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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개 경주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1년 3월 호

글 크레이그 피트먼 l 사진 에리카 라슨


개 경주에 참가하는 개들을 다루는 방식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플로리다주에서 이 도박 스포츠가 전격 폐지되면서 미국의 그레이하운드 경주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8월의 어느 토요일 밤 8시 30분. 낮게 뜬 달이 내뿜는 빛은 그레이하운드 경주와 더비 경기장을 표시하는 네온사인의 불빛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플라멩코 댄서’는 파머가 훈련시켜 경주에서 우승한 개들 중 한 마리다.

한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던 이곳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특별 관람석에는 약 3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프레더릭 데이비스(41)가 개들을 이끌고 행진하자 관중들이 조용해진다.

“TNT 셜록.” 데이비스가 날렵한 개 여덟 마리를 관중석 앞에 멈춰 세우자 진행자가 첫 번째 개를 호명한다. 각각의 개는 번호가 달린 꼭 맞는 조끼를 입고 있다.

파머 레이싱에서 그레이하운드들이 경주가 없는 틈을 타 우리에서 몸을 풀고 있다.

호명이 끝나자 데이비스와 그가 관리하는 조련사 여덟 명은 개들을 출발 대기용 우리로 들여보낸다. 기계로 작동하는 모형 토끼가 붕 하고 튀어나가더니 끽끽 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달린다. 문이 활짝 열리고 이내 그레이하운드들이 경주로로 뛰쳐나가며 눈 깜짝할 사이에 속도를 높인다. 녀석들이 최대 시속 72km의 속도로 타원형 경주로를 도는 동안 모래가 공중에 흩날린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섀런 디펄의 집에서 은퇴한 경주용 그레이하운드 ‘플라이투바르셀로나’가 수영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1925년에 개장한 더비 경기장은 대표적인 그레이하운드 경주용 경기장이다. 지난해 개들이 이곳을 달릴 때만 해도 그레이하운드 경주의 전성기인 20세기의 화려함과 흥분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관중석은 정장을 입고 모자를 쓴 팬들로 꽉 차 있었다.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와 연예인 소피 터커도 이 경기장을 찾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21년 3월 호 중]

http://www.natgeokorea.com/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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