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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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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요덩이 Jun 03. 2018

[제 40장]

[2018년 6월 3일] 끄적끄적

주말에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게 정말 오래간만인 거 같아.

항상 전시회다 뭐다 주말에도 바쁘다 보니 정신 차리니까 벌써 6월이네. 일단 가장 큰 사건 (?)은 모든 연인들, 신혼부부들의 로망인 몰디브를 나도 다녀왔다는 거야. 무려 2박 3일 동안 그것도 내 돈은 하나도 안 쓰고!! 나 같은 행운아가 어디 있을까 싶겠지. 근데 뭐 일하러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업무 때문에 Velaa Private Island라는 섬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2박 3일간 풍경 좋은 곳으로 유배 온 기분이었어. 

1. 나는 혼자였고

2. 일 때문에 갔기에 엄청나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고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3. 내가 푸른 바다를 바라 본 건 1시간 남짓 한 점신 시간이 전부였어

더군다나 이 섬 자체는 VVIP들만 오는 하루 숙박료가 120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리조트였기에 말 붙일 사람도 없더라고. 하지만 정말 일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고 해야 할 거 같아.

리조트가 섬에 있다 보니 공항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다른 섬으로 간 다음에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이동을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그냥 들으면 우와 재밌겠다 싶겠지. 나도 처음에는 비행기를 탄다고 하길래, 뭔가 약간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이었고 재밌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 

시끄럽지?

세상에 이렇게 시끄럽고 승차감이 더러운 비행기가 있나 싶을 정도였고, 비행기 내부는 에어컨도 없어서 무슨 대형 선풍기를 틀어놨는데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얼굴을 내리쳐서 짜증만 나더라고.

몰디브의 아침

아무리 업무가 힘들고 지치더라고 저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면 이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고 없더라고. 뭔가 내 미래의 와이프가 될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먼저 신혼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 신혼 여행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몰디브 있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어. 그래도 나중에 결혼하면 꼭 몰디브에서 최소 3일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들더라. 저 바다색은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이고 카메라로 절대 담을 수 없기에 아쉬움도 남는 출장이었어.


이 모든 영상 촬영은 몰디브 가기 전 좋은 영상과 앞으로의 활동에 요긴하게 쓰라고 고프로를 장만해준 나 스스로에게 칭찬과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액션캠을 항상 하나 장만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에는 고프로 이외에도 좋은 게 많은 반면 인도에서는 이상한 회사들이 오히려 많아서 쉽게 선택을 할 수가 없었어. 고프로 자체도 꽤나 비싸고.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도 많았지. 이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과연 그 정도의 거금을 들여서 투자를 해야 하나? 만약 사게 되면 가장 좋은걸 사고 싶은데... Hero 6와 Hero5의 차이가 그렇게 큰 가? 액세서리는 왜 안 주는 거지? 네이버에서는 고프로 쓰레기라고 사지 말라는 글도 많은데 그냥 포기할까? 아 이거 사놓으면 누가 훔쳐가는 거 아냐? 등등 이상한 생각은 혼자 다 했지. 

그런데 문제는 술이더라고. 술 한두 잔 마시다가 한 두병이 되고 그러다 보니 이성이 슬슬 주무시러 가시니까 어느새 나는 이미 결제를 했고 다음날 배송이 된다는 문자를 받아서 좋다고 히히덕거리고 있더라. 뭐 포장이 되게 이상해서 뜯는데 한참 걸렸다는 얘기도 있던데 3초만 투자하면 어디서 뜯어야 하는지 눈에 보이고 포장에서 꺼내는 시간까지 10초면 충분하더라. 

