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여자를 납치해 5년 동안 강금하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매우 현실적인 영화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일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 예컨대 러브액츄얼리와 같은 로맨스 영화를 만든다면 이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며 단순히 감상적인 영화일 뿐이라고 평가받는다.
웃기는 일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를 5년씩이나 강금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사랑에 빠져있는 연인들은 수십만 명일 것이다. 지금도 내가 걷고 있는 강남 길거리에 널려있는게 사랑하는 연인들인데 만약 그 연인들 사이로 술주정하는 아저씨가 1명 나타나면 그 아저씨가 이세상 모든 사랑을 집어삼킨다. 우리에게 충격을 가하는 1명이 세상에 널린 100명을 가리는 현상, 이것을 우리는 '가용성 편향'이라고 한다. 가용성 편향이 오히려 보편적인 현실을 비현실이라고 믿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