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요덩이 May 10. 2017

[제 34장]

[2017년 5월 10일]

다른 고등학교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4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마칠 때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거주를 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한국 교육이 중요하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따라 6학년 1학기 과정은 한인 초등학교를 다녔고 6개월을 월반하여 중학교 1학년으로 입학을 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한국인 최초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직 왜 월반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어도 잘 못했었고, 그냥 수학 문제가 너무 쉬워서 신나게 풀었던 기억 뿐이었다. 

첫 등교날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버리한 아시아인이라고 몇몇 친구들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쥐파먹은 듯한 머리스타일에 둔부까지 청바지를 내린 케빈이라는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친구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여자친구를 나한테 "주겠다"면서 사귀라고 했다. 당시 어린나이에도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제정신이 었던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시 약 1년간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박을 치는 상황인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이 때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당시 한인학교에도 도서실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이미 모든 책을 다 읽었었다. 집에도 책이 많았지만 물론 다 읽었었다. 그런데 이 국제학교에는 대략적으로 만권은 넘는 책들이 있었기에 나에게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휴식처였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안네의 일기'이다. 한인 학교에서도 번역본을 읽었지만, 아무래도 번역본이고 초등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출판이 되어 생각보다 내용도 빈약했고 누락된 부분도 많은 편이었다. 그러다 원본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당시의 절박함, 긴장감, 고민, 상담, 절규, 등의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난 나의 '인도 일기'를 쓸 때 항상 '안네의 일기'를 생각하며 내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최대한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지난 한 달은 몽크의 절규였다. 영어로 Panic? Chaos? 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끝까지 거짓말을 하였고 인정을 하지 않았다. 뭐 결국 해고를 시키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간접적인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뭐 이 일은 수많은 일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 이외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내 기억속에는 안좋게 저장이 되어있기에 얘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 때문에 내 업무에 집중을 할 시간이 줄었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 이게 2년 남짓 남은 주재원 기간 동안 어떻게 해야 더 발전 시킬 수 있을지 등,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 줄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매일 루틴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일은 계속 지연되다보니 스트레스만 받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일을 경험으로 느낀 점은 사람의 천성은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성이 악하면 착한척을 하는 악인이 되는 것이고, 천성이 착하면 나쁜척을 하는 선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쁜척을 하는 선인이 되는 방법을 새로 터득하게 된 것 같다.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할만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시발비용"이다.

출처: 네이버

한국에 있었을 때는 주로 음식에 비용을 썼던 것 같다. 맛집을 찾아간다던지, 동생들이랑 외식을 한다던지, 영화를 보러간다던지 등등. 하지만 인도에 와서는 맛집도 거기서 거기이고, 영화는 보러갈 기운이 없다. 그렇다보니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쇼핑을 하고 있다. 향수를 구매한다던지, 선글라스를 산다던지, 등등. 뭐 꼭 필요해서 산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다. 최근에는 작년부터 벼르고 있었던 핸드폰을 교체했다.

나의 첫 스마트폰은 여동생이 쓰던 '옵티머스 Q'였다. 당시 군 복무 중이었기에 중간 중간 휴가 때 사용할 핸드폰으로 사용했었다. 제대를 한 이후에는 당시 혁신이었던 걘역시 노트 1이었다. 당시 큰 화면, 스타일러스에 최고의 스펙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었는데 역시 초기버전이라 그런지 문제가 있었고, 걘역시 S3로 갈아타게 되었지만, 중고로 판매를 해버리고 아이뻐 6로 넘어오게 되었다. 노트 1에서 대화면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은 핸드폰을 찾았는데 그렇다 보니 아이뻐 6 플러스보다는 아이뻐 6를 선택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큰 문제없이 매우 만족하면서 썼는데 문제는 인도에 오면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비가 많이오고 습해서 그런지 20%에 갑자기 폰이 꺼지는 둥, 전화가 받기가 안되어서 물리버튼으로 받았던 적도 있고, 베터리가 70%에서 5분사이에 갑자기 40%로 떨어지는 등 나사빠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걘역시 노트 7이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수류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확인되어 단종이 되는 모습을 보고 2년이 다 되어가는 걘역시 S7을 구매해야하나 고민 중이었다. 그 때 애어뽈에서 아이뻐7을 출시했는데 인도에서의 가격이 16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고 디자인도 전작과 다를바가 없었기에 깔끔히 포기를 했는데 갑자기 레드 버전을 또 출시했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점은, 아이뻐7 레드를 홍보하는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뒷면만 열심히 홍보를 하는데, 그 이유는 전면 레드가 아닌 뒷면만 레드이기 때문이다. 하우징이나 케이스를 구매하여 부착하는 것이 훨씬 이뻤다 (실제 목격).

