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파견국은 어디일까?
인도에서 복귀한 공실 날짜는 2019년 11월 1일이다.
그 이후에 코로나가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었다.
복귀 후에 중남미 지역 출장을 계획 중이었다가 갑자기 출장 금지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디냐?
멕시코에 파견을 와 있다. 2023년 7월 1일 출국을 해서 현지 시간 7월 31일이니 이제 막 한 달을 보낸 것이다.
인도를 이미 한 차례 경험을 하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멕시코는 그래도 나름 시스템이 빠른 편으로 느껴진다. 다만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대한민국의 초스피드에 이미 적응을 해서 그런지 간혹 가다 사람을 흑화 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한 달 사이에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멕시코에서 일을 하기 위해 비자를 받을 때에는 일단 한국의 멕시코 영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먼저 해야 한다. 혹시나 사진을 놓고 오신 분들은 바로 길 건너편에 사진관이 있으니 거기서 바로 찍어서 제출하면 된다. 해당 비자를 받은 후에 입국 후 30일 이내에 멕시코 이민국에 접수를 해서 실제 거주 비자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인도는 공용어가 영어여서 그런지 몰라도 대부분의 시스템이나 웹사이트 등이 영어로 제작되어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경우에는 모두 스페인어다. 스페인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현지 변호사를 이용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일단 이민국에 방문을 한다고 바로 거주 비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침부터 선착순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내 순번을 받을 수 있는데 (대리인 가능) 그 순번도 바로 당일이 아니라 약 2주 정도 후에 방문을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 앞서 말한 데로 30일 이내에 거주 비자를 받아야 하니 일정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2주 후에 정해진 시간을 방문을 한다고 해서 담당자가 내 업무만 봐주는 것도 아니다. 9시 반에 예약을 했으면 약 100여 명의 사람이 9시 반에 예약을 한 상황이고, 그 인원들이 전부다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이름을 부르면 입장을 한다.
당사자만 입장이 가능한데, 분명 영어를 할 줄 알 것이다라고 전달받아서 별 걱정 없이 입장을 했는데 담당자가 영어라고는 "Full Name"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3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온 차례였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소통했다.
서류 작업은 총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해서 컴퓨터를 봤더니 하나하나 엑셀에 복붙을 하고 있었고, 그 명단을 또 하나하나 이민국 사이트에 복붙으로 붙여 넣고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한 30분 정도를 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기다리다 보면 서류 3장 정도를 주는데 (영수증 포함) 이걸 들고 CURP라고 적혀있는 공간에 여권과 함께 서류 한 장을 제출해야 한다. 그럼 또 30분을 기다리다 보면 종이를 한 장 주면서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금방 가겠더니 했는데, 사람 한 명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에 공기도 탁하고 올라가는데 2층이 아니라 약 4층 높이 정도 되었다.
올라가면 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가지고 온 서류를 제출하면 순번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한다. 여기서 사진과 지문을 등록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미 앞에 100여 명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서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모든 절차를 완료하면 주민등록증 같은 카드를 주는데 생각보다 커다란 희열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일련의 과정이 멕시코에서 나의 첫 2주였다.
비자를 하면서 동시에 진행이 되었던 여러 가지 업무가 있다.
1. 법인장으로서 법적인 서류 작업이 필요했고
2. 은행 계좌 (월급 통장)을 개설해야 했고
3. 운전 면허증 발급
4. 거주지 찾기
법적은 서류야 변호사가 있으면 생각보다 금방 처리를 할 수가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서 정말 답답한 일들이 있었다. 일단 첫 번째는 계좌 개설을 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쓸데없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어느 관공서나 비슷하게 사람이 없는데도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떠들고 웃고 있었고 이럴 거면 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불러서 갔더니 이전에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면서 내 번호가 맞는지 물어봤다. 당연히 나는 내 번호라고 했는데 이전에 이 번호를 등록한 사람이 있어서 그쪽에서 먼저 해지를 해줘야 내가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알고 봤더니 이전에 사무실에서 번호를 사용하던 사람이 개인 번호가 아닌 회사 번호를 사용해서 등록을 했었던 것이다. 어쩐지 은행에서 독촉 전화가 많이 오기는 했다. 결국 심 카드를 바꿔서 다시 등록을 하긴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대략 4시간 정도였다. 애초에 개인 은행 계좌 개설을 하는 데 있어서 왜 회사 번호를 사용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그걸 그 사람한테 연락해서 바꾸라고 하는 은행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운전면허증 발급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랑은 조금 다른 부분이 많다. 운전면허 발급을 하는 데 있어 시험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사진도 들고 갈 필요가 없다. 그냥 이민국에서 받았던 비자카드와 몇 가지 증빙 서류만 들고 가면 30분 만에 면허증이 발급된다.
운전면허 발급처도 위치가 생각지도 못한 쇼핑몰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면허시험장에 가서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쇼핑몰에 발급처가 위치한 것이다. 사진도 필요 없다. 다 알아서 찍어준다.
부동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랑 비슷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발품을 팔아야 내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집이 원하는 가격에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은 당연히 호텔에서 지냈다. 현재 집주인은 멕시코 사람 같지 않은 뭔가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집이었지만, 집주인이 볼 때는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집수리를 7월에 마무리하고 8월 1일에 입주를 하라고 했다. 추가로 멕시코시티에서는 에어컨이 있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이 집에는 에어컨이 무려 3개나 각 방마다 설치되어 있다.
이사 시기를 늦추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만, 집 청소와 관련된 조항들이 2페이지가 넘었다.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마대로 닦아라, 샤워 후 유리에 물기는 꼭 제거해라, 세탁기는 어떻게 써라, 베란다 창문은 꼭 밖에어 안 열리도록 막대기를 끼워두어라, 쓰레기는 어디에 어떻게 버려라 등 20가지가 넘는다. 계약서를 검토해 주신 변호사님도 계약서상의 문제는 없는데 청소가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