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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Jul 16. 2017

[제 36장]

[2017년 7월 16일]

정신적으로 한계를 맛보았던 지난 3주였다. 업무적인 스트레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집에서 키우는 멍멍이 (이름: 마고) 한 마리가 혼자 마실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문을 제대로 확인하시지 않은 체 외출을 하신 아버지였고 그 틈을 타 우리의 마고는 혼자 동네 마실을 나갔던 것이다. 한동안 가뭄으로 인해 비도 오지 않고 계속 더운 날씨가 지속되었는데 하필이면 마고가 나간 날부터 집중 호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동네에 시장터가 있고 개장수들도 많은 편이기에 속은 타들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정도였고, 동네에 아직 거주 중인 학교 후배들에게 얘기해서 혹시나 마주친다면 잘 보호해달라는 말 뿐이었다. 


이틀이 되던 날 여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한 동물병원 간호사가 이런 멍멍이를 봤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자기가 잡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호롤롤롤" 도망갔다고...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호롤롤롤은...좀 웃겼다. 하지만 바로 집 근처 아파트였기에 금 방 찾을 수 있겠거니 생각을 했다.


사흘이 되던 날 여동생이 다시 연락이 왔다. 집 근처에서 강아지를 잃어버린 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6월 24일 날 잃어버리셔서 아직도 찾지 못하셨다고... 동생에게 찾을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무서웠다. 


상병 때 여동생이랑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갔는데 그때 봤던 꼬물거리던 포메라니안이 너무 귀여웠었다. 하지만 집에 이미 웰시 코기를 키우고 있었기에 입양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리고 병장이 되어서 집에 오니 왠 못 보던 곰탱이 한 마리가 꼬물거리며 다가왔다. 비록 좀 커지기는 했지만 분명 이마트에서 봤던 그 친구였다. 처음에 마고를 봤을 때 판매 가격이 120만 원이었다. 사실 가격적으로도 너무 터무니없어서 포기를 했던 것도 있었다. 그런데 여동생이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가보니 40만 원이었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이 다 그렇겠지만, 몸이 커지면 귀여움이 떨어지고 그럼 자연스럽게 분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거기서 분양이 되지 않는다면 개농장에 헐값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덴 새끼 때부터 봐왔던 멍멍이를 잃어버렸다니... 산책할 때 좋아서 웃던 모습부터 혼나면 겁에 질려서 눈치 보는 모습, 인도에서 휴가를 가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까지 다 스쳐 지나갔다. 제발 개장수한테만 잡히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흘이 되었을 때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제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 비 오는 날 여동생은 같은 병원 실장님과 함께 일이 끝나면 마고를 찾으러 발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걱정만 하고,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리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 멍청한 멍멍이.. 나갈 줄만 알고 돌아올 줄은 몰라... 비도 많이 온다는데 어디서 잘 피해 있을까? 배 많이 고플 텐데... 이상한 거 주워 먹지는 않았을까? 개장수한테는 잡히지 않았을 거야 워낙 날래니까... 근데.. 만약 잡혔다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갔다.


여동생한테도 더 이상 물어보기가 힘들었다. 여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초등학생부터 수의사가 꿈이라고 했고 지금 그 꿈을 이루어서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한다 할지라도 여동생의 발꿈치도 못 따라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의 동물도 그렇게 애정으로 다루는 동생인데 자기 혈육과도 같은 말 못 하는 멍멍이를 잃어버렸으니 오죽 힘들까... 차라리 내가 길을 잃었으면 덜 걱정했을 텐데 적어도 나는 말은 하고 생각은 할 줄 아니까... 그날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여동생으로부터 카톡이 도착했다. "마고 찾았어". 정말 너무 기뻤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고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보호를 해주고 있었던 분에게 매우 감사했다. 여동생이 그분을 만나고 다시 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약 2시간이 지난 후 여동생한테 연락이 왔는데, 동네에 무슨 보살이라고 하는 무당이 마고를 보호해주고 있었다고 한다. 

자기가 키울 생각이었고 전단지 봤지만 연락을 안 하려고 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보상 비용을 1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잃어버리고 특정 기간이 지나야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깊은 화남이 올라왔다. 그런데 여동생이 만약 돈 너무 많이 드리면 오빠한테 연락이 온다면서 내 이름을 팔았고.... 50만 원에 마고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 마고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아직 세상이 참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가 어이가 없었던 경험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상대의 물건을 찾아줬을 때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 사람이 겪었을 마음고생과, 당연히 그 사람이 소유했던 물건이기에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너무 무거운 주제를 바탕으로 얘기해서 이제 그간 인도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Fidjet Dice (피젯 다이스)라는 제품을 선물 받았다. 현재 Fidget Spinner (피젯 스피너)라는 제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보다 앞서서 피젯 다이스라는 제품이 처음 등장을 했었던 제품이다. 각 6면에 서로 다른 기능이 들어있다. 조이스틱, 스위치, 공 굴리기 등이 있는데 하다 보면 집중도 잘되고 산만함이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다. 원래도 산만한 편은 아니지만, 조금 차분해지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다시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프젯 스피너보다 프젯 다이스를 선호한다. 아직 피젯 스피너의 돌아가는 맛을 내가 잘 모를뿐더러 내 손에 비해서 피젯 스피너가 크게 느껴지기에 잡는 모양부터 핸들링까지 매우 불편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다. 피젯 다이스의 경우에는 퀵스타터를 통해 처음 펀딩을 받았는데, 당시 매우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판 짝퉁이 판을 치고 있으니 만약 구매를 하실 생각이 있다면 잘 고르셔서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이 두어 개가 된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칠리스이다.

