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검열에 대하여
“목차 구성 어떻게 하지? “
“ 마감을 못하겠다고. “
해야지 해야지 하며 끌어온 지 벌써 3년째. 파리 호텔방에서 와인 홀짝이며 새벽에 썼던 12일간 일기를 이번에야말로 굳은 마음을 먹고 다시 들여다보는데 귀찮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어이, 친구. 왜 그러는데? 왜 퇴고를 못하게 하는 거야? “
“그런 적 없는데 “
“솔직히 말해봐. 허접한 글이라 끝마감 안치고 계속 회피하는 거 아냐? “
“말 같지도 않는 소리..하..하..하구있..있..네..”
요놈, 딱 걸렸어.
그럼 그렇지. 자네 혹시?
‘니깐 놈이 뭔 책을 써. ‘
요 딴마음 아냐? 출판사에서 까일까 봐 아예 마감 안치려는 속마음? 그렇지? 괜히 실력 뽀롱 날까 봐 아예 손 안대는 거 아냐? 결과가 없으니 실패한 것도 아니지. 어휴, 진부해. 그런 수법 어릴 때 징하게 많이 써먹었잖아. 후회 많이 했을 텐데.
그렇게 해서 날린 기회가 장난 아니게 많은 건 알지?
어이, 친구.
도망가기엔 이제 인생이 너무 짧지 않아?
아직도 마음 안 내키는 이유가 뭘까? 설마 겁나 멋지게 쓰려고 똥폼 잡는 거 아냐? 안 써서 그렇지, 한번 쓰면 멋지게 쓸 수 있다고 자뻑 하는 거야? 어깨에 힘 잔뜩 넣어가지고 뭘 하려고 그래? 운동도 그렇지만 글도 힘 들어가면 될 것도 안된다니까. 무슨 대문호라도 되는 줄 착각하나 본데 . 앞으로 백 년 더 있어도 자네 원하는 만큼의 글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 그냥 지금 그대로 쓰면 되지 않을까?
세상 사람들이 열광할 글? 그런 건 없어.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자네 글을 읽어줄 독자는 분명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숫자가 적은 게 좀 아쉽겠지만)
얼마 전 올린 유튜브 영상 하나가 소소한 떡상했지만 구독자가 하나도 안 늘었지? 왜 그런 줄 알아? 이벤트성 소재를 이용한 콘텐츠는 자네가 아니라도 누구나 만들 수 있잖아. 그러니까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자네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지.
느낌 빡 오지?
허접하고 찌질해서 글쓰기 어렵다고? 그럼 허접하고 찌질한 그 애길 쓰면 되겠네. 세상의 뒷방에 쭈구려 있는 친구들이 읽어주지 않을까? 일단 마감을 쳐내자고. 이번 달 자네에게 주어진 미션이라고.
자, 뭐라고?
그래. 일단 22. 6.30일까지 똥이든 된장이든 마감을 쳐낸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까임의 무대에 자네를 올리는 거야. 한 100군데 제안하면 아마도 99.5 %는 까일걸. (우하하) 쪽팔릴 거 없어. 원래 그런 거야. 그 과정에서 뭐 좀 배우는 게 있을 테고, 그만큼 성장하는 거지.
팁 하나 알려줄까?
그 과정을 다 기록하고 영상으로 촬영해두라고.
뭐 대단한 거 하려고 하지 말고, 이 허접한 출간 기록을 사람들과 공유하라고. 그럼 그대의 허접한 스토리가 많아야 되겠어? 적어야 되겠어? 까이면 까일수록 신나는 거지. 대차게 까이면 구독자들이 더 좋아할걸?
자, 건투를 빈다네, 친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