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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소영 코치 Mar 06. 2023

번아웃에서 벗어난 나만의 방법

내 몸에 집중하여 내 몸이 하는 말을 듣기. 

작년에 코로나 후유증으로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몰려드는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가을쯤부터는 정말 힘에 부쳤다. 인생의 아주 큰 부분을 번아웃으로 소비시킨 사람으로서 일주일에 두 번씩 수액을 맞는 삶이 돌아온 것에 대하여 큰 워닝이라 느꼈고, 이에  취소할 수 있는 일정은 정리해 가며 12월 중순부터 1,2월의 방학을 준비했다.


1월은 ‘넷플릭스’로 아주 굵은 획을, 티빙과 웨이브로 잔가지를 만들었다. 너무 지친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서 일단 침대나 소파에 누어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한 많이 드라마를 격파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들을 다 보기 시작하면 몇 년 전 드라마, 지겨우면 영화, 가끔 다큐까지. 그러나 지금 어떤 것을 보았느냐 물어보면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만큼 그 시간은 눈뜨고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보내고 나니 좀 살 만했다. 분리수거를 하고, 청소를 하며 빨래를 할 수 있게 되자 좀 사람처럼 살게 되었다는 생각에 벅찼다.


그래서 2월은 사람도 만나고 공연도 보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던 시간이 되었다.  이제 맥주 한두 잔 정도는 몸에서 허락할 수 있고, 극장에서 2시간 정도 앉아있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의 체력이 되자 이제 사회인이 되었구나 란 생각에 더 가슴이 벅찼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몇 단계의 레벨업이 두세 달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게 좋아진 것에 대한 비법을 공유하자면.. 

일단, 무조건 몸이 당기는 것, 내가 신이 나는 것만 했다. 이 것 하면, 이렇게 하면, 이것을 먹으면 좋을 거야. 란 사회적 통념, 전문의의 조언, 나의 생각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 대신 몸에게 계속 물어봤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무엇을 입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신이 나는지. 그리고 답이 나올때까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고요하게 기다렸다. 참을성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 기존에 근 10년을 하던 요가를 끊은 것이다. 요가는 6개월 선납을 해서  3개월 정도의 기간이 남아있었는데 요가를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겁고 신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과감히 안 갔다. (머리로는 그게 얼마인데~~라는 말이 아직도 메아리를 친다.) 


의사가 먹으라고 하던 영양제와 약도 최소한으로 남기고 다 먹지 않았다. 

그 대신 몸이 어떤 것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계속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오래 걸려서 이게 맞는 방법일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하나 답이 나오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나는 빵과 커피를 먹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것들은 내 머리가 가장 사랑하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 몸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커피는 8주 정도 안 먹고 있고 빵은 외부에서 누구 만날 때만 (열흘에 한 번 정도?) 먹는다. 나는 커피를 단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물론, 담배 끊는 고통이 이런 거겠구나 하는 금단증상 2주 구간도 있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생각나는 커피가 두통을 일으키며 몸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나 또 이 구간이 넘어가면 안 당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잘 넘겼다. 지금도 하루에 한두 번쯤 생각나는데, 마치 술자리에서 금연한 사람이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좋아지자 몸이 움직이고 싶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재미있는 운동이 무엇일까 하다 찾은 것이 바로 자이로토닉이다. 

처음에는 필라테스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무엇보다 관절을 다 풀고 공간을 만들고 안 쓰는 근육에 대한 인지를 뇌를 통해 계속해서 와 이거 계속하면 치매 안 걸리겠는걸?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몇 년 동안 앉아만 있던 삶이어서 하지정맥이 꽤 심했고, 골반통에 어깨도 안 좋고 당연히 거북목. 게다가 어렸을 적 다쳤던 발목과 무릎까지, 제대로 된 관절이 없던 나였는데 불과 두 달 만에 대부분의 통증이 사라졌다. (20년 동안 도수치료, 한의원, 추나요법등에 쓴 돈과 시간은 어떤 의미였는가…! 이리 단기간에 없앨 수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완전 팬이 되고 있는 중이다. 개인레슨이라 꽤 비용이 상당해서 수업 들을 때마다 “돈 많이 벌어서 계속해야지”라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들끓는다.

 돈 벌자 소영아. 

손예진도 한다고 해서 나름 유명해졌다는..





제가 다니는 곳 인스타입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알렉산더테크닉도 큰 도움이 되었다. 

몸에 불필요한 힘을 빼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움직이는 것을 알려주는데 생각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평생 긴장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싶었다. 중간에 선생님이 인도로 공부하러 가셔서 끊겼는데 몇 번의 수업만으로도 몸이 솜사탕처럼 가볍게 될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매료되었었다. 




이렇게 몸이 좀 좋아지기 시작하자, 진짜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을 바로 춤이었다.  어렸을 적, 집안이 잘 살았다면 무용과를 가고 싶었다. 

물론 초등학교 때 이미 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커서는 내 의지로 여러 가지 춤들을 추었고, 20대에는 탱고를, 30대에는 살사를 추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이후에 몸이 안 좋아져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가 자이로토닉과 알렉산더테크닉을 하면서 몸이 좋아지니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지인이 꼬시는 바람에 호로록! 넘어갔는데 결과는….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 


코칭을 하면서 머리를 워낙 많이 쓰다 보니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는데 (그때는 객관적으로 알려진 명상과 요가를 했으나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 이제 알게 되었다.  

머리가 과부하가 될 땐 춤추러 가면 된다. 머리를 아무 생각 하지 않고 그저 리더에게 커넥팅 되기만을 집중하며 몸을 움직이기. 이번 춤은 몸에 큰 무리가 되지 않아서 80살까지 출 수 있겠구나. 싶다. 또 하나의 취미를 찾은 것에 큰 만족. 


이렇게 두세 달 동안 과감하게 속세! 를 벗어나 내 몸에 집중하니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물론, 통장 잔고는 매우 빠듯해졌다.)  건강도 빠른 속도로 좋아져서 요즘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큰 무리가 없는 몸이 되고 있다.



 내가 유튜브에서 나오는,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내가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했다면 과연 지금까지 왔을까? 단연코 아니다. 


그냥 다 내려놓고 몸에 집중해서 몸이 하고 싶은 것을 따라왔더니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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