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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Apr 20. 2022

부럽지가 않어...

무대의 앞과 뒤에서의 모습

엄청난 대 배우들의 소탈은 엠티 사진. 여러 형태로 가공되어 인터넷 밈으로 돌고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외부의 영향을 덜 받고 항상성을 유지하며 스스로의 존귀함을 지켜낸다. 누가 뭐라 하든 패배하고 실패하든 순간 아픔은 있겠지만 이내 훌훌 털고 다시 자신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처럼 산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모임에서 배역을 수행하고 집에 와서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무대와 무대 뒤 분장실처럼. 인생에도 무대와 무대 뒤편이 있다.


인터넷에 여러 가지 밈으로 돌고 있는 황정민, 조승우, 지진희 배우의 MT 사진은 웃음을 자아낸다. 대 배우라고 불러도 될 만큼 화려한 수상 경력과 필모를 보유한 그들인데. 사진 속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동네 형이나 복학생 형 같은 행색이다. 소탈함을 넘어선 허탈함이 느껴지는 대배우들의 무대 뒤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자주 접하면 행복감보다는 우울감이 더 커진다는 연구를 읽은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모습이 대부분인 인스타그램. 그걸 접할수록 위화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돈도 많고, 저 사람은 이쁘고, 저 사람은 몸도 좋고, 저 사람 애인은 멋지고, 저 사람 집은 강남이고, 저 사람 강아지는 이쁘고, 저 사람 차는 독일 차고, 저 사람은 해외로 자주 여행 가고....


장기하의 신보. 부럽지가 않어.


이런 세태에 장기하의 신곡 "부럽지가 않어"는 큰 울림을 준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자존감을 깎아먹는데 1등이라는 점에서 유쾌하게 현세대를 꼬집고 있다. 결국 무한 반복되는 부러움은 끝이 없이 나를 갉아먹고 절대로 충족되지 않는다. 부러움이라는 걸 느끼지 않아야 온전한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어

괜찮어


다시 무대와 무대 뒤편이라는 구분으로 돌아가서. SNS에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들은 무대 뒤 일까 무대일까? 일상 사진, 일상 VLOG라는 말로 업로드되는 수많은 피드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된 모습들로 위장했지만 결국 무대 위 모습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콘텐츠. 누군가의 리액션을 갈구하는...


현재 나, 당신. 우리는 모두 무대와 무대 뒤편을 오고 가는 배우들이다. 다른 사람의 무대 위 모습만 보고 멋지다 이쁘다 부럽다 탄복할 필요가 없다.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황정민, 조승우, 지진희 같은 대 배우들의 무대 뒤 모습은 우리와 똑같다. 참이슬을 마시고 오징어를 뜯으며 방바닥에 드러누워 TV를 본다.


타인의 무대 위 모습만 보고 감탄할 필요가 없다. 모두에게 무대 뒤편 모습이 있고 그게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친구가 여름만 있는 열대 휴양지에서 찍은 SNS 사진을 보며 부러워할 시간에 동네 산책을 하며 활짝 핀 진달래를 보며 사계절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타인과 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부러움을 얼마나 건전하게 극복해내는가. 이것이 자기 인생에 만족하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장기하 노래의 가사처럼 할 수 있다면 이런 고민도 필요가 없다.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우리 모두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지워보자. 훈련해보자. 우리는 오늘부터 부러움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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