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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Dec 01. 2021

메타버스와 NFT 시대, 출판산업의 변화

- <월간 국회도서관> (2021년 11월호), 교보문고 DT추진실 부장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를 주제로 한 책들이 부쩍 많이 출간되고 있다. 다양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엔 책만 한 미디어가 없다는 판단이기 하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말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세계를 말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이 서로 융합된 플랫폼 세계를 가리킨다. 4차 산업혁명이 연결을 강조한 개념이라면,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소멸한 개념으로 보면 적절하다.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되 이를 넘나들면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무수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들의 출현하면서 각종 수익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특정 기술에만 의존하는 혁신이라기보다는 AR(가상현실), V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조합과 산업 간 가치사슬의 융합을 통해 창출하는 가상의 생태계가 핵심이다. 1992년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처음 세상에 알렸던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쓴 공상과학(SF) 소설인 『스노 크래시(Snow Crash)』는 최근 국내에서 재출간되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성장하면서 2008년에 절판된 책을 다시 번역한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피아 조직에게 빚을 진 피자 배달기사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으로 등장한다. 이 책은 2003년 메타버스 컨셉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구현했던 린든랩의 창업자 필립 로즈데일,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등이 크게 영향을 받았던 소설이다.


주로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검증되고 있다. 고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가 개발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MZ세대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창작하면서 동시에 소비의 주체가 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특정 공간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한다. 여기에는 음악, 영화, 게임, 콘서트 등 콘텐츠 플랫폼으로 완전한 구성을 갖춰가고 있다. 


메타버스로 인한 출판산업의 변화 


메타버스와 출판산업과의 연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판하는 모든 현실적 활동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이동시키면 메타버스의 골격은 갖춰진다. 작가는 자신의 집필실이나 글을 쓸 때 자주 들리는 카페나 도서관을 설정할 수 있다. 출판사도 사무실 공간을 지역이나 규모를 직접 설정해서 운영할 수 있다. 작가와의 소통이나 인쇄 제작사, 도매상, 서점 등과의 거래와 결제도 합의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매장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구입할 수 있다. 책이 어떤 크기와 무게인지, 본문은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었는지, 내용은 어떠한지 등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독자는 현실세계와 거의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책과 사람의 만남에서 가상의 나를 등장시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생활은 메타버스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가들은 내가 쓴 책에 어떤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늘 궁금하다. 출판사도 타깃 독자들을 찾아서 마케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서점도 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찾아보고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데 주력한다. 따라서, 나를 대신하거나 우리 회사를 대신하는 사람과 공간이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콘텐츠 생산과 소비를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독자는 특정 작가와의 북콘서트를 비대면 환경으로 정해진 시간에 참석해서 소통할 수 있다면 이동 거리와 비용 등 여러 제한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


출판 콘텐츠 유통의 경우, 실물의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과 오디오북, AR/VR Book 등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디지털 출판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듣거나 보면서 색다른 독서 경험을 가질 수 있고, 저자의 싸인을 받고 싶으면 메타버스 내에서 작가에게 직접 신청해서 받아볼 수도 있다. 혼자만 하는 독서 활동이 지겹다거나 새로운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면 메타버스에서 북클럽(Book club)을 개설할 수도 있다. 이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관심 있는 분야와 작가, 특정 책을 통해 소통하는 북클럽이 전 세계에서 활발한 만큼 메타버스 북클럽 모델은 인기가 기대되는 분야다. 


지난 8월, 한국언론정보학회 연구 세미나에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김호경 교수는 "현재 메타버스에서 출판문화산업은 기존 이야기를 단순히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이야기 자체가 일상이 되고 이를 공유하는 스토리리빙(StoryLiving), 이야기 주인공이 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 수준으로 실현되고 있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의 감동적 이야기를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이야기에 동화돼 실제 감정선으로 연결시켜줌으로써 정서적 공감대까지 형성해준다"는 것이다. 가상세계가 마치 현실세계와 동일시되면서 이용자와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아바타(Avatar) 간의 감정적 유대관계를 통해 출판콘텐츠의 내용이 그대로 전달될 정도로 의미가 높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메타버스에서의 독서경험과 문화가 주는 인식이 현실과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면 출판산업의 미래는 지금과는 또 다른 고민과 전망이 필요할 것이다.


메타버스와 콘텐츠 법적 분쟁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메타버스는 기존의 사이버 공간(Cyber Space)과는 다르다. 이용자가 현실과 동일하게 사회문화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스스로 창작한 콘텐츠와 기존에 있던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유통해서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과는 전혀 다른 법적 이슈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 속도에 비해 각종 법률제도의 정비가 뒤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즉, 각종 범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률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IP) 침해, 개인정보보호, 아바타의 법적 지위 규정 등 메타버스 생태계에 현실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지 등 전반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 기능적 차원뿐만 아니라 기술적 차원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핵심 기술인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과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를 통한 기술 혁신의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인 NFT(Non-Fungible Token)가 접목된 메타버스 플랫폼이 개발되면서 사용자생성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 UGC)에 대한 희소성을 인정하고, 소유권을 부여하거나 양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졌다.