액세서리는 인도 특성상 주지는 않기 때문에 삼발이를 따로 장만을 했는데 나름 아주 애용하고 있어. 특히 촬영하기 힘든 각도나 높이에서도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짐벌을 하나 장만하고 싶어. 인도에서는 일단 너무 비싸서 한국 가서 하나 장만하려고 생각 중이야. 짐벌이 뭐냐면 움직이면서 촬영을 해도 카메라를 알아서 움직여줘서 촬영 영상이 흔들림 없이 찍어주는 장치를 말하는 거야. 비싼 거는 뭐 몇백만 원까지도 하더라고. 가장 만족스러운 건 쉽게 촬영을 할 수 있고 생각보다 영상 전송 속도도 빨라서 아직 이렇다 할 단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어.


고프로 사고 몰디브 다녀와서는 인도에서 고아 (Goa)라는 지역으로 주말에 여행 (여행이라 쓰고 손님 대접이라 읽는다)을 다녀왔어. 고아는 인도에서 지자체로 독 집적으로 운영되는 관광도시 중 한 곳인데, 유적지나 자연풍경이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같이 유흥의 도시야. 카지노 전용 선박들부터 시작해서 클럽의 규모도 인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차원이 달라.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우버나 올라 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시간제로 택시를 예약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호텔에서 예약해주는 서비스가 가장 저렴했다는 부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였다. 

그렇다 보니 스쿠터 대여 서비스가 많은데 보통은 면허증이 있어야 빌려주지만, 면허증이 없어도 그냥 형식적으로 물어보기만 할 뿐 확인은 안 한다. 오토바이를 탔던 사람으로서 잠깐 얘기를 하자면 나라마다 면허 시스템이 조금씩은 다르다. 인도의 경우에는 자동차의 바퀴 개수로 면허를 발급해주기 때문에 오토바이, 오토 릭샤, 자동차, 트럭, 버스 등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면허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는 변 허가 필요가 없지만, 125CC를 넘어가면 별도의 2종 소형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고아에서는 그런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확인을 하지는 않지만 최소 국제면허 정도는 발급을 받아야 합법적인 스쿠터 대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는 인도다. 지키는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는 곳이다. 경찰에 잡힐 수도 있는데 현금 200루피 정도 쥐어주면 아무 말 없이 보내준다. 하지만 면허가 없다면 그냥 호텔에서 예약해주는 차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약 1,100 루피 (1만 6천 원) 정도이니까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고아에서는 사실 기억이 많이 있지는 않다. 그냥 너무 더웠고 너무 힘들었다. 카지노에서 5만 원을 칩으로 바꿔서 18만 원으로 불렸었고, 딜러들이 다시 돈을 뺏으려고 엄청 꼬드겼지만 나는 그런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내 돈이었는데, 다음날 같이 간 사람들이 현금이 없어서 다 사용했다 (뭔가 손해 본 느낌). 첫 번째 사진은 고아에 있는 유명한 교회 옆에 있는 박물관이었다. 뭐가 유명한 곳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당황하면 안 된다. 인도는 다 그러니까.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 뭐가 유명한지 잘 모르는 곳이 수두룩하다.

두 번째 사진은 고아의 한 해변가에 있는 인명구조대 건물이다. 예전에 어렸을 때 Bay Watch라는 드라마를 봤었다. 거기서 인명구조대는 환상적이었다. 근데 여기는 더위에 지쳐서 숨어있었다. 근육질도 아니었다. 과연 저 사람들이 내가 위험에 쳐했을 때 나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도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그림이 길거리에 소다. 하지만 고아에서는 소가 해변가에도 있다. 그냥 조각상처럼 앉아있고 바다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지들끼리 싸우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런 환경이 청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2년 정도 됐으면 인도에서 살만하지 않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포박해서 인도에 끌고 오고 싶다. 뭐? 살만해? 살만해서 너는 인도에 오라 그러면 아 괜찮다 그러니? 인도는 절대로 살만한 곳이 아니다. 그냥 여기는 사람이 사는 곳인지 살만한 곳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우리나라랑 다른 곳이다 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을 뿐, 살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 살 만한 곳은 캐나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 중국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아직 여기는 너무 인도스럽다. 양꼬치도 없는 곳에서 살만한 곳이라니... 코웃음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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