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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영호 Mar 27. 2022

위드 코로나 시대,
해외 출판산업 동향

[기획회의 556호] ISSUE•위드 코로나 시대의 출판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과 회복의 궤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가 시행한 각종 조치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에서 경제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출판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요 붕괴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국가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불균등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대형 국제도서전의 연기와 취소, 오프라인서점의 휴점과 폐점으로 인한 유통 시스템의 중단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사람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오프라인 외부 이동에 제한 사항이 많아졌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와 학생들의 원격 수업이 보편화되었다. ‘집콕’ 생활에 따른 여유 시간의 증가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콘텐츠 이용률 급증의 핵심 요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게임 등 영상과 비주얼한 콘텐츠 이용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책을 찾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 본인의 독서 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 정도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영국출판협회의 도서 판매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영국에서는 약 2억 200만 권의 단행본과 양장본이 판매되었다. 2012년 이후 2억 권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었다. 2020년 미국의 도서 판매량은 7억 5100만 권을 기록하면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미권 독자들이 즐 겨 찾는 분야는 주로 고전문학, 장르문학(미스터리, 스릴러 등), 요리, 취미 등 스테디셀러와 실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해외 출판계 동향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경제적인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출판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출판사와 서점은 각자의 역량에 맞춰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재택근무를 위해 사무실 문을 닫은 출판사들이 많았다. 대형출판사 중 펭귄랜덤하우스 등 대도시 번화가에 사무실 이 있는 다수의 출판사는 안전한 상황이 될 때까지 직원들의 출근을 제한했다. 원격을 통한 업무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줌, 슬랙, 노션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출판기획과 마케팅 등 전반적인 출판 비즈니스 활동에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많아지면서 사용범위는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유통과 판매의 중심인 서점의 경우, 이용자와 매출액 기준으로 오프라 인의 감소와 온라인(모바일 포함)의 급증 현상을 보였다. 미국의 반스앤노블은 방역 조치에 따라 다수의 매장 문을 닫거나 제한 운영하면서 지역 맞춤형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주요 독립서점들도 이용자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온라인 주문과 직접 배송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매출 급감에 따라 위기에 처한 독립서점을 살리기 위한 지역 시민들의 대대적인 구입 행렬이 이어지는 등 커뮤니티 관점에서 서점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반스앤노블 리모델링 매장 구성 (Yonkers, New York)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출판산업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출판 콘텐츠로의 확장이다. 종이책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전자책, 오디오북, 웹소설, 웹툰 등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분야가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었다. 이는 비대면 환경의 일상화, 모바일 네트워크 와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편화, 개인 맞춤형 추천과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영향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주요 국가별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디 지털 출판 콘텐츠의 구입과 이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20%∼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출판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은 여전히 제한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가상 작가 투어, 콘퍼런스 및 전시회 운영은 하나의 새로운 관행이 되었다. 업계는 조만간 대면 이벤트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대부분 진행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대부분의 출판계 행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임 인원 제한이 해제되면서 소규모 행사는 대면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를 다수의 국가들이 선언하 면서 열린 방역을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 출판산업은 과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모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낼 순 없지만, 그동안의 변화를 수용하거나 부족 한 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 같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출판 생태계 내에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는 큰 영향력을 경험했다. 앞으로 무엇이 더 바뀌고, 무엇이 기존으로 회복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출판산업의 위기와 기회는 영구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 산업의 변화 등으로 출판업계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사고 읽는 데 관심이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실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종이책과 디지털 출판 콘텐츠 판매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기간에 매출이 증가한 대부분의 출판사는 규모가 크고 오래 지속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소위 백리스트Backlist가 풍부한 출판사들의 약진은 매력적인 저자 발굴과 끈끈한 독자 관계 구축, 콘텐츠 개발에 있어서 투자 여력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리스트 책의 부활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 자들에게 약진의 계기가 되었다. 종이 중심의 전통적 출판 비즈니스 관행을 뒤흔들면서 기존 출판계가 상업적으로 담지 못하는 다양한 스토리와 커뮤니티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유명한 왓패드wattpad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한 출판 서비스부터 영상 제작 스튜디오까지 갖춘 대규 모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왓패드의 발표에 따르면, 매월 9000만 명의 사용자가 200억 분을 소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통계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독자층의 90%가 40세 미만이라는 점이다. 왓패드 이외에도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출판사인 인키트inkitt, 아마존이 출시한 웹소설 전문 플랫폼 킨들 벨라kindle vella 등 웹·모바일 기반의 출판 콘텐츠 플랫폼들은 최대 소비 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들이 지향하는 출판시장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마존 킨들 벨라


위드 코로나와 디지털 전환 그리고 출판산업 이슈 


디지털 기반의 출판 콘텐츠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기존 출판 산업에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와 모바일 기반의 쓰기와 읽기의 변화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출판 문학 분야는 전통적인 순문학 계열의 소설보다 작법과 읽기 방식에 차이가 많은 웹소설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출판이 지속 가능한지 이해하려면 주류 비즈니스의 경제적인 고려를 넘어서 생각해야 한다. 즉, 비즈니스의 비용 구조를 기준으로 매출과 이익의 추세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전략적 결정을 단행해야 한다. 


