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자가 공부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시스템 개념
지금 담당하고 있는 AVN(자동차 멀티미디어 시스템) 한번 만들어 보면 넌 어떤 제품이든 만들 수 있어.
부장님, 팀장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 항상 사직서가 들어있는 내 주머니를 보신걸까?
자동차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범위가 꽤 큰 무게있는 제품이다. 일반 전자기기의 기본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연관된 여러 센서와 프로그램들이 함께 구동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한 제품은 차량의 각종 전자정보를 제어하는 ECU가 있지 않았고, 차량 운행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CAN 통신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일반 전자기기에 가까웠다. 내비게이션이라는 거대한 어플리케이션을 담고 있는 큰 핸드폰과도 같다.
난 디자인 전공자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기획과 PM 업무를 처음 맡게 되었다. 게다가 기구물과 Hardware까지 기획하는 업무였기에 알아야 할 범위가 굉장히 넓었다. 그러나 난 거의 이 부분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무했기에 하드웨어가 다 만들어 지면 그냥 전원이 켜지고 작동 되는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무지했다. 그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아예 못한 것이다. 그래서 하드웨어 회로보드가 다 만들어졌는데 소프트웨어팀에 이 회로보드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요청하지 않은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생산을 하는 공장에서의 작동 소프트웨어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
기초적인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회의 내용을 이해하고, 업무 배분을 하는데 불편함이 컸다. SW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난감했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담당이 MCU 담당자인지, OS담당자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뭘 알아야 어떤걸 공부할 지, 질문해야 할지 알텐데 그조차 감을 못 잡고 있었다. 우리 부서에는 개발자 출신의 기획자들만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런 것까지 모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끝없는 블랙홀 속을 헤엄치는 것 같이 내일은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를 두려워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쉽게 생각해보자.
'일단 내가 만드는 이 제품이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큰 과정을 먼저 공부하자.'
그렇게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의 구조를 공부하게 되었다.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이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가능한 모든 컴퓨터를 의미하며, 특정 기능을 위해 설계된 기능으로 고정되거나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이다. 자동차나 밥솥 등 일상 속 전자제품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난 하드웨어가 제품의 딱딱한 겉면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팀장님이 하드웨어팀에 요청하라고 한 것이 있었는데 그 때 기구팀(플라스틱과 쇳덩이 등으로 외관을 둘러싸는 형태를 설계하는 팀)에 전달한 적이 있다. 기구팀 팀장님이 하드웨어팀 가서 요청 안 하고 왜 여기와서 이러냐고 어찌나 큰소리를 내시던지ㅎㅎㅎㅎㅎ 아래와 그림과 같은 구조로 '기구물' 안에 들어가는 초록색 전자기판을 '하드웨어'라고 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하드웨어 부품들에게 전원을 켜라~ 화면을 보여줘 등의 작동을 시키는 것이 '소프트웨어'였다.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제품디자인과 기구 설계의 일정을 잡는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기구물 설계를 알바로 했던 경험이 있어 기구물 구조와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는 빠르게 되었다. 디자인과 기구 설계 일정을 기반으로 저 초록색 회로기판의 사용 영역 등이 논의 되고 하드웨어 설계가 진행된다. 저 초록 기판에 뭐가 그리 빽빽히 들어가는지. 다음은 하드웨어의 기초 지식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