그렇다 보니 나한테 남은 선택은 걘역시 S8뿐이었다. 그래서 초딩 때부터 나의 별명인 '미륵 코끼리' 스킬을 시전했다. 점점 실망감만 커지는 내 핸드폰을 앞에두고 인내하며 참다보니 어느 순간 인도에도 걘역시 S8이 출시가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매장을 방문했는데...램 6기가에 128기가 메모리의 제품은 한국이랑 중국에서만 판매한다는 청천병력같은 얘기를 듣게 되었고 일주일을 고민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아이뻐6를 사용할 수가 없었기에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미 유투브나 네이버 등에 개봉기, 사용기, 장단점, 후기 등의 제목으로 수도 없이 많은 글 들이 올라오고 있기에 내가 사용했던 기준으로 설명을 해보려고 한다. 

일단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걘역시가 더이상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안드로이드를 쓰고는 있지만, 내가 쌤쏭이 쓰던 안드로이드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다. 


1. 아이뻐에서 걘역시로 데이터 전송이 몇 천배는 쉬워졌다.

아이뻐 골수팬이더라고 다들 한 번쯤은 안드로이드 폰을 거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화번호부나, 기타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서 구글이나 제 3의 어플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S8은 아이뻐 케이블 하나만 있으면 모든게 다 해결이 된다. 박스에 동봉되어 있는 걘역시의 젠더를 하나만 꽂아주면 바로 데이터 전송이 진행이 되고 깔아야 하는 어플 목록까지 다 알려준다. 하지만 유료앱이나 구매목록 등은 넘어오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꼭 필요한 사진이나, 전화번호부, 문서, 기타 등등이 10분도 안되는 순간에 다 전송이 되었고 쉬워졌기 때문에 1차 충격을 받았다. 


2. LED 커버

개인적으로 폴더형 커버나 다이어리형 커버를 매우 선호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폴더가 붕 떠버리기 때문에 일단 눈에 매우 거슬린다는 부분이 있고, 두 번째는 알림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부분이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이 커버는 전면부에 있는 LED를 통해 모든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입맛대로 수정이 가능하다. 지금 현재 사진 속에 있는 알림은 내가 수정한 '카카오토크'의 알림 표시이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외국인들도 알아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자음만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아직 맘에 들지는 않기에 조금 수정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알아보는데 큰 문제는 없기에 그냥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3. 아이뻐와 비슷한 UI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면 이미 공감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안드로이드에서는 바탕화면에 앱설치를 따로하고 메뉴에 들어가면 따로 모든 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얘는 설정에서 기존 안드로이드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을 하던지, 아니면 아이뻐와 같이 모든 앱을 바탕화면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외에 빅스비 기능도 있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형보다 나은 아우도 있다. 형보다 훨씬 나은 아우이다. 이 역시 유투브나 네이버에 많이 나와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번역이 된다는 점이다. 얼마나 문장이 길건 상관 없이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으면 빅스비가 번역을 해주는데 완벽하게 번역은 되지 않더라도 꽤나 놀라울 수준의 번역와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봤을 때 충분히 놀라울 만한 인공지능이라는 점은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마치 내가 걘역시 영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쌤쏭으로부터 스폰을 받았을것이라는 생각이 스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런게 없었고 실제 사용하면서 칭찬해도 될 부분은 칭찬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글을 썼으니 매우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은 이만~

매거진의 이전글 [제 33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