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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게츠 Mar 05. 2018

논증의 기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의 모든 것

글쓰기와 논리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에 있어 논리는 중요하다. 글쓰기는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쓴 것이며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고리가 논리이기 때문이다.  논리 없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을 글로 쓸 순 있겠지만 그 글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글의 표현력과 감정이 중심이 되는 문학에선 논리의 중요성이 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이라 하더라도 논리는 여전히 글의 핵심 요소다. 이야기의 전개나 감정의 흐름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독자들은 어색함을 느끼고 심하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논증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논증: 옳고 그름을 이유를 들어 밝힘. 또는 그 근거나 이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글을 쓸 때 논리적 전개를 위한 논증은 필수적이다. 「논증의 기술」은 이러한 논증을 위한 45개의 규칙을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제시한 입문서이자 규칙집이다. 45란 숫자가 많아 보일 수 있지만 규칙에 대한 설명이 핵심만을 간략하게 기술하기 때문에 책이 얇고 금방 읽을 수 있다.


실질적인 작업으로 곧바로 들어가라. 허풍 떠는 준비동작이나 쓸데없는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논리학 입문 vs 논증의 기술

1년 전 나는 논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궁금해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을 본 적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논리학 공부는 내가 글을 쓰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논리학 입문」의 진행 순서는 글 쓰는 순서와 달랐기 때문이다. 논리학을 공부하는 순서는 먼저, 책에 제시된 명제들을 기호로 치환해 명제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 상관관계를 이용해 결론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가려내고 오류가 있다면 어떤 오류가 있는지 알아내는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글을 쓸 땐 명제 간의 상관관계가 바른 지 파악하는 작업은 제일 나중에 한다. 글의 초본이 다 완성된 후 탈고할 때 말이다.


글을 쓰려면 일단 의견을 내고 논증을 해나가야 한다. 아니면 먼저 주제에 대해 논증을 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다음엔 어떤 문장이 와야 할까?', '과연  글을 이렇게 전개하는 게 맞는 걸까?'

글쓰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은 이처럼 논증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논증의 기술」 바로 논증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규칙과 가이드라인이 담겨있다. 따라서 「논리학 입문」보다 3배는 얇고 간단하지만 「논증의 기술」엔 내가 글 쓸 때 직접적인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았다.


어떤 한 이슈를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하나의 입장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어떤 입장을 곧바로 수용하고, 그런 다음에 논증을 통해 그 입장을 떠받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마찬가지로, 당신이 어느 하나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논증을 서둘러 제시하려고만 하지 말라. 당신은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견해를 제시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요구받고 있는 것은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그리고 당신이 탄탄한 논증으로 옹호할 수 있는 견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




규칙이 좋은 점은요

논증을 전개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가이드라인과 규칙이라니! 다양한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먼저, '책에서 제시된 논증의 규칙과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이러한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은 노하우다. 노하우는 논증을 구성하며 그 느낌을 익히고 스스로의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른 이가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독자의 발전을 방해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규칙과 가이드라인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방식을 만드는데 방해가 될까? 이 책은 입문서다. 의견을 제시하고 이유를 밝히는 과정에 있어 초보들을 위한 책이다. 자기만의 노하우와 방식을 만드는 수준이 되기 위해선 논증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논증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당연하게도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논증을 해야 한다.


나는 얼마 전 글을 쓰면서 몇 줄 안 되는 논증에 시간을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쓴 논증이 바른 논증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잠도 왔었기에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온 탓도 있었다.) 이렇듯 논증을 전개하고 판단함에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필요한 게 규칙과 가이드라인이다. 어떤 이는 이런 고민의 과정이 그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글을 쓰다 막힐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서 논증을 완성할 만큼의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분명 다른 이가 정해준 규칙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갖춰지기 전 포기해버리고 논증을 그만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들은 극적인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러한 사건의 모순된 요소나 기이한 요소에 매달리지만, 그러한 설명은 대체로 보통의 설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은 채로 놔둔다. 조금이라도 기이한 점이 있다면 그런 것은 모두 다 어떤 사악한 내용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가정하지 말라. 기본적인 것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만 해도 매우 어렵다. 당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모든 것에 대해 답변을 갖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올바른' 논증의 태도

저자는 '구두 논증' 챕터에서 청중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것을 제공하라'라고 한다. 청중들에게 긍정적인 것, 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해 청중을 움직이게 만들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1. 우리 국민은 책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이, 4년간 성인은 11.5%, 학생은 4.3% 감소했다. 정보화 시대인 현재 독서가 가지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국민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국민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2.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책 읽기의 효용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이, 4년간 성인은 11.5%, 학생은 4.3% 감소했다. 그래서 국민의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국민들에겐 책을 읽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같은 내용과 의도라도 1번 예처럼 부정적으로 말할 수 있고 반대로 2번 예처럼 독자와 청중에게 긍정적인 방향과 기대할만한 것들을 제시할 수 있다. 저자는 '구두 논증'에 이 규칙을 포함시켰지만 나는 내가 쓰는 글에도 긍정적인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구두 논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와 청자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바로 움직임을 이끌어 내진 못하더라도 독자와 청자들이 글쓴이, 화자의 의견을 고려해보게 하기 위해서다. 부정적인 감정도 독자들을 움직일 수 있겠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주는 것이 독자를 움직이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사람들을 지속적,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작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논증에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글 전체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그다음이 있을 수 없다. 글 전체가 부정적인 흐름으로 간다면  현상황에서 개선할 수 있는 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없고 현재 상황의 묘사로만 논증이 끝날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논증 뒤에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덧붙인다고 해도 이미 부정적인 흐름으로 논증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개선 효과가 커 보이지 않을 것이다.  논증을 하는 글쓴이 역시 논증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담아내려 노력해야 상황을 개선하려는 태도를 익힐 수 있으며 논증의 다음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논증의 기술」은 기본적으로 '정확한' 논증을 위한 규칙을 담고 있지만 '정확함'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비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올바른' 논증의 태도 또한 포함한다.


나는 개선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비판은 불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나도 비판에서 끝이 나는,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 없는 글을 쓴 적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주친 객관적 시선에 내 심장이 따끔했다.


상황을 부정적인 측면만으로 그려낸다면 그것만이 현실인 것처럼 돼버린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가 비록 그것에 저항하기를 원하더라도 부정적인 측면이 과장되어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에너지와 관심이 그것에만 집중된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라. 당신의 청중에게 저항하거나 회피하거나 한탄해야 할 것만 제공하지 말고 뭔가 진전되는 것, 뭔가 대응하는 방법, 뭔가 해야 할 것을 제공하라.





얇아서 좋다

「논증의 기술」은 논증의 규칙을 담은 규칙집이다. 간결한 설명 덕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자기계발서에 모르는 내용은 없지만 책에 나온 대로 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얇고 규칙 별로 나눠져 읽기 쉽게 쓰였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글을 쓸 때까지 자주 들춰봐야겠다.


때로는 당신의 결론이 어떤 입장이나 제안을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논증들에 확실한 결론이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러한 당신의 결론을 즉각 분명하게 밝혀라. 당신 자신의 글도 확실한 결론이 없는 글로 보이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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