낮음이 아니라고

오늘 난 말씀을 보고, 기도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지혜롭게 충성된 청지기가 되면 된다고 하시는 거 같다.


어떤 욕심을 갖게되면 두려워지게 된다.

그 두려움에 노크를 하고 주님이 들어와 욕심을 내려놓게 하시니 두려움이 조금씩 걷히는 거 같다.



오늘 나의 일은 그냥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역할을 하면 되는 거.

아무리 훌륭한 상담자여도 내담자에게 개입해서 일하시는 것, 그가 자신을 넘어서고 고통스러워도 직면하는 힘은 주님이 주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살면서 많이 느꼈다.

내담자에게 성령님이 일하시기를, 나또한 그러하기를 기도한다.

삶의 역동을 감당할 힘을 주시라고 기도해야지.



> 삶

센터에 조금 일찍 도착해 기도하고 어제 정리한 접수면접 상담 구조화를 한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상담 후 내담자와 나눈 내용을 기록하기 전에 기도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임하겠습니다.




> 기도

주님, 이 땅에서의 높임과 관계없는 주님의 나라가 있어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아니었다면 끝없이 높아지고, 잘하고 싶고, 잘해내기 위해 너무나도 애쓰며 제가 하는 일들을 성과로 여길 수 있는 저인데 그것이 아니라 저의 역할에 충성을 다하지만 주님이 제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내담자에게 머무를 수 있길 기도합니다. 나는 그의 삶을 모르오니 겸손히 듣게 하시고, 그의 마음과 생각에 귀기울이게 도와주세요. 눈이 왔는데 오고가는 길 저도 내담자도 안전하게 오고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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