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나방입니다.
이름보다도 더 많이 불리는 별명 ‘나방’. 성은 ‘이’요, 별명은 ‘나방’이라 그렇게 이나방이 되었다.
너무 익숙한 나의 별명이라 스타벅스의 닉네임도 나방으로 설정해 두었는데, “나방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2잔 나왔습니다.”를 듣게 된 회사동료 A가 물었다.
“닉네임이 왜 나방이예요?”
“왜 나방이 되었냐면요~”
닉네임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내가 나방이 된 케케묵은 사연을 꺼내놓게 되었다.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때는 2011년, OTT서비스도 코로나19 사태도 없던 그 시절 영화관이 곧 영화관람이던 시기가 있었다. 영화관의 노예로 살아가던 20대의 내가 나름대로 세상의 흐름의 발맞추고자 페이스북을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싸이월드를 지나 페이스북 담벼락이 활성화되던 시절, 영화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S가 우스운 게시물을 하나 올린 것이 사건의 발달이 되었다.
나를 놀리는데 이렇게나 정성을 쏟을 일인가. 어디서 발견한 건지 입을 벌리고 찍은 나의 사진과 사오정 사진을 정성스레 편집하여 패러디한 글을 내 담벼락에 올린 것이다. The 나봐아아앙이라니.
댓글은 전부 ‘나봐아아아아앙’으로 도배되었고, 나와 친구를 맺은 모든 친구들에게 한동안 놀림거리가 되었다. “나봐아아아아앙~!” 하고 큰소리로 날 부르던 친구들은 음절이 길어 귀찮아졌는지 “나방!”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가끔은 성을 붙여 “이나방!”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내 고유의 이름이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결국 난 나방이 될 운명이었지
평소에도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자의적인 해석을 하던 나의 행동은 결국 나방이란 별명을 고착화시켜버리고 말았다.
“내가 펜글씨 자격이 있어서~~ (블라블라)”
“펜싱 자격증이 있으시다고요? 대단하시네요.“
“아니 대체 뭘 들은 거죠? 펜글씨요! 귀 좀 열고 다녀요!”
‘귀를 열고 다니세요 ‘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게 자주 듣던 내게 사오정의 나방은 너무나 찰떡인 별명일 수밖에 없었다.
개*역 근처로 이사 가니 개나방, 뜨개질 금손이 되면 금나방, 가끔 똑똑한 소리를 하면 똑나방, 문어나방, 플라이나방 등등… 여러 버전의 나방이 탄생한다. 내 사진으로 수많은 짤들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대단할 뿐…!
대체 왜 나는 하고 많은 캐릭터 중에 예쁘지도 않은 사오정이 돼버린 거야! 하고 툴툴거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렇게나 특징 있고 모두가 애정을 담아 불러주는 별명이 생겼다는 사실은 곧 나를 기쁘게 했다. 줄곧 별다른 애칭이나 별명 없이 10대를 보내온 나였기에 더 소중한 별명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오정 만세! 나방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