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려운 주제에 맞닥뜨렸다. 최고의 순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고민 끝에 떠오른 개념은 반짝반짝 빛나는 내 모습이 담긴 순간이었다. 그런데 내 스스로 반짝이는 모습을 알아챌 수 있긴 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사람들은 어떤 순간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결혼, 프러포즈, 출산 등의 키워드가 많이 보였다. 대게 생에 한 번뿐인 순간을 인생의 최고의 순간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내게는 썩 와닿지 않았다.
글 제출일 D-2, 리솜과 대화를 나눴다.
“이번 글쓰기 주제가 뭐였지? 내 생의 찬란한 순간?”
“내 생의 최고의 순간이야!“
“나는 왜 찬란한 순간이라 착각했을까?“
“네게는 최고의 순간이 찬란한 순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처음 떠오른 이미지도 반짝이는 모습이 담긴 순간이라 생각한걸 보니,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은 찬란한 순간이었나 보다. 내게 찬란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대학교 졸업식? 회사 첫 출근날? 첫 승진? 결혼식?
과거의 여러 시점을 떠올려 보았지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번뜩 한 문장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오지 않은 게 아닐까?‘
고작 서른 중반 남짓 살아왔는데 벌써 찾아왔을 리가 없다. 고난과 역경의 삶도 아니고, 누군가 우러러볼만한 성취를 이룬 삶도 아니었다. 무언가 쌓이기엔 아직 앳된 나이인 것 같은데.
‘아니면 지금이 내 리즈시절일까?’
불행한 현재는 아니지만 지금이 내 인생의 찬란한 순간이라면 아쉬울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최고의 순간이자 찬란한 순간, 인생 절정의 시기는 맞이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으려 한다. 언젠가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한다면, 그때는 자랑스레 이야기할 순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나방의 글을 읽은 친구들의 생각
리솜 :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나방에겐 뭔가 어떤 목표나 성취를 이루어낸 지점이 찬란한 시간과 연결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뭔가가 쌓여서 결과를 이룬 상태랄까. 사람마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대한 정의는 다르겠지? 또 우리 모두 지금의 정의가 나중에는 달라질 수도 있고. 그러면 모두의 인생 최고의 순간은 계속해서 바뀌려나?!
아무튼, 네가 말미에 이야기한 대로 언젠가 스스로 "이때가 난 내 삶의 최고였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저 또한 나방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나방 : 글을 쓴 이후에도 계속 생각해 봤는데 네 말대로 나는 어떤 성취를 이룬 순간을 빛나고 찬란하다고 여기는 거 같아. 아마 이 기조는 나이가 들어고 큰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최고’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때문에 이번 주제가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 아무래도 최고는 비교 끝에 최상급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비교할만한 모수가 너무 적었달까. 생을 마감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