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소설책 '쇼룸' 리뷰
김의겸 소설책 '쇼룸' 리뷰
20,30대 자취생이라면 다이소나 이케아에 한 번쯤 가봤을 거다. 나 역시 이케아 광명점과 고양점에서 자취방 가구를 구매하고 쥐가 곳간에 드나들듯 다이소에 가서 소모품들을 샀으니까.
어쩌면 우리 세대는 이케아와 다이소와는 불가분 관계일지도 모른다. 이케아와 다이소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일상생활 속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설령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던 물건일지라도 그곳에 가면 나에게 필요했던 물건임을 알게 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쇼룸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한마디로 내 분신 격인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여덟 개의 짧은 단편 소설 속에는 다이소에서 만나 다이소에서 헤어진 커플 이야기, 사업이 쫄딱 망해서 집을 팔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이케아 가구를 구매하는 부부, 미래가 불투명한 백수들이 정해진 예산에서 구매하는 이케아 소파, 불륜녀를 위해 구해준 오피스텔을 이케아 가구로 채우는 이야기 등 다양한 상황들이 나오지만 결국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이케아와 다이소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주거 공간이 배경으로 나온다.
우리는 좁은 집에 살더라도, 넓은 집에 살더라도 본인이 살고 있는 구역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더 좋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기를 원한다. 전시된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 이케아에 있는 백여 개의 쇼룸들은 구매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쇼룸은 너무나 완벽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들이 컨셉에 맞게 잘 연출되어있다. 이케아 쇼룸을 보고 있으면, 이케아가 제시하는 삶의 표본처럼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쇼룸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삶의 표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케아가 제시하는 표본에 미치지 못하는 삶들이 훨씬 많다. 나 역시 이케아에서 하는 60만 원짜리 매트리스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이케아 제품이 저렴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대체품인 마켓비 같은 곳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케아를 방문하는 것을 즐긴다. 직업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케아 가구들을 보면서 살고 싶은 삶의 패턴을 상상하면 즐겁기 때문이다. 가령 지금은 좁은 원룸에 살아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데 쾌적한 키친에 친구들을 초대해 홈쿠킹을 하는 것, 서재와 같은 거실에서 책 읽는 것들을 상상한다. 그래서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는 것은 가구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꿈꾸는 삶의 순간도 구매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는 전 세계의 사람들의 삶의 표본을 제시하고 우리는 이케아와 비교해가며 거주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좋은 점은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고, 반대로는 자신의 삶과 이케아의 전시된 판타지와 비교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시된 판타지와 같은 쇼룸에 의식을 잠식당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현명하게 표본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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