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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Oct 18. 2021

해외 출판시장의 도서 유통 현황

<기획회의> 544호. 이슈 

류영호 교보문고 DT추진실 부장 | aplus@kyobobook.co.kr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출판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대미문의 상황에 정신없던 2020년 상반기는 급락세를 겪었지만, 여름을 지나면서 온라인 채널과 디지털 콘텐츠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와 지역별 셧다운 조치로 인해 오프라인서점과 도서관 이용에 제한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서 독자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도서를 구입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는 빈도가 급증했다. 원격 수업이 일반화되면서 교육 관련 도서 시장도 빠르게 반등했고, 소설·재테크·홈트레이닝·요리 등 독자들의 코로나19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도서 분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B2C/B2B 채널 모두 전년 대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출판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채널도 회복되고 있다. 국가별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조금씩 행사도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세계 출판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국제도서전이 온라인과 버추얼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다. 출판계 전문가들이 직접 만나서 교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작권 거래량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퍼블리셔스 위클리>와 <퍼블리싱 퍼스펙티브> 등 출판계 주요 소식지에 따르면 세계 출판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악영향을 벗어나 전반적으로 회복과 성장 소식이 중심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도서 유통 시장의 변화


미국 출판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에도 2020년 한 해 동안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었다. 종이책, 오디오북, 전자책 등 거의 모든 포맷에서 도서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오프라인 셧다운 등으로 온라인서점 아마존으로 각종 출판 콘텐츠 주문이 급증했고, 영업이 중단되지 않았던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유통 매장의 도서 판매량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미국 출판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NPD북스캔에 따르면, 2020년에는 종이책 판매량이 8% 가까이 증가했다. 펭귄랜덤하우스U.S.의 CEO 매들린 맥킨토시는 "출판산업은 2020년에 아주 오랜만에 최고의 한 해를 누렸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미국 출판시장은 대대적인 봉쇄 조치가 시행된 2020년 3월에는 도서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었지만, 감소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오프라인서점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2020년 6월경에는 도서 수요가 반등했다. 종이책 대비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 판매량 역시 증가했다. 미국출판협회의 집계 결과, 재택근무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급감했지만, 오디오북 매출이 2020년에 2019년 대비 17%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지난 수년 간 감소세를 나타내 온 전자책 매출도 같은 기간 16% 이상 증가했다.


