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일] 지난 추억 (?)
이꾸발아, 결혼이란 무엇일까?
평생 일생을 같이 할 배우자와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날? 이제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 진정한 의미의 독립? 뭐 사람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요즘은 딱히 이혼에 대해서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결혼의 의미가 약간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더군다나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3포 세대라는 말도 있으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네.
나도 한국에 있었을 때는 같았던 거 같아. 외로움도 별로 느끼지 못했고 결혼이 굳이 필요한 과정인가 의문도 생기고 그냥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고. 그런데 인도에 와서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고. 인도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서양식 결혼식을 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못 봤어. 우리나라로 치면 다 전통 혼례로 결혼을 하는 거지. 그런데 결혼식이 그냥 하루면 끝나는 게 아니라 최소 3일에서 1주일 동안 결혼식이 진행이 되더라고.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대부분 신랑 쪽에서 부담을 하지만 신부 측에서도 어느 정도의 비용은 부담을 하기는 해.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난 후에 신부는 신랑의 집으로 이사를 가서 생활을 하게 되는 거지. 우리나라로 치면 출가외인이 되는 거야. 그런데 난 이런 것 보다 결혼식 자체가 너무 화려하고 다들 축하를 해주는 분위기가 그냥 앉아만 있어도 느껴져서 어느 순간 나도 같이 춤추고 놀고 있더라고. 그런데 지역마다 조금씩은 다르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델리 지역에서 내가 경험한 결혼식에 대해서 얘기를 조금 해보려고 해.
작년 12월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고. 2번이나 미뤘는데 이게 신당에서 허락을 받아야 하고 가장 적합한 날짜를 사주 비슷한 걸 보면서 맞춰야 하고 뭐 기타 등등 아주 진절머리 나게 복잡하더라고. 여하튼 날짜가 드디어 잡혀서 가기로 했는데, 비행기 타고 가는 것보다는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어. 버스로 가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기 때문에 기차를 알아봤지. 거리로 치면 약 1400km 정도 떨어졌는데 쉽게 얘기하면 목포에서 이북에 있는 회령시까지 갔다가 서울로 가는 정도의 거리라고 보면 쉬워.
그런데 기차도 매우 낡은 기차고 철도 사정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우리나라 뉴스에도 가끔 기차 충돌 전복 사고 관련해서 뉴스가 나오는데 실제로 타보니까 왜 그런지 이해가 가더라고. 난 아무리 낡아도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도를 내가 너무 과대평가한 거였어. 기차가 딱 도착하는 순간부터 불안감이 엄습했고 기차에 타니까 아니나 다를까 설국열차 하등칸 수준이었어.
생각보다 깔끔 하지만, 카메라에서 잡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아. 특히 저 설로 위는 그냥 쥐래밭(鼠倈田)이었어. 고양이 만한 쥐 본 적 없지? 앞으로도 볼 일 없기를...
기차에도 등급이 있어. 우리나라는 특실 하고 일반실이 있는데 인도는 등급이 3개까지 나뉘더라고. 1등급 객실은 방으로 되어 있고 에어컨도 있고 2인 1실로 이동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고, 2등급 객실은 6일 1실에 에어컨이 되어 있는 구조고 3등급 객실의 경우에는 영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방도 없고 좌석도 친구들끼리 타면 그냥 조율해서 자리 옯기면서 앉고 "창문" 브랜드에서 나온 최신식 자연풍 에어컨이 탑재되어 있더라고. 물론 선풍기가 있지만, 언제 청소를 했는지 먼지 고드름이 생겨있고 창문을 열면 온갖 냄새와 매연이 들어오니 절대로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본 거지. 한 번은 할만한 거 같은데 두 번은 못하겠어. 누가 그러더라고 난 포용의 범위가 되게 넓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얘는 아니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해서 씻고 결혼하는 친구 집으로 갔는데 이건 뭐 거의 집에서 파티를 하더라고.
