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요덩이 Nov 12. 2018

[제41장]

[2018년 11월 12일] 벌써 연말이 다가온다

이꾸발,

마지막 일기가 6월이었네. 몰디브로 출장을 다녀온 후 엄청 신난 기분으로 끄적거렸던 것 같은데, 벌써 11월 중순이라니... 군대에서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간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사회는 더 빠르게 지나가는 거 같다.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기록을 하고 싶은 몇 가지 사건들만 기억나는 대로 적고 싶었어. 어렸을 때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를 읽으며, 이런 기록이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 나이에 되게 감명이 깊었었는데, 나는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게으르다는 게 참 부끄럽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때는 바야흐로.. 기억은 안 나지만 비가 내리는 몬순이 끝난 직후였던 것 같아. 비도 그치고 날씨도 화창해져서 회사 단합대회로  근처에 있는 산에 트래킹을 가기로 했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산 위에 성을 지어놔서 이게 성인지 산인지 구분이 잘 안 가더라고.

산을 올라가는 초입에는 흙으로 이렇게 포장이 되어 있었고  평평했지 때문에 아주 신나게 다들 룰루 랄라 걸어갔지. 그렇게 가다 보면 중간중간 꽃도 피어있고, 샘물도 흐르고 있어서 약간 우리나라 숲 속에 들어온 기분도 나더라고. 그렇게 약 800m 정도 걸아가니까 본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성 입구까지 계단밖에 없었어. 문제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있었고, 그 들에게 있어서 300개의 계단은 3만 개와 마찬가지였던 거야. 어찌어찌해서 다들 무사히 정상에 올라갔는데, 성 터도 남아있는 게 없었고, 그 꼭대기에 한 가족이 집을 지어서 장사를 하더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료는 가지고 오지만, 허기를 채울 음식은 없었기 때문에 위에서 Onion Pakoda (잘게 썰어서 튀기면 파코다)와 같은 요깃거리를 팔더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 같은 분식의 개념이지. 

그런데 신기한 건 산 정상에 이렇게 생긴 호수가 두 개가 있더라고. 물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더러웠고, 느낌으로는 빗물이 계속 모여서 생긴 것 같은데, 여기서 사단이 터졌지. 인도 직원들끼리 서로 물에 빠뜨리겠다고 뛰어놀다가 나이가 좀 더 있으신 한 분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단이 발생했어. 갑자기 탈진이 와서 물만 마셔도 몸에서 서부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상에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아까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가는 방법밖에는 없었기에 휴식 시간을 갖은 후 둘러업고 내려가기 시작했지. 키도 작은 편이고 몸무게도 60킬로 중반 정도 되는 작은 남성이었지만, 힘이 빠진 상태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것은... 지금도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정말 다행인 건, 120kg의 거구인 내가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는 부분이야. 

산을 내려와서 적당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사무실에 왔을 때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정신을 차렸더라고. 그냥 단순하게 그 날의 상황을 봤을 때, 평소에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심박수가 높다진 상태로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무리가 온 것 같다고 밖에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서 그냥 앞으로 열심히 운동을 하라고 했는데, 전혀 1도 안 하더라고... 역시 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냐


인도에서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누구나 들어서 알겠지만, 위의 사진을 봤을 때 여기가 인도라고 하면 대부분은 인도가 이렇게 발전해 있는 곳이냐며 놀래더라고. 인도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기에 발전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놀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여기도 석유로 굴러가는 자동차와, 벽돌, 시멘트 등을 사용해 아파트를 짓는 나름 발전한 곳입니다. 

예전에 내가 초등학생일 때, 내가 사우디에서 살다가 잠깐 한국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제일 먼저 물어봤던 질문 중 하나가, 사우디에서는 낙타 타고 다니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케딜락 타고 다녀"라고 하면 "아, 낙타 이름이 케딜락이야?"

참 순수했다.


여하튼 인도에서도 구글 맵을 이용 해서 잘 뒤적 거리다 보면, 주변에 괜찮은 브런치 카페, 식당들이 종종 보이는데, 여기는 이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브런치 카페를 들렀다가 나오는 길이었어. 그 카페에 대한 사진은 나중에 다시 올려야 할거 같네. 왜 사진을 한 장도 안 찍었는지... 그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인도에서는 아직 보지 못한 스타일이고,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들도 진짜 많이 오더라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커피랑 빵류가 정말 고소하고 맛있더라고. 나는 원래 빵을 별로 찾아 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여기 빵은 한 번 씩 생각이 나서 만약 인도에 거주 중이거나, 방문 예정인 분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어. 가게 이름인 "Eat Around the Corner"야. 

 


사실은 이번 주에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새로 생긴 사옥 구경도 할 겸 조금 일찍 출근을 했지. 편의점에서 대충 김밥이랑 바나나 우유를 마시면서 (이것도 한 3년 만에 먹어봤네) 아메리카노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맞은편 가게에 이런 글이 있더라고. "비싼 커피 마셔봐야, 오줌밖에 더 되겠나, 툭 까놓고 말해보자, 가성비는 감성 커피". 이 글만 봤을 때, 정말 커피에 자신이 있으신 분인가 궁금도 하고, 가격도 궁금해서 한 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단 한 번도 문이 열려 있는 꼴을 못 봤네.

