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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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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Jun 24. 2017

[제 35장]

2017년 6월 24일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한국에서 손님들도 방문을 하셨고, 신입 사원들의 교육도 같이 진행이 되었던 기간이었기에 더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6월에 한국에 휴가차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기에, 오직 그거 하나만 생각을 하고 버텼던 것 같다. 


인도에 있다 보니, 이것 저것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사무실이 쇼핑 몰 부근에 위치해 있기에 이것저것 구경할 거리가 많다. 가격이 인도 현지 물가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충분히 그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공기총 사격이다. 올림픽 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실제 공기총과 과녁까지 나름 고퀄로 준비되어 있었다. 공기총의 총알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던 유선형의 총알이 아니라 무게 추 같이 생긴 모양을 하고 있었다. 크기도 조그마한 나사 정도로 매우 작았다.

하지만 역시 인도이니 만큼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 일단 과녁의 위치가 너무 낮았다.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키를 고려하지 않고 과녁이 고정이 되어있기에 사격을 할 때 한쪽 무릎을 꿇고 사격을 했다. 두 번째는 점수를 환산할 때 자기 기분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상단에 보면 모니터가 위치해 있어 점수가 몇 점인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내가 계속 확인을 했을 때에는 못해도 70점 최고 80점 이상의 점수는 나왔었는데, 여기서 환산해준 점수는 37점이었다. 60점을 넘으면 경품을 준다고 되어있어서 무조건 경품을 받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점수를 저렇게 줘버려서 저 날 이후로는 한 번도 가지 않고 있다. 한 번 정도면 경험 삼아해볼 만한 놀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특이한 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스크린 골프나 스크린 야구와 같이 스크린 크리켓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크린 골프가 예전부터 유행했다는 점은 누구든지 다 잘 알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골프 비슷한 무엇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드는 정말 다르지만..). 그리고 작년 12월 경에 처음으로 스크린 야구가 있다는 사실을 회사 동료로부터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골프나 야구? 이런 스포츠에는 흥미가 없다. 오로지 크리켓에만 목숨을 거는 국가이다. 물론 축구도 좋아하지만, 인도가 축구를 잘 못하기에 주로 프리미어 리그 팬들이 많은 편이지만 크리켓과 프리미어 리그를 선택하라 그러면 여지없이 크리켓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스크린 크리켓이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앞에 스크린에 상대 선수가 뛰어오는 영상이 재생이 되고 구멍을 통해 공이 날아오는데, 역시 크리켓을 실제로 하는 듯한 느낌으로 공을 던지기에 처음에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야구하듯이 하면 된다고 하는데 뭔가 방망이가 달라서 그런지 도통 자세가 나오지를 않는다. 나중에 한국에 가면 크리켓 동호회나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에 있다.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달리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뭔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나서지만 사실 이렇다 할 만한 해결책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 단순히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 인도이기에 그런가? 음식이 입에 안 맞는 것가? 한계가 온 것인가?라는 생각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 생각들은 맞았다. 여기가 인도이기에 짜증이 나는 것이었고, 음식도 한국에 가서 이제 슬슬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한 데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한 명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이번 6월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인도 생활 1년이 되는 시점에 한국을 방문하니 이유가 너무나도 분명했던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와도 참여하지 못하고 20대의 마지막을 인도에서 보내는 것도 짜증이 나는데, 더군다나 내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내 미래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많은 생각을 갖고 한국에 입국을 했는데,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자동출입국심사대를 바라보며 이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한국이구나라는 느낌이 생기니 모든 근심이 어느 순간 자신감으로 바뀌게 디는 기적을 경험하게 딘 것이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내가 인도에서는 할 수 없는 것, 먹을 수 없는 것을 위주로 찾아다녔다. 흔히 외국에서 얘기하는 코리안 바비큐는 수도 없이 많이 갔고 먹은 양만 따지면 돼지 한 마리는 먹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인도에서 내가 가장 그리워했던 것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는 회였다.

앉은자리에서 회 3 접시를 먹었는데, 1차로 양꼬치를 먹고 회를 먹으러 갔던 것이었기에 많이 먹지는 못했다. 안암에서는 오징어 바다라는 횟집이 더 유명하지만, 자리가 없어 오징어 나라라는 다른 횟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사장님의 서비스가 매우 좋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쥐치회였다. 보통 쥐포로 많이 먹는 회를 어떻게 회로 먹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식감이 쫄깃하다는 소문을 들었던 적이 있어서 시키게 되었는데, 여기서 먹은 어떤 회보다 맛있었다. 살 부분도 일반 회와 비교했을 때 매우 쫀득쫀득한 편인데, 특히 껍질이 정말 쥐포를 먹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꼭 기회가 된다면 쥐치회를 강추한다.


한국에 가면 빼놓지 않고 하는 놀이 중 하나가 바로 인형 뽑기이다.

인형 뽑기를 할 때의 손맛은 진짜 뭐라 말할 수 없다. 낚시와 비슷하다 해야 하나? 이 인형 5개를 뽑는데 총 2만 8천 원 정도가 들었으니 가격 대비 나쁜 편도 아니었다. 드라마 도깨비 이후에 메밀 군을 너무나도 갖고 싶었는데 인형 뽑기 기게 안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메밀 군의 눈빛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원래 선물을 줄 용도로 뽑았지만 뭔가 부족하다 느꼈고 다른 인형 뽑기 집에 가보니, 리락쿠마와 포켓몬까지 있었다. 이날 만난 지인들과 동생도 가져갔지만, 리락쿠마와 메밀 군은 내가 꼭 가져오고 싶었다. 지금은 다른 분에게 가있으니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제 2년의 시간이 더 남았는데, 한국을 다녀온 지 1주일 만에 다시 향수병이 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격상 하던 일을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 돌아가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랑은 그냥 웃으며 술 한잔을 기울이고 다시는 연락을 안 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솔하게 왜 오고 싶어 하는지, 네가 돌아와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부분이지만, 제삼자에게서 들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어찌 되었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앞으로의 남은 2년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남은 2년간 내가 인도에서 무엇을 배워 나갈 수 있는지, 내가 별 화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고민해보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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