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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Jan 28. 2018

화폐의 본질

3. 화폐에 대하여  세번째

20세기 초입에 들어서면서 지폐라는 것이 화폐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금본위제는 사라져 가고 중앙은행은 지폐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금본위제하에서도 지폐는 있었다.  그 당시 지폐는 그냥 지폐가 아니라 금과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이었다. 새로운 지폐는 그런 권리가 없었다.  그냥 종이쪽지인 지폐가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지폐의 장점은 많았다.  금보다도 가볍고 쓰기에 편리했다.  은행 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 잉여의 지폐를 저축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지폐의 본격적인 통용은 경제활동에 큰 편이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폐의 도입으로 최고의 편리를 맛보는 사람들은 소수의 지배자들이었다.  옛날에는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광의 발견이 필수적이었는데 지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있으면 윤전기를 돌려 찍어내면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폐를 윤전기로 돌려서 찍을 수 있게 된 것을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으로 비유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해악과 음모의 규모가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이 지폐를 윤전기로 찍어 내면서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화폐를 인위적으로 찍어낸다는 것이 무슨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느냐 하겠지만 자연물을 이용하여 화폐를 만드는 시대와는 차원이 달라진다.


곡물이나 금이 화폐로 이용되던 시기에는 화폐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첫째 곡물의 경우는 화폐이면서 식량의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기에 소비되면 없어지는 존재이다.  그리고 생산량도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았고 유통기한도 그리 길지 못했다.  썩어버리면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곡물은 자산의 비축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기에 그 대신 곡물을 생산하는 토지를 비축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하지만 토지는 불편하다.  토지는 이동될 수가 없었고 유동화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다.   


금은 화폐이면서 토지의 불편함을 대폭 경감시킬 수가 있었다.   금은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이동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적은 부피로 많은 가치를 표시할 수가 있었다.  지금 금 가격이 1g에 5만원이라고 한다면 10g은 50만원, 100g은 5백만원, 1kg은 5천만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이 지금까지도 화폐의 기능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도 곡물과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로 인하여 불편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이점이 있다.  그것은 인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 마음대로 생산량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 같지만 그것은 긴 안목에서 본다면 강점이 된다.  


인간이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면은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인간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음으로 생겨난 결과들의 폐해를 생각해 보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과거에는 감히 들어가지도 못했던 아마존 지역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의 명분이 국민소득증대이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  전 세계인이 호흡하고 있는 산소의 상당량이 아마존 지역에서 생긴다.  이제는 그 울창한 열대우림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 이들은 단지 일시적인 소득증대를 위하여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숨통을 죄어가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  그 소득이라는 것이 그 넓은 숲과 그곳에 사는 원주민과 그리고 수많은 생물들을 희생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것인데다 이 소득이 소수의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한 일이다.


의학은 발달은 분명 인간을 많은 불행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페니실린으로부터 시작된 치료제의 개발 및 수술 요법들의 발전은 수많은 생명을 구해낸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의학은 이제 생명을 복제하는 수준까지도 조만간 도달할 기세이다.  생명을 인간이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칭송할 수가 있을까?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나 백신의 발명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인간의 숫자가 적정규모 이상으로 불어난 것도 사실이다.  수십억으로 불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하여 보다 많은 경작지가 필요해졌고 수많은 숲이 파괴되었다.  인간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자연에 대한 약탈은 필연적이었고 이로 인해 울창한 숲들의 사막화되고 바다가 오염되고 다른 種들이 멸종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이 이후에 우리가 보게 될 것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바이러스처럼 되어버리고 그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가 그 백신을 만들지 않으면 아마도 대자연이나 신께서 그 백신을 만들 것이다. 


전등의 발명은 인간을 어둠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어둠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둠의 통제 가능함은 인간의 활동시간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이 밤에도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촛불로 인한 화재도 막을 수 있고 보다 많은 일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보다 행복해졌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인간의 승리인 셈이다.  하지만 과연 그래서 행복하기만 할까?   전기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는 석탄과 석유를 발전소에서 활활 태워야 한다.  석탄을 캐내기 위해 산을 파헤쳐야 하고 석유를 뽑기 위하여 대지에 구멍을 무수히 뚫고 있다.  바다에서 원유를 채취하다가 유출사고가 발생하여 일대의 생태계가 전멸하기도 한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전기를 발견하고 전등의 발명으로 분명 어둠을 인간의 통제권에 넣을 수 있었지만 인간은 그 조절능력을 잘 사용할 능력까지 갖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화폐의 지폐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화폐의 기본기능은 교환수단이다.  화폐는 물건과 노동력이 적정하게 교환될 정도의 양만 있으면 충분하다.  옛날에는 유통되는 물품의 개수와 품목이 적었다.  때문에 유통되어야 하는 화폐의 양도 적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유통되는 물품의 개수가 엄청 많아졌고 인구의 증가와 함께 물품의 양도 증가하였다.  당연히 화폐의 양도 증가해야만 원활하게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  적정한 화폐의 양은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지는 분석을 하면 어지간히 계산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화폐에는 구매력이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각 경제주체들은 화폐를 단순히 교환수단으로만 사용을 하지 않고 모아두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능력이 비슷하여 모든 경제주체들이 비슷하게 화폐를 가지고 있으면 별 문제이지만 사람들의 여러 가지 요인으로 능력 차이가 있어 화폐는 소수가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전체적으로 화폐 전체의 양은 적정할 지라도 실제로 유통되는 화폐는 줄어들어 추가적으로 화폐를 생산하여 시중에 유통시켜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발행된 화폐는 또다시 불균등하게 분배가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화폐는 필요 이상으로 발행이 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사회는 소수의 가진 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들간에 갈등이 심화되어 매우 불안정한 사회가 되어 버린다. 칼 막스가 상상했던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소수의 가진 자들은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하여 가난한 자를 억누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체는 정부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진 자와 결탁하여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오히려 가진 자의 입장에서 화폐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오남용 한다. 


지금 미국정부가 찍어내고 있는 달러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가 아닌 셈이다.  당장 부도가 나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적으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FRB의 달러 프린팅 능력때문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점을 이용하여 거의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내고 있고 이 달러로 전 세계의 부를 약탈하고 있다.  어이가 없게도 종이쪽지로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화폐의 생산량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을 때 발생하는 결과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일이 지속된다면 나중에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 상상해 보자.  우리는 지금 우리를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던 종이 쪼가리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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