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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꺽정 Oct 11. 2024

1_1 생명체인 인간

우리가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은 행운일까?


무생물로 있는 것보다는 동물중에서도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원하는 곳으로 여행할 수 있고 자연현상을 탐구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이 있고, 자연력을 이용하여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행운일 수 있다.


생명체가 우글거리는 지구와는 달리 우주의 거의 대부분의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추론은 하고 있지만 그 확률은 매우 작다.


즉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에는 무생물이 일반적이고 생물은 극도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구라는 존재, 그 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그리고 인간인 우리라는 존재는 매우 생겨나기 어려운 존재들인 것이다.  생겨나기 어려운 존재인 만큼 우리는 행운을 거머쥔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잇다.  과연 우리는 신의 선택을 받아 탄생한 존엄한 존재들인가?


무생물과 생물의 차이는 무생물은 그냥 존재하지만 생물은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야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생명체로 태어나는 순간 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죽어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로 촘촘하게 엮여 있다.  이를 생물학에서는 생태계라고 한다.  모든 생명체가 먹고 먹히기 때문에 균형이 유지된다.  한 개체가 먹히지 않고 먹기만 하면 그때부터 균형에 금이 갈 것이다.  무생물로 존재할 때는 세상 평온했는데, 생물로 태어나니 이 세상은 아귀지옥으로 보인다.  이 세상 생명체 모두가 다른 존재를 잡아먹기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고, 반대로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먹이사슬이니 먹고 먹힌다는 것은 아귀다툼이 아닌 자연법칙을 성실히 수행하는 행위이다.


생태계내에서 우두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서 자유로울까?  다른 생명체에 의해 잡아 먹히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인간은 별도로 인간세계내 먹이사슬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도 다른 인간보다 우수해야 내가 존재하고, 그렇지 않으면 존재의 위협을 받는 먹이사슬 족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의 지배종인 생명체, 인간으로 태어나서 행복하다는 생각은 일단 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명체로 태어나서 먹이사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행운이라기 보다는 불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도대체 우리는 왜 불운하게도 생명체로 태어났는가?  무한의 생명도 아니고 찰나에 불과한 시간동안 살아있는 생명일 뿐인데, 살아있는 동안에 끊임없는 아귀다툼을 하면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 먹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요즘에는 생필품을 슈퍼마켓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지 않는다라고 착각할 수 있다.  내가 다른 생명체를 잡아죽이지 않아도 나를 대신하여 누군가가 잡아 죽여 손질을 한 다음 시장에 내놓은 것을 내가 구입해서 먹는 것이기에 내가 잡아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


모든 무생물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주 만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특성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무엇이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떠오른다.  


지구주위를 달이 균형상태에서 공전할 수 있는 것도 지구가 달이 서로를 이기적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에 균형상태에서 공전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균형이 있기에 태양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에 중력이 없다면 지구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지구 자체도 먼지로 변해 사라질 것이다.  원자수준으로 들여다 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각자 이기적으로 움직이기에 물질이 존재하고 우리가 존재하고 대우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들도 마찬가지로 이기적이다.  생물들은 자기자신 외에 다른 것들을 위하여 살아가지 않는다.  모든 의식과 행동은 온전하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모든 생명체들이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도 이기적인 본능이고 다른 생명체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는 것도 이기적인 본능의 발현이다.  이러한 본능은 세균과 같은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다세포생물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이다.  언뜻 보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  인간들 중에도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추적하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타적행동도 결국은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이러스이다.  세균보다도 휠씬 작아서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이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들어와 있을 적에는 생명의 형태를 띠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에는 단순히 단백질과 핵산의 덩어리인 무생물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보건데 바이러스는 무생물에서 생물의 중간적 형태의 물질 또는 생명이다.


이 바이러스도 당연히 이기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숙주세포가 없을 때는 무생물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생명유지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 볼 수 있고 숙수세포내에 있을 때 생명체로 활동하는 것도 이기적인 행동의 발로이다.  무생물이 어떻게 이기적인 본능을 가질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바이러스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존재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바이러스, 미생물, 단세포생물, 다세포 생물, 식물, 동물 등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것이 생태계이다. 생태계내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이 무한 반복적을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구의 생태계는 유지된다.  생태계 내에서 이들의 탄생과 소멸에 어떤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한대의 탄생과 소멸의 조합을 통해 생태계 유지에 기여할 뿐이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이다.  인간은 잘 잡아먹지만 다른 생명체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드물다.  오히려 인간들에 의해 생명을 뺏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먹히는 경우는 주로 죽은 후에 달라붙는 세균들에 의해서다.  인간들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생태계내 다른 생명체와 다르지 않다.  내가 태어난 것이 어떤 의미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  역사적 소명을 받아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부모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닐 것이다.  죽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태어나고 죽는 것은 단세포 생물 아메바가 세포분열로 생겨나서 사라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독교 같은 종교에서는 인간이 소명을 받고 태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쪽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지구위의 생명체(인간은 포함하여)는 아주 우연히 생겨났고 찰나의 순간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그런 존재일뿐, 소명을 받고 태어나거나 어떤 의도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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