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서재 책 리뷰 <파이낸셜 프리덤>
최근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책을 읽었다. 함께 같은 회사를 다니며 한 프로젝트를 같이하면서 부부가 된 글쓴이와 배우자가 어떻게 은퇴 준비를 위해 돈을 모으고, 매달 쓸 생활비를 계산하고, 자금을 모은 뒤 은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는 나와는 조금 다른 배경의 글쓴이와 그들의 씀씀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어찌 됐든 마흔에 은퇴를 한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작가님은 은퇴 후 어떤 일을 하면서 보낼 건지 계획했다. 온라인 강의로 그림을 배우고, 책 읽고 글쓰기를 하면서 부부 모두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아이가 없기 때문에 마흔에 은퇴가 가능한 거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고 했는데, 작가님은 설득했지만 근거는 빈약해 다소 아쉬웠다. 그들은 어찌 됐든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은퇴를 위해 필요한 금액이 그렇지 않은 가족 형태에 비해 물리적으로 적다는 건 사실일 테니까.
최근 파이어 족에 관한 책 <파이낸셜 프리덤>을 읽은 후로 세간에서 떠드는 파이어(FIR)족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파이어족의 뜻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이른 나이에 은퇴자금을 모으고 회사를 떠나는 삶을 말한다. 몇 해 먼저 미국에서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행했고,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이런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듯했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이 언젠가 끝이 보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렜다. 그게 정말 가능한 거라면 조금 더 오늘을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읽은 <파이낸셜 프리덤>(Financial Freedom)의 그랜트 사바티어 저자도 이른 은퇴를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꽤 이른 나이인 서른도 안된 29살 무렵 은퇴를 하고, 10억 가까운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 매년 7%의 수익을 유지한다. 그 금융 소득을 현금화해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살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자기 개발서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생각보다 저조하다는 점(25~34세 사이의 저축률은 수입의 5.34%에 불과하다.)이었고, 은퇴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계산하고, 그 목표한 금액을 모으기 위해 현재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이었다.
여태 급여 소득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온 나는 월급 외 소득에서 생활비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삶을 상상하지 않았다. 먼 다른 나라 이야기만 같았으니까. 그런데 '어피티' 라는 경제 이슈를 다루는 뉴스레터에서 주기적으로 월급 외 파이프라인을 마련한 한국의 내공 높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에서 '나도 한번 해볼까?'로 점차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히려 '회사가 나를 정년까지 보장해줄 수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삶을 회사에서 장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다소 급진적인(?)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니 급여를 올려주지 않는 회사에 노여움이 생기지 않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전에는 물가 상승률과 내 업무 능력에 맞춰 책정되지 않는 연봉에 문득문득 화가 나곤 했다. 그러면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생각은 곧잘 퇴사로 이어졌다.
그런데 책을 읽은 뒤로는 생각에 전환이 생겼다. 급여 소득은 꾸준히 유지하되, 이것보다 더 벌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면 될 일이었다. 그저 내가 월급 외 얻을 수 있는 소득을 늘려나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회사 밖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나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걸 개인적 실패로 여겼었는데, 그건 회사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니! 갇혀있던 생각에 한 줌의 빛처럼 여겨졌다. 금전적으로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는 데다가 내 능력을 이곳저곳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특히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작가는 젊었을 때의 시간과 노년의 시간은 그 값어치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했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저자의 말이 그럴듯했다. 지난 몇 해 동안 퇴근하면 멍하니 쉬고 싶어 내로라하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물은 모두 섭렵한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게 어떤 직장 생활에 보상이라도 된다는 듯 집에 오면 내내 미드를 틀어놓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하다가 미드와 함께 잠드는 날이 많았다. 넥플리스와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가면서 <왕좌의 게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워킹데드>, <종이의 집>,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등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드라마를 섭렵하는 게 평일의 일과였다. 그랬던 삶에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시간을 얼마나 낭비하고 살았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훌쩍 나이가 들어있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반복되는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추석과 크리스마스, 설날 그리고 여름휴가. 몇 번 이 사이클에 스며들다 보면 어느새 한 해는 끝나가고, 연말을 맞이해 나는 한 살을 더 먹는 나이 듦의 신비함(?)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서른한 살의 무렵에 접어들고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다.
일단, 목표는 '내년 생일 무렵까지 급여 외 소득을 늘려보기'다. 그리고 차례대로 저자의 말대로 은퇴할 시점을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연 단위, 월 단위, 하루 단위로 목표금액을 쪼개 매해 저축률을 높여보는 것이 두 번째 목표. 꾸준한 경제 공부로 금융 소득을 늘리는 것도 물론이다.
Cover Photo by Marc Najer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