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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Feb 04. 2018

경제학의 오류

5. 경제이론의 출발, 경제주체는 3개이어야 하는가?

경제의 주체는 3주체이어야 하는가?

내가 대학교에서 처음 경제학 이론을 접하였을 적에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경제의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 3개라는 것이었다.


경제학에서는 가계, 기업, 정부를 경제를 움직이는 3개의 주체로 두고 이론을 전개한다. 가계의 역할을 노동을 공급하는 주체로 보고, 기업은 자본과 기술, 그리고 가계가 제공하는 노동을 결합하여 생산을 하고 이를 가계 또는 정부에 판매를 하고 이윤을 얻는 주체로 본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을 조세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통하여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 이론을 접하고 뜬금없이 든 생각은 기업이라는 존재가 경제학 이론을 전개하는데 있어 경제주체로 인정받을 정도로 의미가 있는 존재일까라는 생각이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저를 뜬금없이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 기업이라는 존재가 어떤 이유로 당당하게 경제의 3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은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계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기술하는 부분도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가계는 노동력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도 공급할 수 있는데 노동을 주로 공급하는 주체로만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 전개를 위하여 역할의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선뚯 받아들여지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다.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을 갓 다니는 순진한 학생의 머리로 생각하기에 경제주체는 가계와 정부만 인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계를 다시 구분해야 한다면 '자본이 없는 가계'와 '자본이 많은 가계'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자본이 없는 가계는 우리 같은 평범한 대부분의 가계를 의미하고, 자본이 많은 가계는 대기업을 소유한 그런 가계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이라는 것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 귀속되는 소유물이기에 따로 분리된 경제주체가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자영농의 경우 가계와 기업의 구분이 명확하지가많다. 자영농을 하나의 사업체로 볼 수는 있지만 스스로 고용되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으로 보건대 사업체를 운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설사 어렵게 구분한다고 해도 실익이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경우다.  물론 음식을 생산하여 다수의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의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구분의 실익이 없는 것은 자영농과 다름이 없다.  차라리 자영농이나 자영업자를 가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기업과 자영업자와 차이가 있는가? 대기업도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개인들이 소유 운영하는 회사다.  자산의 규모, 매출의 규모, 고용하고 있는 임직원의 수가 자영업자에 비하여 크다는 것 이외에 본질은 차이가 없다.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하여 기업으로 분류하고 작다고 하여 가계로 분리하여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나는 경제학에서 이론을 전개할 적에 경제주체를 가계와 정부 2개를 두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가계를 세분한다면 ‘자본이 없는 가계’, ‘자본이 있는 가계’로 나누면 될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경제학에서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기업을 경제주체로 내세우고 경제이론을 전개시켰을까? 


과거 경제학이 태동되던 시기에 기업이라는 존재는 미미하기만 하였다. 경제단위도 가계가 주류를 이루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소규모 자영농 집안, 대장간을 소유한 집안, 범선을 소유한 집안, 광산을 소유한 집안, 공장을 운영하는 집안 등등 이런 식으로 가계가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제학이라는 것을 시작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큰 사업체를 가지고 있었던 귀족 출신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그들이 가진 부를 어떻게 증식시킬까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부를 증식시키는 방법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을 토대로 가계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농업이 주로 이루었을 것이기에 그들은 보유한 거대한 토지에 노동자를 고용하여 식량을 생산하였을 것이고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가면서 공장을 세우고 노동자를 고용하여 공산품을 생산하여 부를 축적해 나갔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 귀족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경제학 이론을 정립해 나갔던 것이다. 


그들의 손에 의해서 경제이론이 만들어져 가다 보니 기본 개념도 그들의 입장에서 정립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자산을 보유한 지 못한 대다수의 빈곤층과 자본가인 그들 자신과는 엄연한 구분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노예처럼 보이는 그들을 동등한 지위에 올려놓고 경제학 이론을 펼쳐나가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자산이 없는 무산계급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을 가계라 칭하고 그들의 역할은 노동력을 공급하는 집단으로 개념을 정리하였고 자신들처럼 대규모 사업체(자본)를 가진 소수의 자본가들을 가계와는 구분이 되는 기업이라 칭하고 그들이 보유한 자본과 고용된 노동력을 이용하여 생산을 담당하여 사회적인 부를 창출하는 집단으로 개념 정리를 하였을 것이다. 


이리하여 경제학의 1등 주체는 기업으로 개념 정리된 자본가가 차지하고 가계는 경제주체이기는 하지만 일종의 자신들에게 종속되어 노동력만을 공급하는 집단으로 치부가 된 것이다.


만약에 경제주체가 가계, 기업, 정부라는 3분법이 아닌,  가계 정부라는 2분법으로 정리가 되어 경제학의 이론이 발전되었다면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처럼 자본가들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것이 정당화되고 있을까?  아니면 부가 보다 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세상이 되어 있을까? 경제주체를 셋으로 보느냐 둘로 보느냐가 세상을 달라지게 할 정도로 위력이 있는 걸까?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3분법은 가계와 기업을 전혀 다른 역할을 하는 주체로 본다. 즉 가계를 노동력을 공급하는 존재로만 보고, 기업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부를 창출하고 가계에 소득을 공여하는 존재로 본다. 사실은 가계가 노동과 자본을 동시에 공급하고 부츨 창출하고 소득을 얻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인식은 기업이 없으면 경제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런 인식은 기업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자본가들이 기업활동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부의 심각한 불평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도 용인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될 수 있다. 


반면에 2분법은 기업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기업을 소유한 가계와 '기업을 소유하지 않은 가계'를 동일한 주체로 인식하여 바라보기 때문에 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부를 창출하고 가계에 소득을 공여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완화시킨다.  또한 2분법은 경제이론의 전개방향을 바꿀 수 있다. 3분법은 기업을 경제의 핵심주체로 이론을 전개하지만 2분법은 가계를 경제의 핵심주체로 전개한다. 설사 나중에 가계를 자본을 가진 가계와 아닌 가계를 구분하여 이론을 전개하더라도 처음부터 기업과 가계로 출발하는 것과는 방향 자체가 다른 것이다. 


지금의 경제학에서는 가계라는 경제주체의 지위가 과거의 인식보다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학의 뿌리가 자본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서 시작이 되었기에 현대의 경제학도 소수의 자본가의 논리에서 자유롭지가 많다. 우리는 지금 주류가 되어버린 서양의 경제학의 뿌리를 그대로 두고 지금 상황에 맞게 변화를 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 뿌리를 뽑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뿌리를 뽑는다고 하여 프랑스혁명처럼 혁명적인 사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선거라는 제도를 잘 활용하여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열쇠는 다름 아닌 우리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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