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 도넛과 보바 티
“여기 가보자!” 매주 화요일 도넛을 1달러에 판다는 포스터를 보고 외쳤다(자세히 보니 음료를 함께 구입할 경우에 한해서였다). 시각적으로 예민한 남편은 핑크핑크한 외부 장식에 먼저 반응했다. 오늘이 화요일은 아니지만 일단 하나 사 먹어 보기로 했다.
마침 숙소 공사 문제로 외부에 나와 잠시 걷고 있었는데, 오후 3시면 문을 닫는 여느 카페들과는 달리 여긴 9시까지 오픈이라기에 마음을 정하기도 쉬웠다.
한국에선 유행이 한참 지난 폰데링을 “프리미엄 일본 도넛”이라고 소개하는 문구가 다소 과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넛 한 개당 3달러 50센트에 판매 중이었고 음료를 포함한 세트는 무려 10불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였다.
금요일 오후여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플레인은 다 나가고 없었다. 보기만 해도 엄청 달달한 아이싱이 듬뿍 올라간 도넛만이 몇 종류가 남아있었다. 그나마 신중하게 타로맛으로 골랐다. 음료도 코코넛과 타로가 들어간 걸로 당도 0%를 선택하고 버블을 뺐지만 기본값이 이미 무척 달콤했다.
학교를 마친 어린 여학생들이 줄지어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동네 맛집은 맞나 보다. 찹쌀 도넛의 쫄깃한 식감은 내가 알던 그 맛이 맞았다. 음료도 양과 풍미가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영 떠나지 않았다. 미국 물가에 익숙해지려면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