두 번째 사진은 같은 날, 내가 심심할 까 봐 옆에서 동무가 되어준 비둘기야. 아침을 먹으러 온 거 같길래, 김밥에서 밥알을 하나 때 줬더니 계속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김밥에 눈독을 들이더라고. 만약 해리포터처럼 부엉이가 그러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꼬셔서 팻으로 받아들였겠지만, 얘는 나한테 오기 전에 저 하수구에 있는 알 수 없는 뭔가를 계속 쪼아 먹다가 내가 불쌍해서 준 밥알에 새로운 목표인 김밥을 발견한 것뿐이라서 차마 뺏기기는 싫더라.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웠다 비둘기.

마지막 사진은 거의 3년 만에 마주만 은행이 너무 이뻐서 찍을 수밖에 없었어. 단풍은 아직 물이 들어가고 있었는데, 은행은 너무 이쁘게 물이 들었더라고. 뭄바이는 1년 365일 온도가 거의 일정해서 그런 변화를 느끼기가 쉽지는 않은데, 한국에서는 '지금이 가을이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낄 수가 있더라고 (물론 미세먼지도 포함해서). 

뭐 나름 알차게 보낸 거 같아.

어복쟁반
마라롱샤

가게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북식 요리가 최근 유행이라 그래서 그런지 회식 자리도 이북식 요리 집으로 가더라고. 어복쟁반, 이북식 만두, 평양냉면 이렇게 세 가지 음식을 먹었는데 왜 어복쟁반 사진만 찍었는지 알아? 그나마 비주얼이 괜찮아서 찍은 거야.

확실이 북한식 요리는 간이 삼삼해서 그 맛에 먹는 거라고 하기는 했지만, 소주 안주로 먹는데 뭔가 점점 소주 맛이 강해져서 음식도 점점 맛이 없어지더라고. 어복쟁반은 그마나 간장에 찍어먹으니까 괜찮았지만, 만두는 너무 싱거웠고, 마지막 후식으로 먹은 평양냉면은 면의 반죽 맛이 씹을 때 느껴질 정도로 심심했거든. 회식이라서 그나마 버티고 앉아 있었지, 내 돈 주고는 안 갈 거 같았다. 


내 스타일은 확실이 중국식이 맞는 거 같아. 마라탕, 마라샹궈, 쯔란에 찍어 먹는 양고기, 꿔버우로우...벌써 배가 고프네. 

그중에 이번에 먹어본 음식은 마라롱샤라고 하는 가재 요리인데, 이미 워낙 유명해서 다들 알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가재를 마라 소스에 볶은 요리인데, 범죄도시에서 장첸이 먹방으로 찍은 후 갑자기 유명세를 탔지. 양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 저기서 머리 때고 껍질 때면 애기들 이유식 해먹일 정도의 양이 남더라고. 가격은 3만 2천 원인데, 가성비 최악의 음식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후회스러웠던 낭비 1위에 단숨에 등극했으니까 뭐 말 다 했지. 마라롱샤 말고, 마라새우가 있었는데, 차라리 그건 양이라도 많았으니 굳이 마라롱샤를 먹어야 하지 않다면 마라 새우를 추천하고 싶어.


출장이 끝나고 베이징 공항을 경유해서 뭄바이로 들어왔는데,  여기서도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어.

일단 환승 창구에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안 하는 짓을 베이징에서는 하더라고. 난 남자인데도 불고하고 여자가 와서 내 몸을 더듬으면서 수색을 하는데, 이거 참 기분이 겁나게 지저분 해지더라.

처음에 한국 입국할 때도 그래서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두 번째도 그러니까 뭔가 짜증이 나더라고. 여자분들이 성추행당할 때의 기분이 어떨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는데, 여하튼 담에도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강력하게 항의를 해야 할 것 같아.


두 번째는, 약간 사기를 당한 것 같아. 그래도 베이징이니까 고량주를 사야만 할 것 같더라고. 뭔가 고량주를 사지 않으면 베이징 공항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대충 뭔지 알 거라고 믿어.

베이징 공항은 엄청 넓은 데 정말 실속이 없게 설계된 거 같아. 인천 공항은 정말 신기하게 내가 뭘 찾고자 하면 50걸음 안에 "어 저기 있다"하면서 갔는데, 베이지 공항은 계속 돌아다니면서 느낀 게, "크기만 겁나 크고 뭐 이렇게 텅텅 비었냐"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어찌어찌해서 주류 면세점을 찾아들어갔는데, 고량주는 중국의 술이니까 별로 안 비쌀 거라고 생각했지. 가격도 400위안 이 정도니까 별로 안 비싸겠거니 했지. 그래도 혹시 몰라서 "How much in Dollars"하고 물어보니 종업원이 막 눈을 굴리더니 "18 Dollars"이러는 거야. 그래서 역시 중국이라서 고량주가 싸는구나 하고 두 병을 샀는데, 계산을 하니 180$이 사라진 거지... 하하하 


마지막은 비행기 바퀴를 갈아 끼우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점이다.

비행기 바퀴를 중간에 갑자기 갈기 시작했는데, 아무런 장비도 없이 그냥 바퀴만 들고 가서 성인 남자 2명이 갈아 끼우고 있던데, 이게 가능한지가 너무 궁금하더라고. 자동차 바퀴를 갈 때도 차를 들어 올려서 갈아 끼우는데,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건 아닌 거 같고. 그냥 차에서 내려서 바퀴를 굴려서 가지고 가더니 갈아 끼우는 거 같았는데, 사실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이더라고. 

이 사진을 찍었던 이유는 사실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가 빠지는 불상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했는지는 조금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 40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