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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 Sep 28. 2018

Music is Life

미국 멤피스

테네시주(State of Tennessee)에는 두 개의 음악 도시가 있다. 하나는 중심 도시인 내슈빌(Nashville)이고 다른 하나는 서쪽 끝에 위치한 멤피스(Memphis)다. 둘 다 음악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지만 속살은 조금 다르다. 내슈빌이 백인의 사랑을 받은 컨트리(Country)를 내세운 반면, 멤피스는 아프리카계에서 유래한 블루스(Blues)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떠오르는 로큰롤(Rock’n’Roll)의 발상지임을 강조한다.


Memphis

멤피스는 미시시피강 하구에 위치한 목화 재배지였기 때문에 노예가 많았다. 강제로 농장에 끌려온 이들이 신세를 한탄하거나 위로했던 노동요에서 블루스가 시작되었고, 이후 다양한 장르와 섞여 로큰롤을 파생시켰다. 그래서 멤피스에는 이름난 녹음 스튜디오나 박물관 등 음악과 관련된 장소가 많고, 일부는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거쳐간 썬스튜디오(Sun Studio)와 멤피스 음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락앤소울뮤지엄(Rock & Soul Museum),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과 박물관이 있는 그레이스랜드(Graceland)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에 시간만 잘 맞추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수많은 뮤지션이 다녀갔을 썬스튜디오(Sun Studio)에는 로고만큼이나 밝은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참 동안 티켓을 팔고 카페에서 주문을 받더니 이윽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몰고 계단을 올랐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포함한, 스튜디오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멋진 음악을 남겨준 이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진심인 것 같다. 진짜 마음이 재치 있는 화법에 실려 우리에게 닿았다.



썬스튜디오(Sun Studio)가 세월을 섞어 담았다면 락앤소울뮤지엄(Rock & Soul Museum)은 세심하게 계획한 느낌이다. 음악의 역사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시간 순으로 흘러가고, 분기점마다 해당 시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주크박스를 두었다. 사회의 모습, 음악의 탄생, 대표적인 뮤지션에 대한 기록을 보고 들은 후, 주크박스 앞에 서서 수록곡(playlist)을 살펴보았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원하는 번호를 누르면 연주가 시작된다. 이어폰을 타고 건너오는 음악은 결국 그 시대, 즉 누군가의 삶이다. 음표로 기록된 몇몇의 이야기가 마음에 박혔다.



한편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생애를 훑어볼 수 있는 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다양한 옵션의 티켓을 팔았고, 관광객이 인파 속에서 타인에게 분노하지 않도록 신경 써서 동선을 만들었다. 다양하고 질 좋은 기념품도 관람 순서에 맞춰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관람과 쇼핑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커다란 저택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수많은 예술가의 마음이 모여있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사실 나는 엘비스의 시대를 살지 않았다. 비슷한 차림을 하고 다리를 떠는 예능인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존재를 알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든 이들이 엘비스를 말한다. 그는 그렇게 다른 이의 삶에 녹아들었다. 비록 우리 사이에 곧게 뻗은 끈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 누군가를 거쳐 닿은 셈이다.

"NOTHING REALLY AFFECTED ME UNTIL I HEARD ELVIS. IF THERE HADN'T BEEN AN ELVIS, THERE WOULDN'T HAVE BEEN THE BEATLES."
                                                                                                                                  -JOHN LENNON


오늘 밤도 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울려 퍼진다. 꼭 그만큼의 삶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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