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다이어트
Popocatépetl
한국은 월요일 새벽 4시 반쯤 됐을 것이다. 다들 출근을 위해 일찍 잠들었겠지.
멕시코는 아직 일요일 오후 1시 반이다. 글 쓰기 딱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이번 주는 약간 정신없이 흘러간 부분이 있긴 하다. 푸에블라라는 지역으로 출장도 다녀왔고 9월 16일이 우니라로 치면 광복절이라 근무 일 수도 4일에 불과해서 더 정신이 없었다.
먼저 푸에블라에 출장과 관련된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푸에블라는 멕시코 시티에서 약 135km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이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대략적으로 2.5시간에서 3시간 정도 소요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2.5시간 중에서 CDMX (멕시코 시티)를 빠져나오는 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 소요 되었다.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서 가야 하는 길이 신호도 많고, 차도 많았는데 생각보다 신호가 짧았고 신호 위반을 하는 차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약간 곤욕스러웠다. 고속도로를 탄 이후에는 얘기가 약간 달라졌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를 타더라도 주변에 확 트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내려가는 길에 그런 탁 트인 공간을 목격하게 되면 잠시나마 넋을 놓고 구경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런데 멕시코는 조금만 벗어나니 넓은 들판과 멀리 보이는 웅장한 산들이 계속해서 보였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Majestic 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과속카메라가 한 대도 없다는 점이다. 중간중간 경찰차들이 직접 속도계로 측정을 하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직접 운전을 해서 이동을 했는데 직원들이 엄청 겁을 줬다. 큰 차들도 많고 위험하다는 얘기를 계속했는데 사실 뭐가 그렇게 위험한지는 느끼지 못했다. 대형트럭이나 트레일러들이 많이 다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이는 모습이라 신경이 쓰일만한 부분은 아니었다. 다만 도로가 약간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깨진 곳들도 있었고, 공사 중인 곳도 많았는데 제일 황당했던 건 고속도로에 과속방지턱 같은 구조물이 있었다는 것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갑자기 나타난 과속방지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약간 차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큰 차를 렌트했기에 불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차에 대해서 약간 추가 설명을 하자면, 멕시코에 도착한 7월 첫째 주부터 차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만 개인이 아닌 회사 명의로 리스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세금 공제가 무시할 만한 금액이 아니기 때문). 문제는 지금 현재 9월 17일인데 아직까지 차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최초에는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하였다. 폭스바겐사의 티구안을 중고로 구매를 하려고 하였고 맘에 드는 매물이 있어 진행을 하고자 하였는데, 중고차이며 개인용 구매가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증명서류와 검토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티구안이 인기가 있는 차종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중고차임에도 가격대가 저렴한 편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할부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는데, 할부를 하게 될 경우 이자가 살인적으로 올라가기에 신차 구매를 결정하였다.
신차 구매도 마찬가지로 티구안으로 결정하였다.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금액대에 독일 차량이고 생각보다 옵션도 많아 운전하기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한 부분이다. 문제는 폭스바겐 딜러사의 대응이었다. 분명 처음 방문 했을 때에는 차량 재고가 있고 일주일 안에 모든 일이 다 마무리될 것이라고 답변을 받았다. 물론 믿지도 않았다. 한국도 아니고 여긴 멕시코이며, 일주일 안에 차를 인계받는다는 것 자체가 지나가던 멍멍이가 똥방귀 뀌는 소리였다. 그래도 3주 정도에는 처리가 될 거라 생각하고 진행을 하기로 했다.
모든 서류는 다 제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차를 위한 계약서 작성이라던지 계약금 입금에 대한 얘기가 3주가 지나 4주가 되어 가는데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와중에 직원이 계속 독촉을 하였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돌려버리는 상황까지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단 재고가 없는 상황이었고 다음 재고가 언제 수입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면서 TAOS라는 차를 추천해 줬다.