영국출판협회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영국 내 소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기간 동안 어린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 도서는 2% 증가했고, 논픽션이 4%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체적인 도서 포맷을 기준으로 보면, 독자들은 디지털책으로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인쇄본 매출은 6% 감소했다. 영국출판협회 사무총장 스티브 로팅가는 “출판은 2020년의 중대한 도전을 통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봉쇄 기간 중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이 생겼고, 그들을 독서를 통해 새로운 탈출구를 찾았고 책에 대한 애정을 재발견하게 되었다”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일본의 출판시장 상황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출판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서적 잡지 분야별 동향과 전자출판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종이출판과 전자출판을 합한 출판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종이출판시장은 4.2%, 전자출판시장은 24.1% 증가했다. 전체 출판시장에서 전자출판의 점유율은 25.3%를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서 유통의 최일선에 있는 세계 서점 상황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총 2만 5000여 개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유럽과국제서점연맹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회원사 중 88%는 최소한 1회 이상 문을 닫았다고 한다. 회원사들이 속한 정부는 서점 지원을 위해 전용 보조금과 부양을 위한 각종 패키지를 제공했다. 연구 분석에 포함된 국가의 절반 이상에서 2020년 총 도서 판매액은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2020년 미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브라질, 호주, 영국은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세계 도서 유통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해외 출판계에는 새로운 출판 콘텐츠 유통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출판 콘텐츠의 제작 포맷과 유통 채널 전반에 큰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출판 생태계의 범위도 웹 콘텐츠(웹소설, 웹툰) 시장까지 확장되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출판과 융복합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줌zoom이나 웹엑스webex 등 비대면을 통한 원격 커뮤니케이션과 출판사의 재택근무와 모바일 오피스 운영이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다. 디지털화, 소셜 네트워크,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 등 기존의 책을 위협한다고 생각되는 이슈에 대해서 출판사와 서점, 독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판과 기술이 연결되는 시대 상황에 대해 “책을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로 파악하고 대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음성기반 소셜 네트워크 앱 클럽하우스clubhouse도 작가들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로 큰 역할을 했다. 독자들도 자발적으로 북클럽을 개설하면서 자유롭게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가와 출판사, 서점 모두 디지털, 기술,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출판 기획과 유통의 대전환에 참여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출판 유통에 있어서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나면서 몸집을 키우거나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려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대형 출판사들의 인수합병 추진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 카테고리 확장과 우수 인력 확보가 중요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2020년 11월, 사이먼앤슈스터의 모회사 비아콤CBS는 21억 7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사이먼앤슈스터를 펭귄랜덤하우스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펭귄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인 독일 베텔스만은 북미 1위 출판사와 3위 출판사를 모두 확보하게 되었다. 비아콤CBS는 매각 수익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하거나 배당금 지급과 채무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서, 2021년 8월에 아셰트 북그룹은 북미 독립출판사 중 최상위에 있는 워크맨 퍼블리싱을 2억 4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로 인해 논픽션 분야를 중심으로 3500여 종의 백리스트(back list)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의 종이책 판매량이 증가한 중요한 원인은 백리스트 판매의 지속적인 증가라는 점이다. 실제 2020년 구매한 종이책 판매의 67%가 백리스트 타이틀이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의 인기 증가에 따라 신간을 찾는 것보다 기존에 출간된 인기 있는 책을 찾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대형 오프라인서점의 몸집 키우기도 진행되고 있다. 2021년 5월, 반스앤노블을 소유한 사모펀드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미국 최대의 문구 및 선물 소매업체인 페이퍼 소스의 자산과 사업 운영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반스앤노블의 CEO 제임스 돈트가 140여 개 매장이 있는 페이퍼 소스의 경영을 담당하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소매 파트너십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반스앤노블의 이번 결정은 도서 판매 중심의 사업 모델로는 오프라인 채널 감소 추세와 아마존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에 맞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도서와 문구류 판매를 결합하고 매장 모델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향으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O2O 유통 방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 디지털 콘텐츠를 대표하는 전자책 유통 시장도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도서관 콘텐츠 전문 제공사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가 발표한 「2020년 디지털 도서관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은 이후 전자책 대출 권수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출판사들은 도서관에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1년간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대출당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지난 5월 아마존의 출판 브랜드인 아마존 퍼블리싱은 미국디지털공공도서관과 전자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아마존 퍼블리싱의 모든 출판 타이틀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은 미국디지털공공도서관의 비영리 도서관 콘텐츠 시장인 DPLA 익스체인지(DPLA Exchange)를 통해 약 1만 권에 달하는 아마존 퍼블리싱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다. 1000여 개의 출판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DPLA 익스체인지’는 뉴욕공공도서관이 개발한 도서관 전자책 앱인 심플리이SimplyE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연계해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의 유통 혁신을 위해 일본의 대형 출판사와 종합 무역 상사간 합작회사 설립도 의미 있는 행보다. 지난 5월 일본의 3대 출판사로 꼽히는 고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은 마루베니와 손을 잡고 새로운 출판유통회사를 연내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마루베니는 출판사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인쇄용지를 공급해오며 출판계와 인연을 맺고 있다. 새로운 회사의 설립 목적은 출판유통 공급망의 최적화를 통해서 유통 비용을 감소시키고, 반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중점 사업으로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사업과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활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출판사들은 수년 전부터, 출판 기획단계에서부터 판매량 등의 기본 데이터를 이용해 도서출판과 유통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들 3개 출판사의 시장점유율이 30%에 이르고, 물류대행사인 일판과 동판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독점과 횡포를 우려하는 중소출판사와 서점의 목소리도 많은 편이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한 대응


해외 도서 유통시장은 기존의 프로세스를 유지하면서 채널의 변화에 대응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고, 인접 미디어 산업과의 융복합과 투자 인수 등을 통한 세력을 키우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의 도서 마케팅은 이미 독자가 있는 곳을 향해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책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들이 있는 커뮤니티를 찾아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서 책의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다. 잠재적인 독자 발굴이 출판계의 당면 과제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출판사와 서점, 도서관계 등 독자와의 접점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은 전통적인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선택하는 종이책의 가치는 지속되겠지만,  책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방식에는 좀더 디지털화된 접근과 실행이 요구된다. 각종 트렌드를 분석함에 있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소셜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독자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은 구독형 모델을 선호하면서 이미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유통 시스템이 안착되어 있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출판시장의 특성상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기에 있다. 대형이 아니더라도, 강소 출판사와 서점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제작과 유통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공동으로 출간 이벤트를 영상이나 오디오를 통해 진행하거나, 포털사이트를 활용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제 해외 출판 유통시장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반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될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정해보고 주변과의 협력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 참고자료 

- Jim Milliot, 「Barnes & Noble's Owner Buys Paper Source」 <Publishers Weekly>, 2021. 5. 12.

- Porter Anderson, 「The European and International Booksellers Federation Report on 2020」 <Publishing Perspectives>,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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