따라서, 출판산업에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출판사와 서점은 기존의 종이 기반 콘텐츠와 플랫폼을 넘어 기술과 공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생존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쓰기와 읽기가 결합된 독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여가 활동이다. 수백 년을 이어온 출판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위드 코로나를 맞이한 해외 출판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와 변화 양상을 살펴보자. 


첫째, 대형출판사들의 인수합병(M&A) 추진이다. 미국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가 업계 3위 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를 인수합병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미국출판협회의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두 출판사의 총 판매 수익은 전체 시장 점유율의 27%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미국 법무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출판 기업이 주요 경쟁 업체를 인수하면, 출판시장의 상당수를 독점하고 전례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펭귄랜덤하우스의 사이먼앤슈스터 인수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제동


업계에서 보는 펭귄랜덤하우스의 행보는 아마존과 반스앤노블 등 대형유통사들과의 수 익 배분 문제와 자체 사업 확대를 위한 몸집 불리기를 통해 주도권을 더욱더 강하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앞으로의 출판사는 규모에 있어서 대형 아니면 소형으로 이분화되는 방향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아셰트북그룹의 워크맨퍼블 리싱 인수 사례 등 중형급 독립출판사에 대한 대형출판사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둘째, 출판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가속화다.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에 비해 출판계는 더디게 진행되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맞물리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PwC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전자책 시장은 전년 대비 6.1% 증가하면서 전체 도서시장의 25.8%를 점유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향후 연평균성장률(CAGR)은 4.9%, 2025년에 전체 도서시장의 3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새로운 플랫폼의 도입과 거래 구조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가상 세계를 말하는 메타버스는 출판사업자들의 홍보 공간이자, 유통의 새로운 채널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주식회사 엑스(X, inc)는 가상현실(VR)을 적용한 메타커머스(Meta commerce)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1평의 공간만 있으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 전용 고글을 이용해서 10만 권의 책을 결제에서 배송까 지 제공하는 등 현실과 유사한 서점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메타커머스 서점(X inc)


메타버스와 함께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도 미래 출판산업의 기술적 변화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여 저마다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니는 토큰이다. 영상·그림·음악 등을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만들 수 있어 신종 디지털 자산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21년 4월 NFT로 출시된 『머메이드 이클립스(Mermaid Eclipse)』는 최초의 NFT 소설이다. 이 책은 유명 작가 엔이 칼라일(N.E. Carlisle)의 시리즈 중 하나로 NFT 경매는 민테이블Mintable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최근 출판물로 제작한 텍스트를 NFT로 전환하고, 지식재산권(IP)을 자유롭게 거래하기 위해 NFT 플랫폼을 활용하는 작가와 출판사가 늘어나고 있다. 


NFT 소설 <Mermaid Eclipse> 표지


셋째, 출판물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의 가중이다. 제작된 출판물에 대한 원활한 유통은 사업자들의 현금흐름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운송 관련 종사자들의 부족, 광범위한 공항과 항구의 혼잡한 상황, 치솟는 컨테이너와 포장 비용의 증가 등 공급망 전반이 악화되었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개선되고 있지만, 숙련된 인력 확보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종이책 제작에 필수 자재인 종이 제작과 공급 부족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출 간 계획과 제작 수량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적정 재고 확보와 적시 공급을 위해 출판사와 인쇄 제작사들은 주문형 출판(POD)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출판 제작에서 시작된 공급망 문제 해결의 장기적인 솔루션은 더 많은 ‘자동화’에 있다. 


출판 유통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은 최근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북스를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온라인의 성공 DNA를 오프라인에도 이식시키고자 했지만, 비대면 경제 활동의 장기화는 커다란 장벽이 되었다. 그러면, 오프라인 채널과 아날로그 콘텐츠가 출판산업에서 사라질 것인가? 적어도 현재의 성인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출판사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혁신 사례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오늘도 해외 출판계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 을 다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 류영호 | 교보문고 NEXT프로젝트추진실 부장, bookers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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