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하다. 동양사상에서는 다소 덜한데 서양사상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철저한 편이다. 아마도 기독교적인 사상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맹자는 본시 인간은 선하다하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본시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순자가 성악설은 주장한 근거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자가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본 것은 정확하게 본거라고 생각되나, 그래서 인간을 본시 악한 존재로 본 것은 논리의 비약이 심한 편이다. 왜냐하면 모든 존재는 이기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만물 하나하나가 무생물이건 생물이건 구분없이 모두 이기적이기 때문에 존재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순자의 논리대로 한다면 이 세상 우주만물은 모두 악이며 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선악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힘의 근원이다. 지구가 태양을 주기적으로 공전하는 것도 서로간에 끌어당기는 이기적인 힘 때문이고 전자가 원자 주변을 회전하는 것도 또한 이기적인 힘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이 이기적인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순자는 이를 두고 악이라고 했으니 순자는 ‘순수한 자’ 순자가 맞다. 맹자는 어떤 생각으로 성선설을 주장했는지 모르나 맹자는 ‘맹한 자’ 맹자가 맞다.
인간은 어떤 기준을 두고 선과 악을 구분하는가?
객관적인 기준으로 구분하기보다는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선이고 반대로 자기에게 손해가 되면 악으로 구분한다. 이런 식이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입장이 바뀌면 어제의 악이 오늘은 선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선과 악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만큼 무익한 것도 없다. 사람들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그냥 무심하게 존재하는 것을, 자기가 보는 입장에 따라 선이라하고 악이라 한다. 이는 선악의 구별법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 구분하는 선과 악은 매우 자의적이다. 인간은 법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부합하면 선이라고 하면 위법하면 악이라고 하기도 한다. 법이라는 것도 인간이 만든 자의적인 기준이기에 선악을 분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본시 이 세상 만물에는 선이란 것도 없고 악이란 것도 없다. 선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잘못된 인식이다. 인간들은 서로 내가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 생각하면서 악을 타도하기 위하여 매일같이 싸우고 죽어가고 환호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다 생을 마감한다. 그런 생들이 모여지고 이어져서 인간의 역사가 된다. 인간은 자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