가격은 티구안이랑 비슷한데 우리나라 자동차로 따지면 기아의 셀토스 급 차량이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고객 응대에서는 기분이 상항 고객이 있을 경우 더 나은 것을 제공하면서 가격을 비슷하거나 저렴하게 제안을 해서 불을 잠재워야 하는데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안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당황스러웠다.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다 고려해 본 결과, 애국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현대와 기아 중 그래도 현지에 생산 공장이 있는 기아 자동차가 여러모로 사후 관리가 잘 되어 있을 것으로 파단해 최종적으로 신형 스포티지를 계약했다.
다만 문제는, 8월 둘째 주쯤 최초 계약을 할 때 8월 말이면 모든 절차가 완료될 것이다라는 답변을 받고 진행했었다 (믿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지금 9월도 절반이나 지나간 상황이다. 9월 18일, 그러니까 내일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는 답변을 받기는 했지만 과연... 준비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 법인 차량이 모두 예약이 되어 있다 보니 출장을 위해서는 차를 렌트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작은 차는 위험할 것으로 판단해서 렌트한 차가 쉐보레의 서버반이다.
영어로 Suburban인데, 현지 발음으로는 수브르반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못 알아 들었다. 8 기통 5300cc 355마력의 힘과 5m가 넘는 전장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그냥 발을 살짝만 대고 있어서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어느 순간 140km로 달리고 있었다. 120km 달리면 80km 정도로 달리는 듯한 착각까지 줄 정도로 차가 안정적이었다. 전반적인 주행 질감은 차를 탔다는 느낌보다는 요트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핸들링도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 크다는 펠리세이드나 카니발 보다도 훨씬 큰 차였지만 운전이 힘든 느낌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신기했다.
물론 단점도 많았다. 일단 차가 20만 km를 육박해서 그런지 첫 시동 시, 에어컨을 켜면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났다. 나아가 실내 잡음이 너무 심했다. 일상 주행에서도 그렇고 과속 방지턱을 넘어갈 때 차가 분해되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가장 큰 문제는 차의 사이드미러였다. 저 육중한 차의 사이드미러가 일반 경차 수준의 사이드 미러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차가 연식도 있다 보니 주행 보조장치는 크루즈가 전부인 인상황에서 사이드 미러라도 넓게 시야를 가져오고 시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는 아예 없다. 그렇다고 핸드폰 거치대를 사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워서 운전하는 내내 손에 핸드폰을 잡은 상태로 주행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을 8 기통 5300cc로 용서할 수 있는 차였던 것은 분명하다.
너무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주행하는 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활화산을 목격하게 되었다.
Popocatépetl (포포카테페뜰)이라고 하는 활화산이었는데 연기가 지속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산 꼭대기에 하얀 부분은 활화산인 줄 모르는 상태여서 눈이 쌓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로 뒤덮인 상황이었다. 왼쪽 사진이 더 최근의 사진인데 더 많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보고 현지인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2016년에 한 번 분화를 했었던 부분도 있고 멕시코 자체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 더 무서워하는 듯했다. 그냥 단순히 멋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포포카테페뜰에는 전설도 있었다.
먼 옛날 아즈텍 용사였던 포포카테페뜰은 Iztaccíhuatl (이즈타시후아틀)이라는 공주와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발발했고, 뛰어난 용사였던 포포카테페뜰은 당연히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왕은 전쟁에서 승리 후 돌아오면 둘을 혼인시키겠다고 약속했고 포포카테페뜰은 전쟁이 나갔다.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이즈타시후아틀과의 행복을 꿈꾸며 승리를 이어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즈타시후아틀은 어느 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포포카테페뜰이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이후 이즈타시후아틀은 식음을 전패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모두가 전사했다고 알고 있었던 포포카테페뜰은 전쟁에서 승리 후 이즈카시후아틀을 먼저 찾아갔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너무 상심한 나머지 포포카테페뜰은 그 자릴에서 이즈타시후아틀을 품에 안고 정처 없이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현재 화산이 있는 위치이다. 그곳에서 포포카테페뜰은 향을 피우고 아즈타시후아틀을 위한 명복을 빌어주는 동시에 신들을 원망하며 대답 없는 하늘을 향해 매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신들도 노하였는데 하늘에서 천둥번개와 돌들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을 사람들이 포포카테페뜰이 걱정되어 그들이 떠난 방향을 보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즈타시후아틀이 누워있는 자리에는 여자 형상을 한 산이 생겼고, 포포카테페뜰이 있던 자리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이 생겨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신화이긴 하다.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기는 하다.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었을까는 감히 가늠도 되지 않고, 누군가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이다. 특히 내가 미래를 꿈꿔왔던 상대가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이.
