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만나고 있는 한 학생이 있다. 10번을 만나면 8번 이상은 기분이 다운되어있다. 오늘도 울적한 학생을 보며 속으로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나왔다. 학생은 이야기를 하다가 분을 못 참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가만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게 내버려 두었다.
못생기고 뚱뚱해서 주먹은 도라에몽 물 펀치처럼 생기고 의지가 없어서 운동도 안 하는 자기는 죽으면 가족까지도 씩 웃을 것 같은 그냥 밥만 축내는 인간이라 말했다. 왜 이 세상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은 그러면 너 부모님이 얼마나 슬프시겠냐며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 가지고 그런 나쁜 소리를 하냐며,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한다.
열 받은 이야기를 다 하게끔 하고 난 후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 학생이 너무 싫다고 한 물 펀치(통통한 주먹)를 가리키며 너무 귀여웠다.. 분명 뚱뚱한 건 전혀 아닌데 하도 티비엔 스키니 한 사람들이 나오고 그런 사람들이 인기가 많다 보니 조금 통통한 자기를 되게 싫어한다. 어쩌다 보니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하나하나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번 내가 뛰어와서 헉헉하고 있으니까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물을 가져다줬었지~? 그때 정말 배려받는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어. 지난번에는 배고프다니까 너 먹으려던 삼겹살까지 나한테 양보했잖아!!! 너도 먹는 거 좋아하면서..! 자꾸만 티브이에 나오는 아이돌과 비교해서 자기를 비하하길래 나도 따라서 나는 연예인처럼 키 크고 피부도 예쁘고 싶은데 그렇지 않아서 아주 우울하다고!! 그때 네가 선생님은 연예인급이에요 라고 해준 거!! 아닌 거 아는데 기분 되게 좋았다고! 무슨 말 한마디를 해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더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툭툭 던지는 거! 진짜 표현이 풍부하고!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아니 나랑 비해도 정치, 사회, 경제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지!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깊고, 트렌드를 잘 읽는 것!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 거짓으로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서로 겪었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것을 하나둘씩 종이 위에 적어 내려갔다. 딱 5개만 찾아볼까?로 시작했는데 10개까지 주르륵 써 내려갔다. 이야기하고 학생이 단어로 종이 위에 옮겼다. 그 옆에는 본인이 갖지 않았지만 갖고 싶은 태도 또는 본받고 싶은 롤모델도 적고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적은 종이를 내 카메라로 찍었다. 왜 그걸 찍어가냐고 묻길래. 나는 "감동스러워서!"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생각이 깊은 아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저한테 소중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한테는 정말 감사해요. 제 얘기 들어주는 사람은 선생님 빼고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오늘 몰랐었던 제가 잘하는 것을 알았어요. 적어보니까 있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이제 의욕이 생겼다는 말을 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또 힘들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한 것 같다며 지난번까지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던 자신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흐뭇했다. 젤 힘든 게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진짜 나까지도 못 참겠다 싶을 때.. 한숨이 푹 새어 나올 때, 그럴 때도 믿고 기다리는 것..!
끝나고 오늘 쓴 종이를 옆에 붙여놓으려고 하는데 잠깐만요 라고하며 마지막으로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종이를 가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갖고 싶은 것에는 친구가 적혀있었다. 자기랑 잘 맞는 비슷한 친구 한 명을 만나고 싶다고. 나 말고도 든든한 친구 한 명이 꼭 생길 거다!! 우리 귀여운 물 펀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