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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흔한 실수

업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들.

초기 스타트업의 관심사는 오로지 '제품'이다. 모든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에 집중하는 시기이고, 무언가를 창조해낸다는 기쁨이 가장 큰 시기이기도 하다. 가설을 토대로 열심히 만든 MVP(minimum viable product)가 동작하기 시작하면 드디어 스타트업은 긴 여정의 출발선에 서게 된다.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제품이 MVP까지 개발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더러, 해당 제품이 사용자의 호응까지 이끌어내는 것은 상당히 힘겨운 일이다. 그런 고난을 뚫고 나서야 스타트업은 겨우 시장 진출을 위한 출발점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팀의 집중력을 흐트려뜨리는 외부요인들이 등장한다.




1. 투자유치

사업 초기, 수익이 없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투자에 관심을 돌린다. MVP가 검증된 회사라면 당연히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유치 활동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아마 이 때가 제품만을 바라보던 스타트업이 최초로 다른 곳에 눈길을 돌리는 시기일 것이다.


물론 기업의 투자유치 활동은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간혹 제품에 집중하지 못한 채 투자유치 활동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데, 이 시기에 제품에 집중하지 못해 시장에서 뒤쳐지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 사이에 시장 자체가 변하는 경우도 있고..


따라서 투자유치 단계에서는 내부 팀원들과의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품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장미빛 미래를 꿈구는 데 빠져 현재의 위기를 방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2. 외부활동

스타트업 업계에 있다보니 데모데이나 관련 컨퍼런스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데모데이는 다른 스타트업의 사업과 비전, 타당성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컨퍼런스에서는 업계의 시장 변화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행사들은 좋은 연사와 알찬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투자유치 활동에 필요한 사업모델 구상, IR자료 제작, 발표 연습 등을 참고할 때 이러한 외부행사가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외부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본질은 잊고 흔히 말하는 겉멋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다른 스타트업의 발표나 행사를 통해 얻은 지식들을 우리 제품에 즉시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품의 카테고리도 다르고 내부상황으로 인해 대응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혹은 내부에서 지향하는 목표와는 다른 형태의 접근법이 필요한 때도 있고.. 아무튼 남과 우리가 동일하지 않은데 똑같은 방법을 쓸 순 없는 일이다.


결국 외부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내부에서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자료는 팀원들과 공유하고 논의를 통해 회사의 제품에 적용시켜나가야 한다.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인데 마치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듯'.. 팀원에게 말 몇마디와 문서 몇장을 던져주고 검토를 요청한다. 그리고 본인은 팀원들을 가르치는데 필요한 더 많은 지식을 쌓기 위해 외부활동에 나선다.


사실 회사의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만 쫓아 방황하는 경우가 참 많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안되는 일이다.


3. 정부과제

창업 붐이 일고 있는 요즘.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각종 지원정책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청년창업 부터, 실패한 창업가를 도와주는 사업까지.. 요즘은 창업진흥원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스타트업의 육성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사업은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일단 정부과제는 과도한 페이퍼 작업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이 운영, 관리하는 사업들은 페이퍼로 시작해서 페이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자금사용에 대한 제한도 엄격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사정에 따라 융통성있게 활용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자금 지원사업은 정해진 항목 만큼은 자유롭게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지만, 마케팅 영상 제작, 홍보 대행, 멘토링 등, 정해진 업체 혹은 인재 풀에서 운영해야 하는 사업은 대부분 실속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미 공고로 세부사항들이 확정된 지원사업이 우리 회사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페이퍼 작업은 잔뜩하고 실효성있는 결과를 얻지 못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위에 언급한 세가지. 투자유치, 외부활동, 정부과제가 스타트업의 본질을 흐리는 가장 흔한 요인이다. 먹고 살려면 자금이 필요하니 투자를 받아야 하고, 영업을 하려니 외부활동도 필요하고,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정부과제에 지원해야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활동들이 너무나 빈번히 요청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제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외부요인에 이끌려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가 누군가로부터 얼마나 투자를 받고, 뉴스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지에 대해서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스타트업은 제품을 통해 인정받으면 된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사용자도. 투자도. 외부활동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또한 그러한 때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정부과제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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