지금도 사람들은 포포카테페뜰이 답답하거나 울분이 치밀어 오를 때 화산이 분화한다고 믿고 있을 정도인데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연애, 결혼, 이혼을 너무 쉽게 하는 세 상인만큼 교훈처럼 다가오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멕시코에 온 이후부터 다이어트에 집중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기록을 조금씩 남겨보고자 한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골격이 크고 힘이 좋은 집안이라고 생각된다. 아버지도 그렇고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그 시대에 다들 180cm가 넘으셨다.
나도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 멕시코에 오기 전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8주 동안 1RM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1RM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3대 운동 벤치프레스, 스쾃, 데드리프트라는 3개 동작을 1번 들었을 때 기록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3대 500은 언더아머 금지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500은 위 3가지 운동을 했을 때 합산 무게가 500kg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8주간 나름대로 개인 운동과 회사에서 제공하는 운동을 통해서 엄청난 양의 근육 증가를 얻었고 총합산 무게 500kg 이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정확히 몇 kg인지 모르는 이유는 사내에 총 195kg까지의 무게만 가지고 있는데, 부족해서 측정을 멈췄기 때문이다. 물론 근육 증가도 있었지만, 체지방 증가도 만만치 않았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힘을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식단은 딱히 집중하지 않고 단기간에 많은 무게를 들 수 있도록 힘을 키우는 운동으로 진행이 된다. 승부욕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총합산 무게 1등을 했지만, 총몸무게도 1등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에 멕시코 준비와 개인적인 일들로 바쁘다 보니 체중감량에 성공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만족하였나? 그래도 총 무게 500kg이면 대단한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잠깐의 기쁨이었을 뿐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김창옥 교수님이 얘기하는 강연을 들어보니 나는 그때 당시 자존감 낮고, 그런데 인생에서 뭔가를 이뤄내긴 했고 자존심만 높은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서 하는 얘기라 하더라도 기분 나쁘게 들었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들을 했다. 나도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가 얘기를 하니 자존심만 내세우면서 스스로를 방어하기에 정신이 없었던 행동들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을 맹세한다.
나도 한때는 키 182cm에 80kg의 건강한 성인이었다. 지금도 몸무게에 비해 당뇨나 고혈압이 없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마음에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 생겼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8월 11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했는데 지난주 목요일 확인 한 결과 총 15kg이 감량되었다. 출장 중에 나름 식단을 지킨다고 노력했지만 약간 다시 살이 붙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에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승우 한약사님의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현재 이틀 째 진행 중이다. 흔히 얘기하는 과채식 식단인데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과일에 대한 인식을 깼으며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방향으로 식단을 조절 중에 있다. 단백질은 두부, 탄수화물은 고구마나 감자로 대체하고 있다.
아무 과일이나 먹는 것은 또 아니다, 운동을 병행하고 있으니, 바나나, 사과 정도로 제한을 하고 있고 야채는 양배추, 토마토, 고구마, 감자 등으로 먹고 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포만감이 있어 배가 엄청 고픈 것도 아니다. 계란도 먹기는 하지만, 무조건 삶은 계란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크릿'이라는 책을 나는 참 좋아한다. 작가 분이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음에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내용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크게 와닿았던 부분이다. 신체 건강한 내가 왜 비판적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아성찰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나한테 너 지금 그럼 정말 괜찮아?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답은 No다. 난 지금 지옥과도 같은? 어쩌면 지옥보다 더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 자신, 나의 미래, 높아진 자신감, 내려놓는 자존심, 더 나은 내가 된 나의 모습을 매일 상상하고 꿈꾸고 있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고,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사회적인 부분이든, 개인적인 부분이든 포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키느냐도 나의 의지에 달린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부분에서 성공한 나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그려가며 내가 현재 설정한 목표를 이루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같은 바를 기도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