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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아데일리 Apr 16. 2019

적자 유니콘의 주가 고공행진, '거품'인가 아닌가?



우버의 라이벌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차량공유 스타트업 리프트가 지난주 드디어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기업공개인 만큼, 초반의 기세는 상당했다. 상장 첫날 리프트의 주가는 최대 21%까지 치솟았다가, 뒤로 갈수록 다소 주춤했으나, 결국 공모가 대비 8.7% 오른 주당 78.29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애초에 공모가가 62~68 달러 선에서 책정된 것을, 로드쇼 이후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72 달러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열광적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부분이다.



지난주 나스닥에 상장된 리프트 (출처: 리프트)


그러나 리프트의 기업공개가 이처럼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단지 높은 기업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리프트의 상장이 증권시장에서 중요한 사건인 이유는,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에서 막대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리트프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무려 9억 1,100만 달러(약 1조 337억 원)에 달하는데, 이게 얼마나 큰 금액인가 하면, 역대 기업공개를 진행한 모든 기업들의 상장 전 적자 중 리프트의 적자가 가장 큰 규모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무려 264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하다니. 연 2조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는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현재 약 26조 원 수준(4월 3일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증권시장에서 흑자 기업보다 적자 기업들이 더 잘나간다?


리프트가 연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끌어안고도 증권 시장에서 성공을 일궈내자, 외신들은 앞다투어서 막대한 규모의 손실이 테크 IPO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법 한 것이, 플로리다 대학교의 재무 교수인 제이 리터(Jay Ritter)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IPO를 추진한 기업 중 80% 이상이 상장 전 적자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러한 적자 기업들이 흑자 기업들보다도 증권시장에서 더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분석기업 피치북은 지난해 상장된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주가 중간값을 추적한 자료를 발표하였는데, 해당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장된 적자 유니콘들의 주가 중간값 상승률을 연간화하면 평균 120%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상장된 흑자 유니콘들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계산했을때 오히려 주가가 57%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 상장 이후 주가가 두 배 가량 상승한 도큐사인이 대표적 사례 (출처: 도큐사인)


물론 적자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흑자 유니콘 스타트업들보다 주식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해는 과거에도 상당히 있었으나, 지난해 만큼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의 경우 적자 유니콘 스타트업들과 흑자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주가가 각각 39%와 0%씩 상승했으며, 2012년에는 각각 34%와 27%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차이는 지난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닷컴 버블'과의 차이는?


수익을 착실히 거둬들이고 있는 기업들보다 매년 적자만 쌓아가고 있는 기업들의 주식이 비싸게 팔린다니, "이거 거품 아냐?"라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IPO 기업 중 적자 기업의 비율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높았던 시기가 바로 닷컴버블이 일었던 2000년대라는 점은 이러한 의문에 근거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금의 적자 테크 기업들은 닷컴 버블 시기의 적자 기업들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최근 IPO를 진행하는 적자 스타트업들의 경우, 성장을 위해 R&D나 서비스 확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지, 이제부터 성장 대신 수익을 택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냥 허풍치는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성장을 위한 투자를 줄이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공언해 왔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같은 경우, 실제로 상장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인 2018년 4분기에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리프트 역시 우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영업 및 마케팅에 8억 달러, 드라이버 및 승객, 보행자 대상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5억 4,00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것만 줄여도 적자의 상당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이들 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우,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지언정 닷컴버블 시기의 적자기업들에 비해 수익원을 창출하는데 훨씬 더 능숙하다는 점이다. 리프트만 해도, 연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나, 매출 역시 22억 달러 규모로 상당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수익원을 다양화하는데도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IPO를 준비 중이던 지난해 리프트는 미국 최대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모티베이트를 인수하여 단숨에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룹 카풀링 서비스인 쉐어드 세이버(Shared Saver)를 출시하면서 모든 교통 서비스를 포괄하는 MaaS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시도하였다. 아울러 매 월 최대 30회의 라이드를 299 달러 월정액으로 제공하는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안정적 수익원 확보를 위해 출시된 리프트 섭스크립션 서비스 (출처: 리프트)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투자자들


성장을 위한 투자와 수익원을 창출하는 능력, 이 두 가지는 모두 '미래의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적자를 가진 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미래의 높은 수익에 대한 가능성,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투자에 있어 더 중요한 척도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확장성과 혁신 잠재력 등에 프리미엄을 두고, 회사의 미래 이익이 현재의 손실을 만회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아직 적자인 시점에서 기꺼이 주식을 구매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리프트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거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상장 이틀째부터 주가가 다시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상장 3일째에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의 20%를 유실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많은 수의 월가 전문가들이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근시일 내로 다시 원래의 가격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취재한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이미 주가가 20% 하락한 이후에 이루어진 취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71 달러를 주가 목표치로 내세웠는데, 이는 공모가격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금액이다. 