칠리스를 처음 접한 곳은 사우디였는데, 그때 먹었던 햄버거의 크기가 나한테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햄버거 사이즈로 그날 이후로 난 칠리스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로는 절대 비슷한 맛을 내거나 양을 주는 유사 식당도 찾지 못했다. 찾아본 바로는 칠리스나 용산 미군 부대 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카투사나 미군들만 먹을 수 있으며 계산 역시 달러도 해야 한다고 들었다. 굳이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한국에 있는 동안은 나에게 있어서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그 소원을 인도에 와서 풀었다. 나의 바람이 얼말나 간절한지 하늘도 감동을 받았는지 불과 사무실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칠리스가 입점을 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2번은 꼭 가는 것 같다. 아래 사진들을 감상해보시기를 바란다 (왼쪽부터 수제버거, 핑거푸드, 파스타, Veg. 피자, 폭립)

아직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인도를 떠날 때가 되면 칠리스의 모든 메뉴 정도는 섭렵하고 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목요일 아우랭가바드 (Aurangabad)라는 지역으로 외근을 갔다. 왕복 14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출장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같은 주(State) 안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이 있어서 양재에서 노원으로 갔다고 했을 때 우리는 출장이라고 하지 않는다 외근이라고 하지 여기도 마찬가지다 비록 떨어져 있지만 같은 마하라슈트라 주안에 있는 두 개의 도시이기에 외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된다. 14시간이면 한 번 경유를 하더라도 뭄바이에서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뭐 여하튼 그렇다. 그날 새벽 5시에 출발을 했는데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건물들을 보았다.

뭄바이 정부에서 인도 (사람 다니는 길)을 불법 점거했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상가를 전부 폐쇄하고 불시 철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원래 이 지역이 슬럼가이고 항상 교통이 혼잡했던 지역이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 건물들 때문이었다. 상가들이 처음에는 인도까지 확장 공사를 했지만, 차도까지 확장을 하는 낌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비교적 한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점상인데 이들은 이동식 노점상이 아니라 판자 등을 이용해 간이 노점상을 만들어서 전기를 끌어다가 장사를 하는 방식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에서 부수고 지나간 자리에 다시 노점들이 들어서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만약 다시 노점을 차리게 되면 20,000루피 벌금과 3년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하니 뭄바이 정부에서도 약이 오를 만큼 오른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점은 뭄바이 정부에서 이런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를 지어주고 거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복지 차원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간혹 들기는 한다.


그렇게 14시간 출장을 다니다 보니 식사도 제때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에는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많은 편이고 시설도 좋지만,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 그렇지는 않다. 인도에서는 휴게소보다는 다바 (Dhaba)라는 일종의 휴게 식당이 더 인기를 끄는 편이다. 이 휴게 식당들의 특징이 있다면 모슬렘 인구가 꽤 많이 방문을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식당에서 할랄 (Hallal) 의식을 치른 육류만 다룬다. 인도의 모슬렘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같이 놀 수 있는 놀거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녀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웃사촌끼리 밤새도록 얘기를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과, 야외에 있는 곳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합쳐져서 다바들이 즐비하게 생겨나는 것이다. 음식의 경우도 각 다바마다 맛이 제각각이다. 자기들만의 노하우가 있고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사를 대를 이어하기 때문에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이 들끓는 다바가 있는가 하면 차가 한 대도 없는 다바도 있다.

왼쪽부터 탄두리 치킨, 치킨 카레, 챠나 (병아리 콩 + 마늘 튀김)이 나왔는데, 성인 장정 4명이서 배가 불러 다 못 먹었다. 한 가지 매우 특이했던 점은 닭고기의 식감이었다. 닭가슴살을 먹고 있었지만, 엄청난 쫄깃함이 있어 마치 닭다리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통 탄두리의 경우 화로에서 굽는 방법이기에 고기가 매우 퍽퍽하거나 타버려서 먹기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곳의 경우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탄두리 치킨을 제공해주었다. 카레의 경우 땅콩이 들어있는 독특한 치킨 카레였다. 여기서도 닭고기가 엄청난 쫄깃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식에 땅콩이 들어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에 조금 거부감은 있었다. 땅콩은 맥주 안주다. 마지막으로 제일 좋아하는 병아리 콩 튀김이다. 병아리콩은 어떠한 양념에 재워둔 후 튀기는 방법 같은데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혹시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시기를 바란다.

https://youtu.be/FeuYQfLWgDQ


앞으로 두 달 뒤에 큰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고 그 이벤트의 PM이 되었기에 한 동안은 또 브런치를 올릴지 못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 간의 기록은 계속 나의 어메이징 뷰티풀 슈퍼 섹시 갤럭시 S8플러스에 기록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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