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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읊조림

아주 오래전 이야기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

by 리즈





집 근처의 카페에서 아는 이를 만났다. 카페 이름이 바그다드 카페.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여기를 지날 때마다 가끔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야기를 한 번씩 언급하기도 했다. 이 카페를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음악 소리가 조금 크기 때문이었다. 실내의 음악소리 때문에 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나지막한 그런 정도의 조용한 실내를 선호한다.


바그다드 카페를 생각하면 영화보다도 떠오르는 어느 날 하루가 있다.

아주 오래전,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구의 문화교실 시청각실에서 목요일마다 영화 상영 프로그램이 있었다. 10여 명을 앉혀놓고 선별한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함께 리뷰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날의 영화가 <바그다드카페>였다.


캘리포니아의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펼쳐지고...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졌다.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졸릴 영화가 아니었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이 갔던 분은 아예 엎드려 잔다. 어둠 속에서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치켜뜨며 간신히 영화를 끝까지 다 보았다. 잠에서 깬 그녀는 단잠이란 이런 거라면 아주 잘 잤다며 크게 웃었다.


어째서 이 영화를 보면서 졸음이 쏟아졌을까 생각해 보면,

그즈음의 고단했던 날들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극상 난이도의 육아에 지치고 있던 날들이었고, 내 앞에 주어진 모든 일들을 해내느라 고군분투 안간힘을 쏟아내던 시기였다.

또는, 영화 속 사막의 극한의 건조함이 내면의 메마른 심리를 유발하고? 내 안의 심리적 피로감을 끄집어냈기에 그랬을까 궁색한 이유도 찾아본다.


그럼에도,

보고 싶던 영화 앞에서 마냥 졸리기만 했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으로 떠오른다. 고단했던 날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간간이 맛보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보람... 그 모든 시간들, 그 시간들이 나를 살아내게 했던 삶의 에너지였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부딪히고 치유하며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결국은 아름다운 여정의 힐링 영화. 그 후에 이 영화를 찾아 몇 번 더 보았다. 사막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노래가 지금까지 환청처럼 귓가를 울린다.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일상이 오버랩된다. Calling You/Jevetta Steele~


-Bagdad Cafe / Out of Rosenheim

다시 한번 봐야겠다.





https://youtu.be/yFymmWhpBKs? si=0 FfPKMRT8 eSbtU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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