NFT 기술로 인한 출판산업의 변화 


국내에서도 NFT를 통한 출판 콘텐츠 거래가 시작되었다. 지난 7월에 배수연 시인의 3번째 시집인 『쥐와 굴』(현대문학) 1쇄가 한국 문학 최초로 NFT 경매를 통해 판매되었다. 해외에서도 미술과 음악 분야는 NFT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문학계의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배수연 시인은 세계 최대 NFT 경매사이트인 오픈시(OpenSea)에서 본인의 책을 가지고 경매를 열었다. 경매 기간과 시작 및 마감 시각은 진행하는 이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고 해당 기간에는 24시간 경매가 계속된다. 총 8차례 경매 입찰이 이뤄졌고, 한 참가자가 2.94ETH(이더리움)에 『쥐와 굴』 1쇄의 NFT 파일을 구입했다. 당시 기준으로 약 900만 원으로 종이책 정가(9000원)의 1000배 정도로 높은 금액이다. 


최근 출판산업에서 문학 분야를 중심으로 NFT 거래에 대해 관심이 높다. 문학적 가치나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은 작품 자체의 희소성을 미리 평가받을 수 있고, 제작/유통사들은 독자적인 지식재산권(IP)을 독점적으로 확보 가능한 플랫폼으로 NFT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콘텐츠를 거래함에 따라 해당 작가와 출판 타이틀에 대한 관심도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판매 수익도 기대할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자신이 저작물이 블록체인(Block Chain)에 등록되어 자유롭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최근 웹소설 플랫폼을 중심으로 NFT를 활용한 각종 비즈니스가 제공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웹소설 시장에서 저작권 관리와 유통에 대한 관리에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NFT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 플랫폼들은 웹소설, 시나리오/대본, 영화·방송 프로그램 콘티 등을 창작하거나 구독 서비스를 지원한다. 플랫폼에 등록된 텍스트를 NFT로 전환해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자유롭게 거래하도록 한다. 즉, NFT로 전환된 소설을 영화나 연극, 드라마 등은 2차 판권 판매를 통해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반 스토리 IP 거래 플랫폼인 스토리체인은 모든 창작 활동이 실시간 블록체인에 기록해서 IP로 인증되며 메인·보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여러 작가와 협업을 지원한다. 협업 시 각자 기여도 및 저작권 지분이 블록체인에 자동 저장되어 수익 분배에 정확한 산식으로 반영된다. 독자가 직접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IP의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 내 이용자의 행동을 블록체인에 트랜잭션으로 기록하기 위한 토큰으로 이더리움과 루니버스 기반의 ‘토리’를 발행/유통/관리한다.


블록체인과 NFT 시장은 작가의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신인이나 일반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플랫폼들은 블록체인에 거래를 기록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토큰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아직 대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건 아니지만 출판분야도 충분히 뒤따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NFT 총거래액은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문화예술,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출판계에 NFT 기술이 본격화되면 불법 복제나 복사, 판권 침해 사례가 많은 출판산업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NFT와 관련한 법적 이슈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NFT는 디지털 창작물에 대한 소유권 증명이 자유롭고 편리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생태계와 결합도 높다. 예를 들어, NFT를 이용해서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 간에 자기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모든 거래 공간은 하나의 독립된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NFT를 이용한 자산 거래를 통해 디지털 화폐의 현금화도 가능하다.


만약에 실제 창작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임의로 창작물을 NFT로 먼저 등록해서 해당 소유권을 주장하면 원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NFT를 통해 작품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원본을 소각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창작자와 NFT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들도 적법한 기준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다. 메타버스 영역의 선점을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발굴을 위한 메타버스 전환과 NFT 기술 접목은 출판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웹소설을 포함한 스토리 IP 시장은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며 기존의 출판 제작과 유통 시스템에도 얼마든지 연계될 수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는 출판산업을 둘러싼 주변 분야까지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나아가 ‘K-출판’이라는 글로벌 출판산업의 확장 관점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자료] 

- 9천원 시집이 경매가 수백만원…시집에도 NFT 기술 적용, 매일경제, 2021.06.03.

- 대본 창작 블록체인 플랫폼 ‘스토리체인’, 앱 출시, 벤처스퀘어, 2021.06.24.

-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의 도래와 법적 쟁점, 법률신문,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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