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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

당신의 사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바로 당신입니다.

스타트업에 있다 보면 회사의 사업과 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조언을 듣게 된다. 제휴 파트너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성공 확신과 확장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투자자나 멘토 분들에게 수익모델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시장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러한 조언이 아직 서투른 스타트업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되기도 한다.




내가 처음 팀에 합류할 때는 회사의 과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분명했다. 그 당시 접할 수 있었던 정보는 고작해야 날 소개해 준 후배의 이야기와 회사에 관한 뉴스기사 몇개, 그리고 외부에 공개된 사용자 수 정도였다.


그렇게 팀에 합류한지 1년이 지났다.


당시의 나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팀원들을 설득하다가도, 어느 순간 밀려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불안감은 요즘도 똑같다..)


'어렵사리 끌고온 이 서비스가 사업화 될 수 있을까?'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동료들은 계속되는 실험과 실패에 지쳐있었고, 어떻게든 탈출구를 마련해야 했다. 대표님은 외부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회사의 주주 분들에게 사업 방향과 현재 진행상황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이른바 성공한 사업가 분들의 조언도 참고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구상되었다.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안이 공유되자 바로 내부 반발이 일어났다. (심지어 기획팀 내부에서조차..) 생각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고, 아직 이러한 아이템이 시장에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타겟으로 지정한 고객층은 우리 서비스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입장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결국 내부 의견이 완벽히 모아지진 않았지만 타겟 고객층의 규모와 현재 시장상황을 살펴볼 때,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개발에 착수했고 우리는 곧 깊은 수렁에 빠져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이 완료되고 첫 세일즈를 시작한 지 1년 10개월이 되서야 첫 계약을 따냈다. (바로 며칠 전이다. 그전까지는 포기한 아이템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조언해주신 분의 의견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경쟁사들도 동일한 수익모델을 개발해 try 중이고, 타겟 고객층의 구매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와는 달라진 요구사항으로 인해 우리는 곧 2년 전에 개발한 프로젝트를 수정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 시점에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내가 느낀 점은 올바른 조언이라 하더라도 실행하는 이의 자세에 따라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실수는 아래와 같았다.


조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결과 지향적인 조언에 집착하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고, 결국 많은 자원과 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었다.


내부 의견을 소홀히 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사업과 서비스에 대해 가장 오랜시간 고민해온 것은 우리었다. 프로젝트 착수 전에 내부 의견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힘이 실리니, 뻔히 예상되는 문제 조차 간과하게 되었다. 진짜 전문가는 바로 우리였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문제를 간과했다.


조언을 얻는 모든 분들에게 회사의 내부사정과 팀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해관계까지 이야기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조언을 주신 분들은 회사의 내부역량보다는 외부환경을 토대로 조언을 주실 수 밖에 없다. 그 당시 우리 팀은 이미 2-3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신규 개발에 착수할 리소스가 없었고, 결국 진행 중이던 모든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서비스 리뉴얼 시기도 많이 늦어졌다.




이제와 누군가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조언을 요청드렸고, 우리가 선택했고, 우리가 실행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우리 팀이 져야 하는 것이다. 조언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익명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달하고 싶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도 어디선가 조언을 듣고 있을 스타트업들이 조금이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했으면 해서다. 어쩌면 이조차도 또 다른 조언에 불과하겠지만 결국.. 여러분의 회사와 사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바로 여러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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