DJ를 불러다 놓고 파티를 하는데 가족들끼리 다 불러다 놓고 춤을 추면서 노는데 이건 뭐 거의 사람이 안 놀면 미친 자 취급받는 분위기 (?) 더라고. 더군다나 외국인들이 참여를 했으니 얼마나 신나겠어. 독무대도 만들어 줬는데 그 영상은 나를 제외한 많은 이들의 폰에 저장이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 신랑에 머리 위에 돈다발을 돌리면서 축복을 해주고 "오늘의 주인공은 너야!!!"라는 인식을 모르는 사람이 와도 알게 해주더라고. 하도 사람들이 잘 차려입고 춤추고 있길래 이 날이 우리는 결혼식인 줄 알았는데, 이건 전야제였고 진짜 결혼식은 둘째날이었는데 이날도 아주.... 춤추고 노래하고 돈 돌리고 난리도 아니었지.
그리고 결혼식장까지 계속 저렇게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길 막하면서 가는데 우리나라 같았으면 야밤에 누가 저러면 신고하고 경찰 출동하고 난리가 났을 거야. 여기도 평상시 같았으면 소리 지르고 욕하고 난리를 지겼을건데 결혼식이라는 걸 알면 다들 그냥 축하해주고 조용히 갈 길을 가더라고. 손님들은 저녁을 먹고 보통 밤 10시면 다들 집에 갔는데 우리는 가족들이 참여하는 행사까지 다 참여를 하면서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더라고 다음날 7시 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더군다나 주인공의 사촌들이 술로 우리를 이기려고 술도 엄청 먹었는데 비행기를 어떻게 탔는지 기억도 안나네. 술 배틀은 뭐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죽이려고 했던 친구들이 먼저 뻗으셔가지고 나중에는 술 값 아까우니까 더 술을 안 꺼내더라고. 인도 애들 생각보다 술 잘 못 마셔.
최근에 살짝 위험할 뻔한 일이 있었어. 코코넛의 습격 정도로 해두자. 사실 코코넛이라 그래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코코넛도 상당히 위협이 될 수 있더라고.
고객처에 데모가 있어서 잠깐 차를 세우고 나왔는데 누가 차를 박살을 내놨더라고. 어떤 놈인지 진짜 화가 머리 끝까지 뻗치는 상황이었지. 더군다나 치안도 안 좋다는 인도인데 차에 뭐 훔쳐가려고 그랬나 보다 싶으면서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우리 기사 아저씨가 무슬림을 믿는데 무슬림을 싫어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그런데 차 트렁크를 열어보니까...
지나가던 코코넛님이 아들을 데리고 쉬러 오셨더라고. 인도 와서 꼭 1년에 한 번씩 이런 일이 있어 이상하게도. 2016년 처음 왔을 때는 나무가 부러져서 떨어졌고, 2017년에는 쌈박질이 있었고 2018년에는 코코넛으로 두개골 성형을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지. 여하튼 하늘도 잘 보고 다녀야 하는 곳이 인도야.
어떤 동생이 이연복 셰프의 가게에서 동파육을 먹었다고 사진을 보내주더라고. 원래 육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연복 셰프가 해준 동파육이라니... 너무 부럽기도 하고 먹고 싶기도 해서 해 먹기로 했지. 인도에서 돼지고기도 팔아?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돼지고기도 팔고 소고기도 팔아. 인도가 기본적으로 힌두교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이 못 구할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인도는 힌두교뿐만 아니라 무슬림, 기독교, 불교 등 여러 종교가 같이 공존하고 있어. 그래서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 가면 소고기도 팔고 돼지고기도 팔아. 소 같은 경우에는 직접 도축을 하는 건 아니고 정부에서 수소를 도축해서 조달을 해주는 방법이더라고. 암소에 비해서 냄새도 나도 그렇지만, 아쉬우면 뭐든 맛있다.
레시피는 동파육처럼 다 구할 수는 없어서 그냥 대충 있는 재료로 흉내만 냈어.
소스는 간장, 굴소스, 설탕, 술, 소금, 후추, 파, 마늘 빻은 거, 생강, 물을 기본으로 만들었고, 돼지고기는 핏물을 다 뺀 상태에서 만들었어. 일단 소스가 고기에 맛이 배어야 하는데 고개 두께도 있고 그래서 하루 냉장고에 재워뒀지. 그 상태에서 그냥 프라이팬에 넣고 끓기 시작 하면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중 불에 40분을 끊였어. 뚜컹을 닫아야 열기가 빠지지 않고 일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고기를 골고루 익힐 수 있어.
흰 밥이랑 먹으면 그냥.. 게임 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