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트리거가 사용자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고?
전문 UX 라이터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 모릅니다.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서 PO로 약 10년간 현업에서 일하며 전문 UX 라이터와 딱 한 번 간접적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외는 대부분 기획을 하는 사람이 마이크로카피를 맡곤 했습니다. 저는 커리어 반을 PMF를 찾아야 하는 0 to 1 단계 회사에서 일했고 마이크로카피를 직접 작성할 일이 많았습니다. 아마 저 같은 상황에 놓인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합니다. 이 시리즈는 전문 UX 라이터가 아닌 사람이 마이크로카피에 매력을 느껴 조금씩 공부하며 기록하는 성장형 노트쯤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 개발 리소스 때문이었습니다. 응? 카피를 적는데 왜 개발 리소스 이야기가 나오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 얼리 스테이지 스타트업에서 주로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환경은 마케팅 비용이나 인력 같이 리소스도 부족했지만, 특히 개발 리소스가 가장 모자랐습니다.
본능적으로 개발 리소스를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프로덕트에서 가장 중요한 버튼이나 팝업의 문구를 바꾸는 데는 개발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고 개발자분들도 호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문구의 변화는 매출에 영향을 주거나 꼭 필요한 전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마이크로카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일본의 마이크로카피 전문가 '야마모토 다쿠마'는 아예 자신의 저서에 마이크로카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고작 몇 글자의 짧은 텍스트가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통째로 바꿀지도 모릅니다.
마이크로카피 자체가 궁금하다면 과거 퍼블리에 기고한 글이 있어 링크 남깁니다.
마이크로카피 시리즈의 첫 주제를 '클릭 트리거(Click Trigger)'로 잡았습니다. 이 명칭은 Copyhackers의 카피라이터 joanna wiebe가 이름 붙였습니다. Copyhackers 사이트에는 최신 마이크로카피 정보나 프롬프트로 스마트하게 카피를 작성할 수 있는 꿀팁이 많아 아래 링크 남깁니다.
클릭 트리거란 쉽게 말해 버튼 주변에 붙어 있는 특별한 종류의 문구들입니다. 버튼 영역의 한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joanna는 왜 버튼에 비해 조연 느낌이 강한 클릭 트리거를 개념화까지 하고 싶었을까요? 바로 사용자가 버튼 문구 만으로는 결단을 못 내리거나 불안할 때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클릭 트리거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환급 신청 도움 서비스 삼쩜삼 사이트에서 발견한 클릭 트리거입니다. '지금 사전 신청하기' 버튼 바로 위 클릭 트리거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금 사전신청하고 할인 혜택 받으세요!
이 문장의 핵심은 '할인 혜택'에 있습니다. 버튼과 근접한 혜택 안내는 사용자의 클릭 동기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클릭 트리거 없이 버튼만 있었다면 사전신청이라는 기능적인 일을 수행하는 느낌이 강했을 것입니다. 버튼 클릭 후 나오는 '30% 할인'을 위 클릭 트리거 문장에 추가하면 신청 전환율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eg: 지금 사전신청하고 30% 할인 혜택 받으세요!) 30%는 작은 할인률이 아니기도 하고 클릭 트리거에 숫자가 나올 때 구체성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든 생각입니다. 다음은 에어비앤비의 예약전환 밑의 클릭 트리거입니다.
예약 확정 전에는 요금이 청구되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의 클릭 트리거는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서비스에서 예약하기 버튼을 눌렀더니 바로 결제가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비행기 예약 사이트에서 유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의 예약 버튼 앞에 서면 주춤하곤 합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가 배치한 클릭 트리거는 이러한 사용자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행이나 숙박 관련된 카테고리에서 현명한 클릭 트리거 전략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은 위에서 잠깐 소개했던 Copyhackers 사이트 최하단에 존재하는 뉴스레터 구독 영역입니다.
우리는 이미 메일함에 많은 뉴스레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뉴스레터 구독은 언제나 망설여집니다. Copyhackers는 이러한 사용자의 고민을 클릭 트리거에서 다음 두 가지 문장으로 대응합니다.
1) 89,000명 이상의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2) 언제든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
먼저 구독한 89,000명의 사람들이 신뢰도를 느끼게끔 사회적 증명 역할을 하고, 구독 취소에 대한 명시가 접근성을 높여줍니다. 이 외에도 버튼 주위에 고객이 직접 남긴 리뷰나 별점을 넣거나, 14일 환불 보장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같은 금전적 가치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모두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동기를 높여 행동을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다음은 클릭 트리거로 전환율이 높아진 예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시를 보고 나니 클릭 트리거는 이미 익숙한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야마모토 다쿠마의 말처럼 문장 하나 바꿨다고 예전에 비해 드라마틱한 구매 전환율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예시는 네덜란드의 립글로스 브랜드 예시입니다. 이 사례는 앞서 거론된 야마모토 다쿠마의 작업물이기도 합니다.
왼쪽은 CTA 주변에 클릭 트리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우측은 버튼 아래 '배송료 4.95유로(25유로 잇아 주문 시 무료 배송)'라는 클릭 트리거를 추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매출은 60.1% 향상되었습니다. 이 사이트의 구매자들은 화면이 조금 복잡해지더라도 주문 시 더 자세한 정보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듯합니다. 다음은 클릭 트리거는 아니지만 마이크로카피의 디테일에 관한 흥미로운 실패 사례입니다.
버튼문구 'My'를 'Your'로만 바꾸었을 뿐인데 결제 전환율이 24.91% 낮아졌습니다. 영어만큼 소유를 나타내는 표현이 명시적이지 않은 한글 마이크로카피의 경우 잘 보이지 않는 패턴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동아시아 최대 패션전문 온라인 유통망 잘로라 사례입니다. 원래는 빨간색 박스에 있는 'Free'라는 단어가 오른쪽에 있었는데 강조를 위해 위처럼 오른쪽으로 옮겼습니다. 이 변화만으로 결제 횟수가 12.3% 증가했다고 하네요.
다음은 Express Watches라는 온라인 시계 소매업체의 A/B 테스트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유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정품성'입니다. 우측에 세이코 시계의 정품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인 대리점' 이미지가 들어가자 매출이 107% 증가했습니다. 특히 명품 관련된 서비스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클릭 트리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명품 온라인 쇼핑몰인 머스트잇에서는 이 부분을 '머스트잇이 직접 무상 A/S나 무료 교환/반품을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풀고 있네요. 이 외에도 온라인 연락처 관리 서비스 Social에서는 가입 버튼 옆에 '무료!'라는 클릭 트리거를 추가했는데, 회원 가입 비율이 28.3% 향상된 경우도 있습니다. '무료'는 사용자의 혜택 동기를 높이는 마법의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클릭 트리거를 통해 실제로 전환율이 높아진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복잡한 디지털 세상에서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때로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살펴본 것처럼 잘 디자인된 클릭 트리거는 사용자의 결정을 돕고, 때로는 안심시킵니다. 여러분이 운영하시는 프로덕트나 웹사이트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클릭 트리거를 개선해 보면 어떨까요?
'버튼 주변 클릭 트리거가 전환율에 끼치는 영향'(끝)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