이같은 긍정적 평가에는 리프트가 몸담고 있는 승차공유라는 시장 자체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영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버나 디디추싱같은 거대 플랫폼들 뿐만 아니라, GM이나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한국의 현대자동차까지 승차공유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자동차 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리프트가 우버를 추격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 역시 성장성'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일 수 있다. 리프트는 IPO 이전부터 자신들이 우버에 비해서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내 승차공유 시장에서의 자사 점유율이 18개월만에 20%에서 35%로 성장했다고 발표하는 등, 후발주자로서의 높은 성장성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리프트 (출처: 리프트)




'높은' 성장성이라는 말 속에 숨은 함정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적자 유니콘들의 앞날이 장미빛이라고 낙관할 일 만은 아니다. 성장성 '높다'는 말 속에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과연 성장성이 '높다'는 것은 어느정도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일까? 이에 대해 짐작해 보기 위해서는 지난해 말 실리콘밸리발 '테크 쇼크'로 인해 시가총액의 20% 가량이 뭉터기로 잘려나가는 풍파를 겪었던 테크 자이언트들의 사례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종 미래기술들을 손에 쥐고 있는 이들 테크 자이언트들의 경우 만년 적자인 리프트와는 달리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에 비해 주가가 높은 성장가능성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적자 테크 스타트업들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 XR에 대한 저조한 수요와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 등으로 인해 실제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하였던 애플 정도를 빼놓고는, 아마존과 구글 모두 해당 분기에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전년동기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높은 순이익을 기록하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발표 직후 주가가 9% 가량 급락하였다. 해당 분기 매출 성장률이었던 29%가 전문가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게 주된 이유였다. 구글 역시 주당 순이익이 13.06 달러로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9.57 달러를 훌쩍 웃돌았으나, 마찬가지로 매출 성장률이 20.3% 수준에 그쳤다는 점 때문에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4% 하락하였다. 


증권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매매되는 테크 업체들의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는 엔비디아의 사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경우 데이터센터용 GPU 매출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주가 역대 최고가를 연일 갱신하며 승승장구했으나, 3분기 실적 이후 4분기 동안 주가가 50% 이상 폭락하며 S&P 500 지수 중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로 인해 채굴용 GPU 매출이 감소한 것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기는 했으나, 데이터센터 매출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겨우' 5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니까 성장 가능성에 기반해서 높은 주가를 인정받는 엔비디아같은 스타트업에게는 58%라는 성장률조차도 주가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GPU Tech Conference에서 일련의 신제품들을 공개한 엔비디아 (출처: 엔비디아)




초고속 성장을 향한 피터지는 경쟁


정리하자면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최근의 투자 트렌드인 것은 분명 사실이며, 때문에 리프트와같은 적자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거품'이라기보다는 높은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 '높다'고 하는 것이 정말로, 아주, 매우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있고, 이를 기반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들의 경우, 과연 앞으로도 그러한 수준의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적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리프트에 이어 근시일 내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우버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은 바 있다. 우버는 지난해 무려 리프트보다도 두배 이상 많은 1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2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IPO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가능성에 근거해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분기에 매출 성장률이 51%로 직전분기의 67% 대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자 당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율주행차 개발 유닛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투자의 목적이 성장성에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성장률 변화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리프트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출처: 리프트)


리프트에 이어 기업공개를 진행하게 될 우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시대를 앞두고 승차공유 서비스가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빗빛 전망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또 한편에서는 미국의 승차공유 시장이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버 뿐만 아니라 리프트 역시 이용횟수 증가율이 2년전에 비해 15% 이상 하락하고, 이용자 수 증가율도 29%에서 11%로 증가하는 등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다음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주가에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이를 예측해 보기 위해서는 리프트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업계 전체의 상황에 대한 주의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그러나 리프트를 비롯하여, 최근 증권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적자 테크 스타트업들과 관련해서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개별 기업의 성패보다는, 이들 스타트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고 해서 결코 투자자들이 테크 스타트업들에게 너그러워졌다거나 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 엔비디아나 우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성장성을 중심을 움직이고 있는 미국의 테크 업계는 성장의 '가능성'만 제시하면 어떻게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따스한 격려의 장이 아니라, '겨우' 50% 정도의 성장률 가지고는 뼈도 못 추리는 피터지는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 


리프트 상장을 둘러싼 외신들의 전망대로, 정말 막대한 규모의 적자가 테크 IPO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엄청난 수준의 고속성장이 테크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요청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와 나란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소위 '유망 기술'에 한 번씩 찔끔 투자해 보고 안 되면 마는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같은 수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투자의 규모는 엄청난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것, 이 정도가 리프트를 비롯한 적자 테크 기업들의 IPO가 한국 시장에 남기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 본 컬럼은 로아데일리 사이트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로아데일리에서는 매일 데일리 마켓워치 섹션을 통해서 리프트와 우버같은 모빌리티 사업자들을 비롯하여, 각종 테크 기업들의 주요 동향과 업계 트렌드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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