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울고 너 때문에 울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경기를 시작하니 자세도 무너지고 발바닥에 물집이 전체로 번졌다.
스틱을 이용해 앞으로 나가니 팔부터 시작해서 어깨랑 등이 너무 아팠다 몸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무기도 남은 카드도 처음부터 없었고 할 수 있는 건 전진밖에는... 속도가 나지 않아서 cp1부터 간당간당하게 컷오프 타임을 턱걸이 식으로 들어갔다.
이러다가 정말 3일째 탈락할 것 같아 cp1을 지나면서 스틱을 접었다. 속도를 올려야 했다. 왜 야하면 정말 이러면 탈락할 거 같았고 나는 끝까지 살아남고 싶었다.
스틱을 가방에 넣고 진통제를 두 알 더 먹고 두 손을 다친 허벅지 바지를 손으로 끌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허리가 꾸부정하니 온몸이 아프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완주 두 글자밖에 없었다.
극 단적인 자세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으니 그냥 참고 두 손을 이용해 한쪽 발을 억지로 끌고 앞으로 전진 하였으며, 이를 악물고 전진하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마음속에 사라졌다. 이때까지 한 것들 생각하니 몸이 힘들어질수록 정신은 더욱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시발 앞으로... 앞으로...
여기서 멈추면 나 자신에 미안한 것보다 사람들 기대하고 응원해 주었는데 기대에 응 하지 못 한다는 거에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포기할 수 없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앞으로 걷었다.
그렇게 나는 걷고 또 걸었다.
해가 질 때쯤 어느 순간 나는 울고 웃고 있었다. 저 멀리 결승점은 보이는데 제한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미친 듯이 뛰고 또 뛰었다.
나와 같이 다른 나라 사람 2명이 더 있었는데, 이분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3명이서 다 같이 손을 잡고 결승지점에 들어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신발은 물집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얼 굴처럼 함께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